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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시밀러 도핑, 꼼짝마라!”…평창올림픽 준비하는 KIST 도핑컨트롤센터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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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1일 07:00 프린트하기

권오승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DCC) 센터장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센터 운영 계획과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권오승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DCC) 센터장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센터 운영 계획과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공정한 경기를 위해 대회 기간 동안 선수들의 도핑 여부를 분석할 과학자들도 한껏 분주해졌다. 8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DCC)를 찾았다. 이곳에서 올림픽 선수촌이 열리는 내년 2월 1일부터 선수들의 소변, 혈액 등 4000여 개 시료에 대해 500여 종 도핑 약물의 흔적을 찾는 분석이 시작된다.

 

권오승 DCC 센터장은 “도핑에 의한 불공정 사례를 막기 위해 모든 분석은 24시간 이내, 최대 72시간 이내에 정확하고 신속하게 끝내야 한다”며 긴장 섞인 각오를 내비쳤다.

 

손정연 DCC 선임연구원은 “과거에는 약물을 직접 검출하면 됐지만, 요즘에는 극미량을 지속적으로 투여하거나 ‘바이오시밀러(단백질 의약품)’ 같은 신약을 활용하는 등 도핑 방식이 진화해 이제는 체내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와 약물의 대사 과정을 간접적으로 추적해야 한다”며 “가령 감기약을 먹을 때 소변이 짙은 노란색이 되는데 이는 약물의 대사체들이 소변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석 대상 약물은 500여 종이지만 하나의 약물이 체내에서 평균 2~3개의 대사체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동시에 수백 가지를 분석해야 한다. 예전보다 더 많은 약물을 더 빠른 시간 안에 더 정밀하게 분석해야 하는 것이다. 권 센터장은 “새롭게 발굴된 약물에 대해서는 2~3개월 경과 후까지 약물의 체내 대사과정과 그 메커니즘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DCC)에서 보관 중인 혈액, 소변 등 시료. 뚜껑은 특수 장비로 완전히 파쇄해야만 열 수 있도록 잠겨 있다.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DCC)에서 보관 중인 혈액, 소변 등 시료. 뚜껑은 특수 장비로 완전히 파쇄해야만 열 수 있도록 잠겨 있다.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 DCC, 난이도 높은 인슐린 유사 도핑약물 분석서 세계 28개 공인기관 중 5위 안에 들어

 

DCC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인을 받은 도핑분석기관으로 30년 전 서울에서 열린 88올림픽을 위해 1984년 설립됐다. 당시 육상 100m 금메달을 손에 쥐었던 벤 존슨 선수의 도핑 사실을 밝혀낸 곳이기도 하다. 지난달 기준으로 DCC 같은 공인기관은 세계 25개국, 28개 기관에 불과하다. 권 센터장은 “IOC 공인 도핑분석기관 보유 여부는 올림픽 개최국 선정의 필수조건”이라며 “올림픽이 없는 시기에도 국내외 스포츠 경기로부터 도핑 분석 의뢰를 받아 수행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체내에 원래 존재하는 단백질과 유사하거나 성분이 같아 검출이 어려운 바이오시밀러 도핑을 잡아내는 게 관건이 됐다. 국내에서도 성장호르몬인자, 적혈구생성인자(EPO),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등 지구력이나 근력을 강화시켜 주는, 선수들에겐 금지된 바이오시밀러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권 센터장은 “체내 성분과 비슷하기 때문에 특정 약물 성분의 고유 질량(분자량)으로 도핑 여부를 가려내는 기존 질량분석법만으로는 바이오시밀러 도핑을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령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GF)-1’ ‘성장호르몬 분비 호르몬(GHRH)’ 등은 인슐린과 매우 비슷하다.

 

DCC 연구진은 최근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해 표적 약물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하고 해당 성분을 정제해내는 새로운 분석 기술을 확보했다. 자성을 띠는 물질에 도핑약물 단백질을 항원으로 인식하는 항체를 결합시켜 소변 시료와 섞어 준 뒤, 다시 자석을 이용해 물질을 분리해내는 방법이다. 선수의 소변에 표적 약물 단백질이 있으면 항체에 붙잡혀 나오게 되는 원리다. 시료의 전처리 과정도 필요 없다.

 
이 기술로 DCC는 인슐린 및 유사 물질 검출 부문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공인시험을 통과했다. WADA의 기준을 충족시킨 공인기관은 세계적으로도 28곳 중 5곳에 불과하다. 권 센터장은 “인슐린 유사 물질 검출 기술의 난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만큼 DCC가 기술력을 인정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WADA는 공인 도핑분석기관의 기술력 제고를 위한 목적으로 올해부터 순위를 매기기로 했다.
 
센터 한 편에는 ‘방사선 주의’라는 경고문이 쓰여진 방도 있었다.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 기기가 있는 이곳 역시 바이오시밀러 도핑을 잡아내는 실험실이다. 손 연구원은 “근육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스테로이드계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체내에서도 분비되는데, 여기에 포함된 탄소(C)의 방사성 동위원소 구성비율을 분석하면 내부에서 분비된 것인지, 외부에서 들어온 것인지 알 수 있다”며 “박태환 선수도 이런 방법으로 도핑 사실이 밝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계에는 C-12, C-13, C-14가 존재하는데, 식물에서 추출한 테스토스테론은 C-12의 비중이 인체에 비해 현저히 낮다.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주)8일 손정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DCC) 선임연구원이 DCC의 새로운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 연구원 뒷편으로 보이는 장비가 ‘Q 이그잭티브 플러스’라고 불리는 ‘액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LC-MS)’ 최신 기기다. DCC 연구진은 최근 이 장비에서 시료를 나노리터(nL·1 nL는 10억 분의 1 L) 단위로 흘려 보내는 방식으로 분석의 정밀도를 높였다.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 소치 올림픽 도핑 스캔들 이후 강화된 관리 규정…지속적인 연구개발(R&D) 지원 필요 

‘액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LC-MS)’과 ‘기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GC-MS)’ 등 기존 질량분석법에 사용되는 분석 장비 역시 최근 1년 동안 최신 장비로 교체했다. 이전까지 올림픽에서는 물론 공인 도핑분석기관에서도 쓰인 적이 없는 기기들이다. ‘TSQ 알티스’로 불리는 최신 GC-MS 장비는 시료 스캔 속도가 초당 600개 이온을 분석할 수 있을 정도로 스캔 속도가 빨라 1차 시료 분석에서 의심 도핑 약물을 가려낼 때 유용하다. 한번에 150~200개 약물을 스캔할 수 있다.

 

또 다른 최신 장비인 ‘Q 이그잭티브 플러스’는 LC-MS 기기로 GC-MS로는 보기 어려운 350~400개 약물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다. 스캔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분자의 질량을 소수 넷째 자리까지 정확하게 구별해낼 수 있어 정밀 분석이 가능하다. DCC 연구진은 최근 이 장비에서 시료를 나노리터(nL·1 nL는 10억 분의 1 L) 단위로 흘려 보내는 방식으로 분석의 정밀도를 높였다. 시료 전처리 기술 개발로 기존 분석법 대비 50~1000배 검출 성능을 개선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약물 도핑은 소변 분석을 통해 확인되지만, 수혈 도핑이나 스테로이드계 약물 도핑 등에는 혈액 시료를 활용한다. ‘자동혈구분석기기(ABP)’를 이용해 혈액 중 적혈구, 망상적혈구세포, 헤모글로빈 등 10여 가지 혈액 지표를 측정해 누적 비교하는 방법이다. 손 연구원은 “적혈구의 종류는 약 100가지가 있는데 사람마다 3가지 종류를 갖는다”며 “혈액 500mL를 맞는다면 전체 혈액의 5%는 적혈구의 구성 비율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다만 우연히 적혈구 3종이 모두 일치하거나 자가수혈인 경우에는 ABP로 알아낼 수 없기 때문에 수혈팩 안쪽에 있는 화학성분 등을 분석하는 간접적인 추정법밖에는 없다.

  
한편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개최국 주도의 도핑 스캔들 이후 도핑과 관련한 보안 규정은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WADA는 지난해 리우 올림픽부터 자체적으로 수사권을 지닌 조사팀과 내부 고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올림픽 기간에는 WADA 직원이 도핑 분석 실험실에 상주해야 하며, 제대로 분석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료 중 무작위로 ‘스파이 시료’ 5~6개도 심는다. 또 모든 시료의 정보는 ‘도핑 실헙실 정보관리시스템(D-LIMS)’으로 전산상에서 암호화된 채로 관리된다.

 

모든 선수의 시료는 A와 B 2개로 나뉘어 관리된다. A 시료 분석 후 선수가 이의제기를 할 경우, B 시료를 재분석 하는 시스템이다. 과거에 도핑한 적이 있거나 도핑 판정은 받지 않았지만 의심이 가는 특이사항이 있었던 선수들에 대한 정보는 사전에 일종의 ‘블랙리스트’ 형태로 DCC에 제공된다. 하지만 각 선수의 시료는 6자리 난수로 라벨되고 이 숫자는 계속 바뀌기 때문에 누군지는 알 수 없다. 분석을 마친 시료는 추후 10년간 추가 분석이 가능하도록 섭씨 영하 20~70도에서 냉동보관된다. 권 센터장은 “기술이 진보하면 향후에 도핑 사실이 밝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 연구원은 “분석 정밀도에 대한 기준도 매년 50%씩 높아지고 있어 지속적인 분석법 연구개발과 최신 장비 도입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며 “수백 가지 약물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시설이기 때문에 도핑 외에 다른 분야에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DCC 인력 20여 명 중 정규직은 단 8명뿐이다. 권 센터장은 “선진국인 미국, 프랑스도 최근 공인 도핑분석기관 자격을 박탈당했는데, 이는 기술만큼 전문성도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인력구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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