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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 사회심리] 숙련 VS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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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6일 17:00 프린트하기

실패는 두렵다. 실패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패는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실패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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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 목표 VS. 성과 목표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태도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눈앞의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최종 ‘숙련도’, 즉 그 일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적인 성장이나 배움보다 당장의 ‘성과’를 훨씬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다. 전자를 숙련 목표(mastery goal)라고 하고 후자를 성과 목표(performance goal)라고 부른다(Eccles & Wigfield, 2002).


일반적으로 성과 목표에 비해 숙련 목표를 더 크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실패를 덜 두려워하는 경향을 보인다.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실패는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일일뿐 아니라 실패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실패나 좌절의 순간들은 자신의 삶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부정적 지표이기보다 아직 배울 것이 많고 많이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는 긍정적인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숙련 목표를 강하게 보이는 사람들은 실패를 마주했을 때 실패 사실을 부정하거나 남탓을 하는 등의 방어적인 태도 또한 덜 보이며, 성과목표를 중시하는 사람들에 비해 실패를 통해 더 많은 성장을 이뤄내기도 한다. 그 결과 일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해서 쉽게 무너지지 않으며 쭉 늘어났다가도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는 고무줄처럼 강한 탄력성을 발달시키기도 한다.

 


실패가 너무 두려우면 아무 것도 하지 않게 된다.


반면 실제적인 숙련도보다 눈 앞에 보이는 성과나 점수 등에 더 크게 연연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실패를 매우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속임수’를 써서라도 당장 좋은 점수를 내야겠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결과 겉으로는 좋은 성적을 받을지 모르나, 알고보면 실력은 별로일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실패를 피하는 데 능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킬 기회도 잃고 있는 것이다.


숙련 목표를 중시하는 사람과 성과 목표를 중시하는 사람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예로 숙련목표가 강한 사람들은 일이 어려워도 자신의 배움에 도움이 된다면 그 일을 할 의향을 높게 보이지만 성과목표가 강한 사람들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해도 어렵다면, 당장 좋은 평가를 받아낼 자신이 없다면 그 일을 기피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연구들이 있었다(Harackiewicz et al., 2002). 예컨대 수강신청을 할 때 재미있을 것 같지만 어려워 보이는 과목은 다 피하고 오로지 학점 따기 쉬워보이는 과목만 채워 넣는 것이다. 나 역시 한 때 그랬음을 고백한다. 그 결과 학점은 좋겠지만 좋은 학점만큼 많은 것을 배웠는지에 대해서는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실패를 지나치게 두려워하다 보면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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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통해 배우는 게 있을까?


한편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건 어떤 걸까? Downar 등의 연구자들은 실패를 통해 배울 줄 아는 의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가 어떤 차이점을 보이는지를 살펴보았다. 의사들을 대상으로 가상의 심장 마비 환자를 치료하는 시뮬레이션을 하도록 했다. 환자의 정보를 주고 의사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약물 중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될만한 적절한 약물을 고르도록 했다. 약물을 선택하고 나면 선택의 결과로 인해 환자의 상태가 좋아졌는지 아니면 되려 나빠졌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주었다.


총 60회씩 두 세트에 걸쳐 환자를 치료하도록 했는데 여러 횟수를 거칠수록 점점 더 좋은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 의사들은 자신의 성공사례 못지 않게 실패 사례에도 높은 주의를 기울인 의사들이었다. 자신의 성공에만 관심을 두고 실패 사례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은 의사들의 경우 횟수를 거듭해도 성과가 좋아지지 않았다.


성공은 우리가 잘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여준다는 점에서 소중하지만, 반대로 실패는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것, 보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역시 소중하다. 실패를 ‘나는 이것 밖에 안 되는 사람이고 이제 모든 게 끝’이라는 뜻으로 파괴적/극단적으로 해석하기보다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한 층 더 성장하게 되지 않을까?

 


※ 참고문헌
Downar, J., Bhatt, M., & Montague, P. R. (2011). Neural correlates of effective learning in experienced medical decision-makers. PloS one, 6, e27768.
Eccles, J. S., & Wigfield, A. (2002). Motivational beliefs, values, and goals. Annual Review of Psychology, 53, 109-132.
Harackiewicz, J. M., Barron, K. E., Tauer, J. M., Carter, S. M., & Elliot, A. J. (2000). Short-term and long-term consequences of achievement goals: Predicting interest and performance over time. 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 92, 316-330.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내 마음을 부탁해>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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