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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인공장기ㅣ개인맞춤 생체장기, 신의 영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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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4일 21:00 프린트하기

※편집자주: 못쓰게 된 기계를 교체하는 것처럼 고장난 우리 몸의 장기를 새 것으로 바꾸는 시대가 다가올까?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생명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동물을 이용한 인공장기와 줄기세포를 이용한 인공장기 기술이 두 가지 큰 축을 이루며 발전 중이다. 2회에 걸쳐 이를 소개한다.

 

(1) “의사선생님, 제 장기는 새 것으로 교체해 주세요”

    ┗이종장기이식 10년 내 상용화 문턱 넘는다

(2) 개인맞춤 생체장기, 신의 영역일까?

   오가노이드 활용하면 실험동물 구할 수 있다


                     

                                       공여자는 없고, 가족에게 칼을 대기는 싫고’

 

전라남도 완도에서 올라온 박춘식(가명, 59)씨는 지난 달 간암 초기 판정을 받고 수술을 앞두고 있다. 초기라 수술을 하면 안전하다지만 6년 전 같은 진단을 받았던 친구가 끝내 회복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간은 한 번 나빠지면 좋아지지 않는다고 들은 박 씨는  간이식을 받는 방법을 알아봤다. 의사는 그에게 “혈액형만 맞으면 간이식이 가능하지만 가족이 나서지 않는 이상 이식공여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답을 내놨다. 당장 죽을 것도 아닌데 가족의 몸에 칼을 대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그는 의사에게 다시 물었다.

 

“과학이 이렇게 발전했는데, 내 몸의 세포로 새로운 장기를 만드는 것은 왜 아직도 안되나요? 생명체를 만드는 일이 (사람이 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라서 그런가요?”

 

GIB 제공
GIB 제공

다른 사람이나 돼지와 같은 동물에게 이식 받은 장기는 면역 거부반응이라는 필연적인 위험이 따른다.그래서 과학자들은 이미 20년 전부터 '개인 맞춤형 인공장기'라는 개념으로 본인의 세포로 만든 유사 생체장기, 이른바 ‘오가노이드(organoid)'를 연구해왔다. 오가노이드는 신체에서 떼어낸 줄기세포나 체세포를 외부 환경에서 배양해 키운 것으로 이식해도 면역 거부반응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가노이드 제조에 쓰이는 세포는 크게 3 가지다. 정자와 난자를 체외수정시키거나 핵이 없는 난자에 체세포 핵을 이식해 만든 배아줄기세포와 다 자란 체세포를 역분화시켜 분화능력을 갖게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이하 iPSC), 그리고 성인의 몸 곳곳에 남아있는 성체줄기세포다.

 

윤리적 문제를 피하고 기술적 절차를 줄일 수 있도록 최근에는 배아줄기세포 대신 iPSC나 성체줄기세포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추세다. 암 발생 우려가 큰 iPSC 기술을 보완하기 위해 일부 과정을 건너 뛸 수 있는 직접교차분화 기술도 최근 등장했다. 이에 더해 국내ㆍ외 여러 연구팀이 대장과 심장, 뇌 등의 특정 고형장기에 남아있는 성체줄기세포로 수㎜ 크기의 오가노이드를 배양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20~30년 안에 사람에게 직접 이식 가능한 수준으로 크기를 키운 오가노이드를 만들고 체내에서 기능을 유지하게 하기는 쉽지 않으리란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생명체 안에서 일어나는 장기의 발달 과정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배아줄기세포 대신한 iPSC 각광 … 암 발생문제 여전해

 

유도만능줄기세포인 iPSC는 배아줄기세포의 윤리적 문제를 피하는 방법으로 도입됐지만 암 발생 우려 등의 한계를 여전히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1998년 처음 나온 배아줄기세포는 치료의 혁명을 가져다 줄 것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수정 뒤 세 번 쪼개진 8세포기까지는 배아줄기세포가 사람으로 분화되는 전분화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윤리 문제에 대한 논란이 뒤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2006년 등장한 것이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만든 iPSC다.

 

위장세포에 Oct4와 Sox2, c-Myc, Klf4 등 4개의 물질을가하면 역분화가 진행돼 iPSC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특정 조건을 주고 배양하면 이론적으로 간이나 폐 등 원하는 장기의 오가노이드를 만들 수 있다, 2012년 신야 교수가 iPSC 연구로 노벨상을 받으면서 많은 연구팀이 오가노이드 개발에 열을 올렸다.

 

김정범 UNIST 생명과학부 교수는 “배아줄기세포는 윤리적 문제도 있지만 모든 세포로 분화 가능해 제어하기 어렵다”며 “200여 가지 세포로 분화 가능한 iPSC가 개발된 뒤부터는 오가노이드 연구를 위해 배아줄기세포는 거의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배아세포 대신 다분화능의 특징이 있는 iPSC를 이용하면, 기초연구에 제약이 없을 뿐 아니라 의도치 않은 세포의 발생 확률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iPSC를 이용해 특정 장기를 얻는 개념도 - 동아사이언스, 네이처 지네틱스 제공
iPSC를 이용해 특정 장기를 얻는 개념도 - 동아사이언스, Nature Genetics 제공

하지만 언제든 조직이 암으로 변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김 교수는 “iPSC를 원하는 장기로 정확히 분화시키는 조건이 배아줄기세포 보다는 적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많다”며 “외부 자극으로 원치 않는 세포가 생겨 암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많은 데이터와 선진 기술을 가진 일본 연구팀이 3년 전부터 망막을 대체할 오가노이드를 개발해 임상까지 적용했지만 암이 생기면서 계속 실패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직접교차분화 기술이 IPSC의 대안?, 장기와 연결된 조직 생성이 관건

 

최근에는 iPSC를 생산하는 역분화 과정없이 체세포를 직접 원하는 세포로 바꾸는직접교차분화(Direct conversion) 기술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론적으로 체세포에 4가지 물질을 넣어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과정 없이 체세포를 곧바로 원하는 장기세포로 유도하는 것으로, iPSC기술의 진화형이라 할 수 있다.   

 

직접교차분화기술는 적절한 조건만 찾으면 iPSC보다 높은 정확도로 표적세포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곳곳에서 iPSC 처럼 누구나 재현 가능한 직접교차분화 조건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 팀은) 직접교차분화로 피부세포를 바로 신경세포를 만드는 기술을 시도하고 있다" 며 “조건만 제대로 갖춰주면 암 발생률이 iPSC보다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IPSC와 직접교차분화 기술 모두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리 몸의 장기가 제기능을 하려면 주변 신경세포와 혈관세포 조직을 고루 갖춰야 하는데, 특정 장기를 만들려고 분화시키는 기술로 얻은 오가노이드 장기가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을 예로 들어보자. 김 교수는 “간세포는 줄기세포의 내배엽에서, 관련 혈관은 중배엽에서, 신경은 외배엽에서 만들어져 조화를 이룬다”며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지 4~5년밖에 안돼 균형있는 오가노이드를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iPSC나 직접교차분화 기술 모두 가지고 있는 문제"라며 "향후 10~20년 안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듯 역분화 또는 직접교차분화 기술을 적용한 오가노이드 제작은 사실상 분화와 배양조건을 찾는 기초연구 수준에 머물러있는 단계다. 맞춤형 장기이식을 위한 오가노이드는 사실상 먼 얘기인 것이다. 홍기종 인터파크그룹 바이오융합연구소장은 “배아줄기세포나 iPSC 등을 목적에 맞게 분화시키는 모든 조건은 말그대로 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렵고 최대한 안정적인 조건을 찾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가장 현실적인 성체줄기세포형 오가노이드, 대장 등 일부 장기서 성공

 

반면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연구 팀들에게서 소형 오가노이드 제작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 영국 등의 연구팀이 대장과 심장 등에서 수㎜ 수준의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제기능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

 

네덜란드국립과학예술원 줄기세포및발달생물학연구소 한스 클래버 교수팀은 6월 대장세포의 융털에서 떼낸 성체줄기세포로 약 2~3㎜가량의3차원 대장조직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수분 흡수와 같은 대장의 기능을 갖춘 것도 확인했다고 학술지 ‘생리학’에 발표했다.

 

GIB, Netherlands Academy of Arts and Sciences 제공
대장의 융털의 모식도(왼쪽). 융털과 융털의 연결부위 안쪽 중심에는 1~5개 이상의 성체줄기세포(녹색)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IB, Netherlands Academy of Arts and Sciences 제공

이에 대해 홍 소장은 “대장 속 융털의 굴곡진 부위 안쪽 중심에는 최소 1~3개의 성체줄기세포가 포함돼 있다”며 “이를 떼내 키우면 특별한 조건을 가하지 않아도 주변조직까지 갖춘 장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대장조직이 우리 몸의 것처럼 안쪽으로 형성되지 않고 바깥쪽으로 형성됐다”며 “이를 180도 반전시키는 문제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성체줄기세포형 오가노이드는 심장과 뇌에서도 성공한 바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분자생물공학연구소 구본경 교수팀이 지난 2013년 8월 소두증 환자의 세포를 이용해 4㎜ 크기의 미니 뇌를 만드는데 성공했고, 미국 연구팀도 2015년 7월 0.5㎜크기의 심장을 만들어 박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홍 소장은 “대장 심장과 달리 오가노이드 미니 뇌가 사람의 뇌와 같은 기능을 실제로 수행하는 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장과 심장을 재현한 오가노이드는 인간 장기 크기로 성장시키지 못해도 적용이 가능하다. 심장의 경우 특정 부위가 망가져 문제가 되는데 이를 교체하면 정상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대장도 암이 발생한 부위등을 절제한 뒤 오가노이드로 교체하면 된다.

 

이밖에도 동물이나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신약의 전임상과 임상 시험 과정을 오가노이드가 대신할 수도 있다. 홍 소장은 “환자의 오가노이드로 특정 약품의 효과나 부작용을 확인해 보다 효율적인 치료가 이뤄지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의 장기를 만드는 것이지만 향후 10년 내에는 일부 장기의 오가노이드를 2~3㎝ 수준으로 키워 부분이식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약의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는 목적으로 오가노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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