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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치료계의 왓슨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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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1일 11:00 프린트하기

[김성인 고려대 산업경영공학부 명예교수 인터뷰]

 

“먼 훗날 자료가 많이 쌓이고 나면 IBM의 질병진단 인공지능(AI) 왓슨처럼 미술 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그 전까지 수많은 사례를 모으고 누적해야겠지요. 제가 개발한 것은 그 단계로 가기 위한 시작 프로그램입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둔촌동 개인 연구실에서 김성인 고려대 산업경영공학부 명예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빅데이터를 일상 생활에 적용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연구하는 학자다. 


그의 관심 범위는 넓다. 교통사고를 낸 사람이 형을 얼마나 받을 지 예측하는 AI를 개발해 웹에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술 치료를 14년 간 연구한 결과를 묶어 ‘컴퓨터 미술 치료(Computational Art Therapy)’라는 책으로 출간했다.

 

김성인 고려대 산업경영공학부 명예교수 - 김성인 제공
김성인 고려대 산업경영공학부 명예교수 - 김성인 제공

그림은 그리는 사람의 내면 세계를 외부로 나타내는 기능을 가진다. 때로는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심리 상황을 표현할 수도 있다. 미술 치료는 그림을 통해 그린 사람의 심리 상태를 진단하거나, 심리 질환을 치유하도록 돕는 방법이다. 최근 어른들의 힐링 활동으로 유행하는 컬러링북도 아주 간단한 형태의 미술 치료라 할 수 있다.

 

“우리 생활 곳곳에 컴퓨터와 프로그램이 사용됩니다. 제가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컴퓨터를 잘 사용하지 않는 분야가 어딜까 찾다가 미술 치료가 눈에 들어왔어요. 치료사와 내담자에게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amazon.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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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치료는 치료사의 지식과 경험 수준에 따라 효과 차이가 크다. 대부분의 상담 치료가 그렇듯 경험이 많을수록 내담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진단과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치료사의 경험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정리할 수 있으면 컴퓨터의 도움을 받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미술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14년 동안 이어온 연구지만 처음부터 환영 받은 것은 아니었다. 정성적이고 정서적인 영역인 만큼 처음 발표한 연구 논문은 미술 치료학계에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다. 

 

“미술 치료는 정서적인 접근이 중요한 만큼 컴퓨터나 AI를 이용한다고 하면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미술 치료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경험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객관화된 자료로 정리가 돼야합니다.”

 

김 교수는 우선 그림을 분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도구를 제작했다. 이미지에 나타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 결혼을 내리는 이미지 마이닝 기법을 적용해 그림을 스캔한 뒤 심리 분석과 진단에 필요한 부분을 수치로 나타낸다. 예를 들어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HTP 검사 (집(House)-나무(Tree)-사람(Person)을 그리는 검사로 가족 관계에 대해 알아볼 때 사용한다)를 시행한 뒤 프로그램으로 분석하면 어떤 색을 많이 썼는지, 색을 꼼꼼하게 칠했는지 등을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 치료사들은 이 수치를 토대로 가족 관계에서 갖는 심리 증상에 대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이 분야 전문 학술지인 ‘예술심리치료(The arts in psychotherapy)’ 편집자의 도움이 컸어요. 논문 심사자들간의 평가가 엇갈린 첫 논문을 과감하게 게재해줬지요.”

 

김 교수는 자신의 연구에 도움을 준 사람으로 로빈 크루즈 미국 레슬리대 표현치료학 교수를 꼽았다. 김 교수가 첫 연구를 발표하려고 할 때 예술심리치료 저널의 편집자로서 적극적으로 도왔다. 논문 심사 위원들의 의견이 갈릴 때 미술 치료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적극 지지했다. 크루즈 교수는 김 교수의 저서 추천사를 통해 “미술 치료 분야도 김 교수가 제시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연구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특정 질병에 대해서는 진단까지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였다. 미술 치료로 치매 진단이 가능했다. 특히 치매 예방 프로그램에서 널리 쓰이는 만다라 체험이 치매 진단에 유용하다는 것을 밝혔다.

 

만다라는 밀교에서 유래한 그림이다. 전체적으로 원 형태를 가졌는데 다양한 무늬가 반복된다. 만다라 체험은 만다라 도안에 색을 칠하는 활동으로, 그림을 서로 다른 색으로 꼼꼼하게 칠해야 한다.

 

김 교수는 치매 환자가 칠한 만다라 500장을 분석해 진단 AI를 만들었다. 색을 다양하게 쓰는지,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지 않고 얼마나 정확하게 칠하는지, 빈 칸을 남기지 않고 다 칠하는 지 등이 판단 기준이다. 얼핏 보기에는 차이가 보이지 않는 만다라를 통해 AI는 치매나 정신분열 등의 문제를 80% 정확도로 찾아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AI를 이용하면 질병과 관련된 패턴을 분석할 수 있다. 만다라 4개 중 3개는 일반인, 1개는 정신분열증세를 보이는 환자(C)의 만다라다. - 김성인 제공
빅데이터를 활용한 AI를 이용하면 질병과 관련된 패턴을 분석할 수 있다. 만다라 4개 중 3개는 일반인, 1개는 정신분열증세를 보이는 환자(C)의 만다라다. - 김성인 제공


“만다라를 이용해 치매 여부를 분석하는 것은 아주 작은 시도일 뿐입니다. 연구자인 제가 접할 수 있는 자료도 아주 일부뿐이고요. 현장의 치료사들이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자료를 쌓아야 이 프로그램이 빛을 발할 겁니다.”

 

김 교수는 미술 치료에 AI가 도입되는 것은 멀지 않았다고 말한다. 김 교수가 만난 미술 치료 관계자들 역시 하나 같이 객관적인 도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외선 전 한국미술치료학회장도 “김 교수의 연구로 미술 치료 분야에 새로운 지평선을 열었다”고 축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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