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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만 VR·AR의 미래? 건설현장 MR 경험에 다리가 후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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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5일 17:00 프린트하기

눈 앞에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주는 가상 현실 기술은 올 한해 꾸준히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돌아보면 우리는 항상 현실과 다른 그 어떤 환경을 꿈꿔왔는지 모르겠다. 결국 이를 ‘현실’의 일로 만들어 준 건 컴퓨팅 파워였다. 어떻게 보면 가상현실은 컴퓨터가 더 빠른 성능을 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됐고, 지금도 최신 기기들은 바로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을 언급한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왜 가상 세계를 봐야하지?’라는 물음에 답을 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3D가 극장과 TV의 핵심 기술로 꼽히면서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게 불과 7~8년 전의 일이다. 3D 구현 기술부터, 전송 표준 규격, 그리고 카메라와 고성능 컴퓨터까지 온통 미디어 세상은 3D를 위해 돌아가는 것 같았지만 결국 3D는 올해 초 쓸쓸하게 무대에서 퇴장하고 말았다. 왜일까? 이 새로운 디스플레이로 무엇을 봐야 할지에 대한 고민의 속도보다 기술이 지나치게 앞서 나갔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와 함께 찾아온 UCC(User Created Content) 역시 최근에야 유튜브를 통해 자리잡는 것을 보면 세상은 우리의 기대보다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다. 어쩌면 3D도 다시 유행이 돌아올 지 모르는 일이다.

 


기술과 콘텐츠가 만나는 '타이밍'


가상현실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 중 하나도 바로 이 기술과 콘텐츠의 타이밍이다. 시장이 3D에 기대를 접게 된 이유중 하나도 인기에 비해 제대로 된 콘텐츠가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화 ‘아바타’만큼 좋은 경험을 주지 못하는 콘텐츠가 쏟아졌고, 이는 곧 3D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졌다. 영화보다 입체 효과에 더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현실보다 더 크게 기대하고, 더 빨리 질린다.


가상현실의 콘텐츠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지금 이 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건 단연코 ‘게임’이다. 올해 가장 인기 있었던 가상현실 기기로 소니의 PSVR을 꼽을 수 있다. 게임이라는 확실한 콘텐츠를 쥐었고, 탄탄한 개발사들과 손잡아 좋은 게임들을 많이 내놓았다. PSVR은 더 나은 성능을 내는 ‘플레이스테이션 프로’의 명분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처럼 확실한 시장을 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소니는 게임에서 출발하는 것이 맞았고, 그 부분을 아주 정확히 잘 잡았다. 하지만 전체 시장으로 봤을 때 가상현실의 전부는 게임이 아니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2015년 5월,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자 행사 ‘빌드’에서 소문의 ‘홀로렌즈’를 처음 써봤던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내 상상력이 부족한 탓인지 데모로 보던 홀로렌즈는 큰 감흥이 없었다. 돌아보면 초기에 보여주었던 데모들 역시 벽에 TV를 대신하는 미디어 플레이어를 붙이고, 가상의 가구를 놓아보는 정도였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몇몇 참석자들에게 아주 조심스럽고 제한적으로 보여주었던 홀로렌즈는 새로운 시나리오를 담고 있었다. 건설 현장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을 이야기로 꾸몄고, 홀로렌즈는 그 자그마한 호텔방을 여러 작업자들과 함께 일하는 공사장으로 만들어주었다. 헤드셋을 벗고 나오면서 다리가 후들거렸던 기억이 난다. 당연히 한 편으로는 이 기술이 놀라웠고, 다른 한 편으로는 이전의 어설픈 경험들로 가상현실을 우습게 봤던 것에 대한 창피함도 있었던 것 같다.


이때부터 나는 가상현실을 다르게 바라보게 된 것 같다. 어떤 게임의 독점작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실제로 1년 뒤에 등장한 홀로렌즈의 개발자 버전은 활용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제한적으로 공급됐는데 이때 나온 시나리오들은 모두 산업과 관련된 것이었다. 기존에 수 억원의 장비를 필요로 했던 것이 수 백만원 선에서 해결된다는 것만으로 많은 산업 분야가 들썩였다. 그만큼 아이디어에 대한 수요는 많았고, 장벽이 높았을 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MR에 거는 기대도 마찬가지다. MR이라는 말은 어떻게 보면 마케팅적인 요소에 가깝다. 우리말로 해석하기도 어렵다. VR이 말 그대로 ‘가상 현실’로 번역되고 있는데, 사실상 VR과 AR을 포괄하는 개념이 필요했고, 그 단어가 MR로 자리잡는 듯하다. 그리고 사실 우리말로 ‘가상현실’이라는 통합적인 개념에 더 잘 맞는 게 바로 MR이다.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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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작 윈도우 MR 헤드셋은 엄밀히 따지면 VR 기기에 가깝다. 이 이야기는 이전 글에서도 한번 했던 적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바라보는 시장이 단순히 가상현실이냐, 증강현실이냐 따위의 이분법적인 구분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게 바로 윈도우 MR의 대시보드고, 그 안의 콘텐츠를 상황에 따라, 또 내용에 따라 홀로렌즈로 봐야 할 수도 있고, VR 헤드셋으로 봐야 할 수도 있다. ‘윈도우 MR’은 하나의 플랫폼 개념으로 보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그 기대는 역시 산업 현장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홀로렌즈부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아직 국내에는 많은 사례가 없지만 해외에서는 꽤 적극적으로 가상현실과 산업 현장을 연결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MR을 이용해 우주 비행사들에게 우주 탐사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직 사람이 화성에 가는 것은 먼 미래의 일 같지만 현재까지 수집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화성의 지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미리 환경을 익혀두는 것은 효과적이다. 역시 사람의 감각을 지배하는 시각적 자극이 주는 효과는 당연히 크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가장 유명한 사례는 티센크루프다. 티센크루프는 MR과 머신러닝을 이용해 엘리베이터 유지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날 것 같으면 센서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머신러닝 솔루션이 미리 경고를 준다. 엔지니어들은 경고를 통해 어떤 대처를 해야 할지 미리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가상현실 기기를 통해 미리 어떤 절차로 수리를 해야 하는지 사전에 교육받는다. 현장에서는 홀로렌즈를 통해 매뉴얼을 손에 쥐지 않고도 현장과 콘텐츠를 함께 볼 수 있다. 티센크루프는 설계 과정에서도 홀로렌즈를 이용해 결과물을 미리 확인하는 솔루션도 갖고 있다.


비슷한 예로 ‘태양의 서커스’를 들 수 있다. 태양의 서커스는 가상현실을 여러 용도로 활용한다. 태양의 서커스가 상시 공연되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공연 시작 전에 입구에서 VR 헤드셋으로 공연을 미리 체험할 수 있다. 올해 열렸던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에서는 태양의 서커스팀이 홀로렌즈를 이용해 새로운 무대를 설계하는 시연을 했다. 무대에 필요한 장비들이 현재 공간에 안전하게 설치될 수 있는지 살피고, 배우들의 동선도 확인해볼 수 있다. 현실과 가상 공간을 결합하는 적극적인 시도인 셈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지노텍은 설비 관리 솔루션에 홀로렌즈를 접목했다. 이 서비스는 건축물에 설치되는 대형 설비들의 설계 도면부터 관리방법, 설명서 등을 클라우드에 보관했다가 권한에 맞는 관리자에게 보여준다. 티센크루프의 사례처럼 따로 손을 대지 않아도 현장에서 작업 설명서를 볼 수 있고, 관리 기록 등이 기록되기 때문에 관리도 효율적이다.


2018년에도 가상현실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헤드셋의 성능은 더 좋아지고 가격은 더 낮아질 것이다. 그리고 점차 VR과 AR를 가르는 기준도 적어도 헤드셋에서는 희미해질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가상현실의 가능성은 다양한 산업에 접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산업 현장은 이미 설계부터 관리까지 많은 부분이 3D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가상현실과 헤드셋은 그 콘텐츠를 보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MR을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도 결국 비슷한 논리다. 결국 헤드셋 기술은 통합될 것이고 다음 단계는 누가 플랫폼을 잡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플랫폼에는 꼭 게임만 있는 것은 아니다.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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