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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영화] 내 안의 고통과 마주하다 ‘몬스터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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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3일 11:00 프린트하기

# 영화 ‘몬스터 콜(A Monster Calls)’


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출연: 루이스 맥더겔, 시고니 위버, 펠리시티 존스, 리암 니슨
장르: 판타지, 드라마
상영시간: 1시간 48분
개봉: 2017년 9월 14일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주)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주)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매년 개봉작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영화 선택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개봉작이 늘어난 만큼 오락성이 뛰어나거나 완성도가 높은 작품의 수도 많아졌다.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좋은 영화를 놓치기 마련인데, 필자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관객들을 위해 필자가 올해 인상적이었던 3편의 영화를 꼽아 공유해보려고 한다. 영화가 너무 잘 나왔는데 아쉽게 흥행에 실패했거나,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영화 3편을 골라 앞으로 3주에 걸쳐 한 편씩 소개해 보려고 한다.


올해 놓치면 아까운 영화, 세 번째 추천 작품은 따뜻한 판타지 영화 ‘몬스터 콜’이다.


(*아래에는 영화 ‘몬스터 콜’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기묘한 이야기

 

(주)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주)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너는 불치병에 걸린 엄마와 단둘이 산다. 엄마와 아빠는 이혼했고, 아빠는 다른 사람과 재혼했다. 이따금씩 할머니가 엄마를 돌보러 온다. 코너는 가끔 그림을 그린다. 학교에 가면 코너는 동급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얻어맞는다. 어른들을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어느 날부터, 매일 밤 12시 7분이 되면 코너 앞에 나무 형상의 거대한 몬스터가 나타난다. 그 몬스터는 다짜고짜 세 가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네 번째 이야기는 코너가 몬스터에게 들려주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몬스터는 갑자기 왜 코너를 찾아왔을까? 영화는 몬스터를 처음 등장시킬 때 그가 왜 나타났고, 왜 하필이면 코너를 찾아왔는지, 갑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건 무슨 속셈인지 아무 설명도 덧붙이지 않는다. 관객들은 전후 사정을 통해 추측할 뿐이고, 몬스터의 존재는 관객들이 코너의 일상에 더욱 주목하게끔 만든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자신이 부모의 보호 아래 있음을 잘 알고 있는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코너는 곁에 의지할 사람이 없다. 엄마는 자신의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많이 아프고, 아빠는 멀리 살고 있다. 그래서 코너는 일상을 혼자 살아낸다. 그의 일상에 어떤 행복한 순간들이 있나.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술에 조예가 깊었던 엄마처럼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나, 금새 지쳐 잠이 들 엄마와 함께 영화를 보는 일을 제외하면.


코너는 자주 악몽을 꾼다. 악몽의 내용은 똑같다. 무너져 내리는 땅에 엄마가 먼저 떨어지고 코너 자신은 엄마를 놓치는 꿈. 황량한 악몽은 코너 내면의 표상이다. 영화 말미에 코너는 몬스터를 불러낸 것은 자기 자신임을 깨닫는다.

 


# 고통스러운 삶

 

(주)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주)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몬스터 콜’은 고통에 관한 이야기다. 흘러가는 시간은 필연적으로 고통을 낳고 또한 고통을 잊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거나 그 자신이 생로병사의 고통을 겪는다. 영화 속에서 몬스터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죽음의 원인을 살피면서, 세상의 모순과 삶의 허무를 느끼게 하고(첫 번째 이야기), 또한 주변인의 죽음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두 번째 이야기)을 그린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세 번째 이야기는 학교 생활을 하는 코너의 고통을 다루고, 코너가 말해야 하는 네 번째 이야기는 무엇이 코너를 고통스럽게 하는지 직시하게 만든다.


몬스터의 말처럼 “많은 사실이 말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고 이는 “놀랍지만 흔한 일”이다. 코너의 부모는 왜 이혼했을까? 코너의 엄마는 왜 불치병에 걸렸을까? 왜 이런 일이 코너에게 일어나는 걸까? 이유는 알 수 없고 코너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신의 시험으로 내내 고통 받는 성경 속 욥의 이야기처럼 코너가 고통을 받는 이유는 신이 아니고서는 아무도 모른다. 사실,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산다.


코너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견디기 위해 가끔씩 폭력을 저지른다. 엄마의 병세가 악화되어 병원으로 떠나는 다음 장면에서 코너는 뒷골목에서 무언가를 부순다. 몬스터는 좋은 핑계거리다. 몬스터가 들려주는 두 번째 이야기에서 이야기 속 세계로 들어온 코너는 그 세계를 부수는 데 일조한다. 현실에서는 코너가 할머니가 아끼는 골동품들을 부수는 장면이 이어진다. 코너는 자신을 괴롭히는 동급생을 때려눕힌다. 하지만 어른들 중 그 누구도 코너를 탓하지 않는다. 코너가 겪는 모든 일들이 코너가 짊어지기에는 너무나 큰 짐이 된다는 사실을 어른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몬스터는 코너가 불러낸 존재이다. 나중에 몬스터가 스스로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코너가 몬스터를 주체적으로 불러내는 장면들이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소년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부정하면서 내심 자신의 고통이 끝나길 바랐다. 몬스터는 아픈 엄마 대신 그런 코너가 용기를 잃지 않도록 곁에 머문다.

 


# 깊고 어둡지만 끝내 따뜻함을 잃지 않는 영화
 

(주)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주)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주)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주)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작가 패트릭 네스의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패트릭 네스는 시나리오 각색에 직접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그리고 쟁쟁한 배우들이 여럿 참여했다. 아픈 엄마 역에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펠리시티 존스, 할머니 역에는 명배우 시고니 위버, 그리고 몬스터의 목소리와 모션 캡처 연기는 리암 니슨이 맡았다.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인 코너 역은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유망주 루이스 맥더겔이 연기해 상처 입은 코너의 마음을 훌륭하게 표현해 냈다.


영화의 연출은 과거 ‘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을 통해 깊고 어두운 판타지를 그려냈던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이 맡았다. 감독은 ‘몬스터 콜’ 역시 ‘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처럼 깊고 어두운 분위기로 그려냈지만, 조명과 색감을 이용해 영화 전반에 온기를 남겨두었다. 시각적 표현도 뛰어나다. 미술에 조예가 깊은 엄마와 코너처럼 매 장면은 회화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오프닝 장면을 비롯해 몬스터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세계는 비극적인 이야기임에도 아름다운 비주얼을 자랑한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인 거대 몬스터의 모습에도 정성을 쏟았다.

 

(주)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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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주)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소년의 내면에 깊이 침잠해 들어가서 어두움과 마주하지만, 그 깊은 곳에서 삶의 찬란한 속성을 이끌어낸다. 특히 네 번째 이야기가 끝난 뒤 밀려오는 먹먹함은, 영화가 그 앞의 이야기에 세심하게 공을 들인 만큼 커다란 울림을 준다. ‘몬스터 콜’은 지난 9월 개봉해 관객들의 눈물을 쏙 뺐고, 각 매체들이 내놓는 ‘올해의 영화’ 리스트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재능을 알아보고 ‘쥬라기 월드’의 후속작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연출을 맡겼다.


영화는 결국 코너 개인의 서사다. 엄마의 죽음을 앞둔 소년이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이야기. 하지만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영화 속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눈과 경험을 거쳐 결국 우리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 크고 작은 고통을 안고 산다. 누군가와 다투고, 누군가를 떠나 보내는 일은 우리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긴다. 영화는 코너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가진 상처와 고통을 보듬는다. 몬스터가 말하는 이야기의 핵심은 이거다. 고통을 직시하고 지금 이 순간 진심을 말할 것. 그것은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리고 ‘몬스터 콜’은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는다.


 

※ 필자 소개

이상헌. 영화를 혼자 보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사람. 시간은 한정적이지만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은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인생은 짧고 볼 만한 영화는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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