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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산업③] 기술기반 창업이 살아야 미래 산업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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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6일 09:00 프린트하기

※ 편집자주.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산업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 산업의 미래를 담당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국내 각 지역 및 산업에 맞는 새로운 구조가 필요합니다. 동아사이언스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내 제조업 기반을 튼튼히 하고, 미래를 담당할 첨단 산업의 조건과 그 창출 방법을 알아보는 ‘미래시대 미래산업’ 시리즈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①스마트 공장, 제조업 혁신을 꾀하다

② 바이오인공장기 기술로 바라보는 미래 첨단산업

③ 기술기반 창업 살아나야 미래 산업이 산다

④ 총정리-지역 특색 살린 한국형 혁신으로 돌파구 찾아야

 

 

올해 8월, 탄저균을 단 1초만에 검출해 분석까지 가능한 기술이 공개됐다. 탄저균은 치사율이 80%에 이를 만큼 치명적인 세균으로, 생물학 무기로 이용된다. 기존에 탄저균 검출에 쓰는 화학적 방법으로는 진단까지 빠르면 수 시간, 길면 하루 정도가 걸렸다.

 

이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게재되면서 미국 언론에서도 집중 보도한 바 있다. 연구를 진행한 KAIST(이하 카이스트)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팀은 3D 홀로그래픽 현미경에 딥 러닝을 적용해 위와 같은 연구 성과를 얻었다. 홀로그래픽 현미경은 레이저가 세포를 통과할 때 일어나는 굴절률을 계산해 그 값을 이미지로 구현한다. 빛의 굴절률이라는 고유한 물리량을 이용하기 때문에 환경이 달라져도 일정한 상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 교수는 3D 홀로그래픽 현미경 연구 분야를 세계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박 교수는 “지금도 병원 내 생물학교실에서는 형광현미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세포는 투명하기 때문에 세포 내에 형광물질을 투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세포는 죽는다”고 설명했다. 즉 기존 현미경으로는 염색 등의 과정 없이 살아있는 세포를 관찰할 수 없었다.

 

반면 홀로그래픽 현미경은 빛을 이용하기 때문에 별 다른 처리 과정 없이 살아있는 세포를 관찰할 수 있다. 또 3차원 홀로그래픽 현미경을 이용하면 세포의 3차원 영상을 볼 수 있고, 세포의 부피와 질량, 단백질 농도 등의 정보까지 측정할 수 있다.

 

토모큐브가 개발한 3D 홀로그래픽 현미경(왼쪽)과 이 현미경으로 찍은 세포 이미지. 위에서부터 적혈구, 백혈구, 간세포 이미지다. - 토모큐브 제공
토모큐브가 개발한 3D 홀로그래픽 현미경(왼쪽)과 이 현미경으로 찍은 세포 이미지. 위에서부터 적혈구, 백혈구, 간세포 이미지다. - 토모큐브 제공


● 과학을 하면 굶어야 한다?

 

3D 홀로그래픽 현미경은 박용근 교수가 창업한 회사 ‘토모큐브’를 통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토모큐브는 박용근 교수와 광학측정장비 사업 전문가인 홍기현 대표가 공동 창업한 기술기반 스타트업이다. 창업 이후 6개월 만에 창업 투자 기업인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제약회사 한미사이언스에서 30억 원의 투자를 받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교수가 직접 창업한 스타트업이 짧은 기간 안에 성공하기까지는 주변의 많은 도움이 있었다. 박 교수는 “카이스트 내에 창업원이라고 있는데, 다른 대학에 있는 산학협력단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이스트 창업원은 산학협력단과 큰 차이점이 있다. 박 교수는 “보통 대학에 있는 산학협력단은 직원들이 공무원 또는 교직원으로 구성돼 있다”며 “창업원은 교수들의 창업을 돕기 위해 새로 만들어진 기구”라고 설명했다.

 

실제 카이스트 창업원장은 90년대 중반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경험이 있는 김병윤 교수다. 박 교수는 “창업 경험을 토대로 한 조언을 들고 나니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고 성장시켜야 할지 금방 감이 잡혔다”고 말했다. 이어 “카이스트 창업원은 우선 회사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돕고 이후에 자발적인 기부금을 유도해 운영되고 있는 점도 큰 장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과학자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초과학을 하는 사람은 굶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은데 잘못된 생각”이라며 “실제 미국에서는 노벨상 수상자 중 다수가 창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덧붙여 “교수와 학생이 돈을 벌어야 좋은 인재가 계속 과학계로 유입되는 유기적인 생태계가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 대학원생에서 100억 투자금 유치한 벤처스타가 되기 까지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기업 플라즈맵은 의료용 저온 플라즈마 멸균기를 생산하는 기술기반 스타트업이다. 기존에는 외국 기업이 제작한 2~3억을 호가하는 대형 냉장고 크기의 멸균기가 주로 쓰였다. 따라서 규모가 큰 병원에서만 이용될 뿐 작은 병원에서는 의료 기구를 세척하고 멸균하는 과정에 일일이 사람 손이 필요했다.

 

직접 개발한 플라즈마 멸균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플라즈맵 임유봉 대표. - 이혜림 기자 제공
직접 개발한 플라즈마 멸균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플라즈맵 임유봉 대표. - 이혜림 기자 제공

플라즈맵이 개발한 제품은 이런 불편함을 해결한다. 우선 작은 의료기구들이 들어갈 만한 손바닥 크기의 전용 파우치를 만들었다. 파우치 윗부분에는 멸균제인 과산화수소가 들어 있는 공간이 있다. 사용한 의료기구를 파우치에 넣고 멸균기 안에 끼워 넣으면 바늘이 멸균제가 들어 있는 공간을 뚫는다. 이후 과산화수소가 기화되며 멸균이 진행된다. 멸균 시간은 5분 정도로 기존의 대형 기기에 비해 10분의 1밖에 걸리지 않는다. 멸균 과정을 거친 파우치는 멸균기 내에서 밀봉까지 돼 위생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플라즈맵의 멸균기는 작년 7월 말 의료기기 인증을 마치고 8월부터 판매가 시작됐다. 올해까지 국내에 40여 대 판매, 태국 이란 등 수출 계약만 100억 규모를 달성하는 등 큰 성과를 일궈냈다. 플라즈맵 임유봉 대표는 “ITS 장비 추적 시스템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로 판매된 모든 멸균기를 회사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며 “멸균 과정을 모니터링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사용자보다 회사에서 먼저 기기의 문제를 파악하고 조치를 취하는 고객 관리 서비스가 또 다른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대기업에 취업해 회사생활을 하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그는 카이스트 물리학과 플라즈마 실험실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며 자연스럽게 사업에 대한 구상을 하게 됐다. 임 대표는 “플라즈마를 산업에 어떻게 적용시킬지 고민을 하다가 처음엔 막연하게 식품을 살균하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했다”며 “이후 비즈니스모델을 세우는 과정에서 엑셀러레이터의 조언을 통해 의료기기로 타겟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타겟을 바꾼 뒤 나간 시장조사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잠재적 고객인 병원 원장 중에 일부는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적극적인 반응도 보였다. 실제 초기 투자금 30억 중에 5억은 이렇게 유치됐다.

 


● 성공하는 기술기반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토모큐브와 플라즈맵은 카이스트에서 시작된 성공적인 기술기반 창업의 사례인 것 외에 공통점이 많다. 우선 엑셀러레이터의 중요성을 꼽을 수 있다. 초기 창업기업을 발굴해 투자 유치 방법이나 비즈니스 모델 확립 등 사업 유지 및 발전을 위한 전반적인 멘토링을 제공하는 회사나 기관을 엑셀러레이터라고 한다.

 

엑셀러레이터 개념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됐다. 현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에어비엔비, 드롭박스 등이 모두 엑셀러레이터를 통해 배출됐다. 최근 국내에서도 엑셀러레이터의 중요성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8년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에어비앤비는 현재 세계 최대의 숙박 공유 서비스가 됐다. - Airbnb 제공
2008년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에어비앤비는 현재 세계 최대의 숙박 공유 서비스가 됐다. - Airbnb 제공

 

토모큐브와 플라즈맵 모두 창업 초기부터 엑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도움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이다. 플라즈맵 임 대표는 “기술적 측면에서는 국가핵융합연구소,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도움이, 사업적 측면에서는 대전에 위치한 엑셀러레이터의 도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토모큐브 창업 준비 중인 박용근 교수에게 광학측정장비 사업 20년 경력의 홍기현 대표를 소개한 것도 블루포인트파트너스다.

 

임 대표는 “연구원 출신은 아무래도 기술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따라서 사업 모델 개발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고, 특히 투자까지 이어지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 역시 “대덕밸리를 비롯해 우리나라 연구 수준은 각 분야를 리드할 수 있는 연구자가 갈수록 늘어나며 국제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며 “경험 있는 사람이 사업 모든 과정에 대해 코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기술기반 창업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

 

미국의 한 대형 컨설팅 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2000~2012년 미국 주요 스타트업의 평균 총 자산 이익률은 16.8%로, 대기업의 7.1%에 비해 높다. 즉, 기술기반 창업은 짧은 사업 기간에도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해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미국은 2011년 정책을 통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 역시 국가 주도의 창업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창업 클러스터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014년부터 창업을 국가 경제 발전의 중심 축으로 규정하고 창업 지원 플랫폼인 ‘중창공간’을 통해 제도적인 지원을 하고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스타트업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부르는 ‘중관춘’을 거점으로 성장해 현재 중국 IT대기업이 된 사례가 많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중관춘. 1988년 중국 최초로 지정된 첨단 기술 개발구로 공식 명칭은 '베이징시 신기술 산업개발시험구'다. - BAIDU 제공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중관춘. 1988년 중국 최초로 지정된 첨단 기술 개발구로 공식 명칭은 '베이징시 신기술 산업개발시험구'다. - BAIDU 제공

영국에는 기술기반 창업 클러스터인 런던 테크 시티(Tech City)가 있다. 여기에는 5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집중 위치해 있다. 정부는 테크 시티를 중심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50개의 스타트업을 선정해 유치하는 ‘Future Fifty’ 사업을 2013년 운영한 바 있다. 또한 기술기반 창업 기업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 대학 등에 있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기술기반 창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 중이다. 특히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가 성공사례로 꼽힌다. TIPS는 민간 주도로 우수한 기술 아이템을 보유한 창업팀을 선발해 투자 운영사와 정부 자금을 지원해 집중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창업 국가’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스타트업 지원 환경이 잘 갖춰진 이스라엘의 창업 육성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했다.

 

토모큐브와 플라즈맵 모두 TIPS 지원을 받았다. 박용근 교수는 “TIPS는 투자 전문가인 엑셀러레이터가 투자에서 투자 선정에 필요한 발표까지 모두 해준다”며 “엑셀러레이터는 기술력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서도 사업성이 있는지를 판단해 투자를 결정하고, 창업팀은 지원을 위해 해야 하는 서류 작성 등 추가 업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TIPS 지원금은 올해 기준 약 740억 원으로 수요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다. 엑셀러레이터 어센도벤처스 (ASCENDO VENTURES) 이정석 대표이사는 “현재 대전밸리를 중심으로 기술기반 창업이 이루어지지만 다른 지방에도 좋은 교수님들과 기술, 연구가 많다”며 “지방에는 스타트업을 하기에 필요한 인력이나 투자자 네트워크 확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지방일수록 진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하드 테크(Hard-Tech)와 딥 테크(Deep-Tech)가 묻히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이노밸리 활용해 기술기반 창업 지원

 

그렇다면 기술기반 창업에 대한 지역 불균형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우리나라에는 이노밸리로 통칭하는 지역별 첨단연구단지가 있다. 현재 중앙 정부에서 관리하는 이노밸리는 대전에 있는 대덕밸리를 비롯해 광주, 대구, 부산, 전북 등에 있다. 여기에 광역 또는 기초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안산사이언스밸리, 경기북부테크노밸리 등도 있다.

 

이런 이노밸리는 지역별로 특화된 과학기술 분야를 기반으로 조성돼 있다. 수원시 이의동 동수원 IC 부근에 있는 광교 테크노밸리는 바이오 기술과 나노 기술을 중심으로 융합된 산업 부지다. 따라서 이곳에는 나노소자특화펩센터,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같은 각 분야에 적합한 인프라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창업 단계별 인프라 보육을 수행 중이다.

 

이 같은 이노밸리를 활용해 지원하면 기술기반 창업의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플라즈맵 임유봉 대표는 “플라즈맵의 성공적인 운영에는 대덕밸리를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 큰 이점이 됐다”며 “주변 인프라를 고려한 기술을 사업화 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취재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이혜림 기자

pungni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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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6일 09:00 프린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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