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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배터리 이슈, 무엇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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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9일 18:30 프린트하기

 애플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배터리에 따른 구형 기기 성능 조정’에 대해 사과하고 대책을 내놓았다. 핵심은 ‘배터리가 소모품이기 때문에 성능 조정을 통해 최적화’하려고 했다는 점과 ‘배터리 교체 프로그램을 50달러 내리겠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분위기가 워낙 뒤숭숭하기 때문에 이 사과로 소송을 비롯한 여론이 당장 가라앉지는 않겠지만 애플의 발표로 이 성능 조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해졌다.


성능 조정과 전력 관리의 미묘한 차이

애플이 iOS로 구형 기기의 성능을 조정한 것은 지난해 말이었다. iOS 10.2.1부터 적용됐고, 아이폰6와 아이폰6s, 그리고 아이폰SE까지 적용됐다. 애초 목표는 기기의 성능을 직접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기기가 최고 성능을 긴 시간동안 꾸준히 내야 할 때 적절한 전원 관리를 하는 것이다.

리튬이온이나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꾸준히 그 성능이 떨어진다. 최대 충전 용량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저항이 높아지면서 넉넉한 전압과 전류를 꾸준히 흘려보내는 것도 어렵게 된다. 이 때문에 간혹 날씨가 매우 추운 날 배터리 소모가 늘어나고, 심지어 그대로 전원이 꺼지기도 한다. 아이폰은 날씨에 조금 더 예민한 편이었고, 결국 배터리 성능에 따라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전력 관리의 룰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마침 애플은 이 업데이트가 시작될 즈음인 2016년 12월에는 배터리 때문에 아이폰6가 갑자기 꺼지는 것 때문에 배터리 무상 교체 프로그램을 실행하기도 했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이 업데이트는 지난해 겨울을 무사히 넘겼다. 새로운 전력 최적화 규칙이 잘 먹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올해 겨울이 다가오자 성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벤치마크 테스트 성능도 떨어졌다. 벤치마크 테스트는 극단적으로 최고 성능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성능을 기록하는 것으로, 애플이 소프트웨어로 제한하는 버스트 모드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벤치마크 테스트 값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이유다.

실제로 이런 전력 관리는 애플이 의도적으로 성능을 조정했다고 해석하기에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왜 1년 사이에 그 성능 차이가 크게 느껴졌을까? 애플은 이 전력 관리 로직을 이렇게 설명한다.

“전력 관리는 기기의 온도, 배터리 충전 상태, 배터리 임피던스를 종합적으로 확인하며 작동합니다. iOS는 이러한 변수들을 고려하여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만 CPU 및 GPU와 같은 일부 시스템 구성요소의 최대 성능을 다이나믹하게 관리하여 예기치 않게 전원이 꺼지지 않도록 합니다.”

일단 갑작스럽게 전원이 꺼지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를 위해 배터리 상태를 체크해 적절한 성능을 만든다는 것이다. 곧, 배터리 성능이 떨어져서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지 못한다면 기기의 전력 관리는 더 극단적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 배터리는 1년 전보다 더 열화됐고, 상대적으로 화학 배터리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겨울이 다가오면서 효과가 더 극단적으로 다가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애플은 그 영향도 밝혔다. 버스트 모드를 제한하기 때문에 ▲앱을 실행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화면을 스크롤할 때 프레임이 떨어질 수 있다. 백라이트를 조금 더 어둡게 하고 스피커의 음량이 3db까지 낮아지기도 한다. 백그라운드 앱을 유지하는 시간도 줄어든다. 배터리 상태가 가장 심각하다고 판단하면 카메라 플래시를 제한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화 통화와 사진, 영상 품질, GPS, 센서, 애플페이 등은 전력 관리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게임을 비롯한 무거운 앱에서는 그 차이를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배터리는 지속적으로 더 나빠지기 때문에 구형 아이폰의 성능은 계속해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목적은갑자기 꺼지지 않도록 하는 '

하지만 이런 정황으로 봤을 때 애초 의혹으로 제기됐던 ‘신형 기기로의 전환’을 목표로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만약 그랬다면 전반적으로 모든 부분에서 성능을 낮추거나 기능을 제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벤치마크 테스트를 인식해서 치팅할 수도 있다. 전력 조정은 실시간으로 판단해서 이뤄지고, 그 목표는 꺼지지 않도록 하는 데에 있다는 주장은 그다지 억지스럽지 않다. 애플도 초기에 이용자들이 잘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미세하게 반응하면서 기대했던 효과를 냈던 것에 대해 만족스러웠을 게다. 하지만 올 겨울 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자 문제가 불거진 셈이다.

문제 해결은 간단하다. 배터리를 새 것으로 교체하면 된다. 아이폰을 충전기에 꽂아 두었을 때도 원래 성능으로 돌아온다. 애플이 79달러씩 받던 배터리 교체를 29달러에 해주겠다고 보상책을 마련한 것도 여기에서 시작된다.

이 사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력 관리 기술 그 자체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iOS10.2.1이 배포된지 1년 가량 큰 문제 없이 서서히 조정이 이뤄졌다. 기술적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대응이고, 구형 기기에 대해 단순히 새 OS를 배포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꾸준히 사용자 경험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예이기도 하다. 처음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애플이 ‘사용자 경험을 위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애플이 사과문에서 밝힌 것처럼 ‘가능한 한 아이폰을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미리 알렸더라면...

 

하지만 이 상황을 시장이 먼저 해석해냈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는 느낌은 전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력 관리는 그리 작은 일이 아니다. 특히 그게 점차 기기의 성능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이번에 발표한 전력 관리 정책에 대해서 미리 공개했어야 했다. 기대하지 않은 성능 조정은 이유를 떠나 부정적인 인식을 주기에 충분하다. 경우에 따라 전원이 갑자기 꺼지더라도 원래 성능을 요구하는 이용자도 있을 수 있다. 물론 기기가 갑자기 꺼지는 것 자체가 가장 안 좋은 경험이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조정이라고 해도 선택권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게다. 아이폰에는 이미 배터리를 아껴쓰기 위한 ‘저전력 모드’가 옵션으로 있기도 하다.

문제는 공감과 설득에 있다. 배터리의 상태를 미리 알려주고, 성능을 낮춰야 할 필요가 있는 기기는 배터리를 교체하라고 안내할 수 있다. 이미 아이폰 배터리는 극단적으로 성능이 떨어지면 교체하라고 메시지를 띄운다. 이를 좀 더 친절하게 안내했다면 상황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애플이 제시한 해결책도 결국 이 부분에 대한 대응이다. 애플은 2018년 초에 iOS 업데이트를 통해 배터리의 상태를 확인하는 기능을 넣어 배터리가 성능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2018년 1월부터 12월까지 배터리 교체 가격을 79달러에서 29달러로 내린다. 배터리 교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진행된다.

아이폰6 이후의 기기들은 배터리를 바꿔서 원래 성능을 되찾을 수 있다. 배터리 교체 가격을 빼고라도 이런 정책이 애초 적극적인 전력 관리와 함께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이 사건을 성능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로 보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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