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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영화] 2017년을 떠나보내며 ‘보이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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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30일 11:00 프린트하기

# 영화 ‘보이후드(Boyhood)’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엘라 콜트레인, 패트리샤 아퀘트, 로렐라이 링클레이터, 에단 호크

장르: 드라마

영시간: 2시간 45분

개봉: 2014년 10월 23일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2017년 한 해가 갔다. 사실 우리에게 날짜 감각이 없다면 12월 31일과 1월 1일도 그저 평소처럼 추운 오늘을 보내고 새로운 하루를 맞는 똑같은 풍경일 테다. 그러나 평생 숫자와 함께 살아야 하는 운명 속에서 연말연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아쉬운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어쩌면 지난해와 같은) 다짐을 하며 한 살 더 나이를 먹는다.

 

2017년 마지막으로 소개할 영화는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는 연말연시에 볼 만한 작품이다. 흘러가는 시간, 그저 본다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 어떤 경이로움을 자아내는 영화 ‘보이후드’다.

 

영화 ‘보이후드’는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중에서도, 예를 들면 7살처럼 특정한 시기만 다루고 싶지는 않았던 감독은 12년의 기간 동안 가상 인물의 어린 시절 전체를 조금씩 촬영하기로 마음먹는다. 단, 그 12년 동안 캐스팅을 바꾸지 않는 방법으로.

 

감독은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제작진을 꾸렸다. 영화 속에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갈 주인공 ‘메이슨’을 연기할 소년으로 엘라 콜트레인을 캐스팅했고, 메이슨의 누나 ‘사만다’ 역할은 자신의 딸 로렐라이 링클레이터에게 맡겼다. 배우 패트리샤 아퀘트가 아이들의 엄마 ‘올리비아’ 역할을, 감독과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을 함께한 에단 호크도 아빠 ‘메이슨 Sr.’ 역할로 참여했다. 이들은 2002년부터 12년 동안 매년 여름마다 모여서 15분 분량의 장면을 찍으며 하나의 영화를 완성해 나갔다. 그 시간 동안 세상은 계속해서 변해갔고, 각 시기를 상징하는 아이템들이 영화 속에 하나하나 담겨 있다.

 

보이후드 스틸 컷 제공
보이후드 스틸 컷 제공

어린 메이슨은 소니 TV를 통해 드래곤볼 애니메이션을 보고, 올리비아는 아이들이 자기 전에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을 읽어준다. 시간이 지나 아이들은 어느새 시리즈 6편 ‘혼혈왕자’ 출간 기념 프로모션에 참석한다. 동생을 놀릴 때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Oops!... I Did It Again’을 부르던 사만다는, 커서 팝가수 레이디 가가의 데뷔를 지켜본다. 9.11 테러 당시 부시를 비판하던 아빠는 시간이 지나 오바마의 선거 운동을 자발적으로 돕는다. 아이들이 즐기는 비디오 게임도 날이 갈수록 발전해 어느 순간에는 닌텐도 Wii가 등장하기도 한다. 시대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각 장면들에는 그 시대의 음악들이 흘러 나온다.

 

보이후드 제공

아이들은 매년 몰라보게 자랐다. 영화 안의 메이슨과 사만다는 물론이고, 영화 바깥의 엘라 콜트레인과 로렐라이 링클레이터도 그랬다. 둘은 메이슨과 사만다와 함께 자랐다. 영화 초반, 놀고 먹고 자는 것만으로 바쁘던 아이들은 어느새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를 고민하는 어른이 된다. 아이들 못지 않게 어른들도 나이를 먹었다. 청춘 배우였던 에단 호크와 패트리샤 아퀘트는 12년이 흘러 중년 배우가 되었다.

 

‘보이후드’는 러닝타임 165분 사이에 12년의 시간을 담는다. 그 시간의 흐름이 어느 가상의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볼 수 있게 만든 작품이다. 영화 초반에는 시간의 변화를 재빠르게 캐치할 수 없지만 영화가 흘러 갈수록 시간의 흐름도 더욱 명확해지고, 이는 관객에게 신비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다만 영화가 펼쳐 보이는 이야기 속에는 드라마틱한 사건은 없고, 등장인물들과 관련된 많은 것은 생략되어 있다. 관객들은 그 여백을 상상할 뿐이다.

 

사실 이 영화를 며칠이라도 먼저 보기 위해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필자는 영화가 끝난 후 마음 한구석에 ‘뭐야, 이게 끝이야?’하는 생각이 있었다. 극중 올리비아가 성장한 아들 메이슨을 대학으로 보내며 “뭐가 더 있을 줄 알았다”며 허무함을 깨닫는 순간처럼. 영화가 좀 더 극적일 순 없었을까. 하지만 칼럼을 준비하면서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에단 호크의 인터뷰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 일상에도 깊은 감명을 주는 몇몇 순간들이 있지만, 그 밑바탕에 깔린 오랜 시간과 수천, 수만 가지 평범한 일상들이 없다면 그 한 번의 순간은 결코 특별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 ‘시간’을 오롯이 경험하게 해준다.”

 

 

우리네 시간도 마찬가지다. 연말이 되면 뉴스를 통해 올해 기억할 만한 큰 사건을 몇 가지 묶어 소개하지만, 사람들이 보낸 1년 안에는 생각보다 크고 굵직한 사건이 많지 않다. 365일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일상이 모여 이루어진다. 각자 되돌아보면 누군가와 밥을 먹고 수다를 떨었던 일, 가족과 다퉜던 일, 날씨가 무척이나 추웠던 어느 겨울날 영화처럼 하얗게 눈이 내리던 순간이 다른 기억보다 더 강렬하게 남을 수 있다. 영화 ‘보이후드’는 메이슨과 그 주변 사람들의 ‘시간’을 통해 결국 인생이란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일임을 오랜 시간 담담하게 말해준다.  (사진출처= UPI코리아 ) 

 

 

P.S.

필자는 이 지면을 빌려 2017년 12개월간 매주 테마를 선정해 관련 영화를 직접 소개할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 2017년 새해를 맞이해 골랐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부터 이번 ‘보이후드’까지 총 51편의 작품을 소개했다. 대부분은 2000-2010년대에 개봉했고, 주로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였기 때문에 작품의 균형이 고르진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완성도를 갖춘 영화를 소개하고자 했다. 아래는 그 목록이다. 그동안 필자의 글에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독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2018년 새해에도 많은 분들이 좋은 영화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동아사이언스 2017년 테마가 있는 영화 (국내 개봉년도, 감독, 제작국가) >

 

1.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3, 벤 스틸러, 미국)
2. ‘트럼보’(2016, 제이 로치, 미국)
3. ‘이터널 선샤인’(2005, 미셸 공드리, 미국)
4. ‘가족의 탄생’(2006, 김태용, 한국)
5. ‘다음 침공은 어디?’(2016, 마이클 무어, 미국)
6. ‘족구왕’(2014, 우문기, 한국)
7. ‘지구를 지켜라!’(2003, 장준환, 한국)
8. ‘리얼 스틸’(2011, 숀 레비, 미국)
9. ‘가위손’(1991, 팀 버튼, 미국)
10. ‘헬프’(2011, 테이트 테일러, 미국)
11. ‘고백’(2011, 나카시마 테츠야, 일본)
12. ‘부당거래’(2010, 류승완, 한국)
13. ‘4월 이야기’(2000, 이와이 슌지, 일본)
14. ‘세 얼간이’(2011, 라지쿠마르 히라니, 인도)
15.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2016, 클린트 이스트우드, 미국)
16. ‘서칭 포 슈가맨’(2012, 말릭 벤젠룰, 스웨덴/영국)
17.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 제임스 건, 미국)
18. ‘업’(2009, 피트 닥터/밥 피터슨, 미국)
19. ‘죽은 시인의 사회’(1990, 피터 위어, 미국)
20. ‘나를 찾아줘’(2014, 데이빗 핀처, 미국)
21. ‘봄날은 간다’(2001, 허진호, 한국)
22. ‘내일을 위한 시간’(2015, 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벨기에/프랑스/이탈리아)
23. ‘그래비티’(2013, 알폰소 쿠아론, 미국/영국)
24. ‘이웃집 토토로’(2001, 미야자키 하야오, 일본)
25. ‘헤드윅’(2002, 존 카메론 미첼, 미국)
26.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 크리스 콜롬버스, 영국/미국)
27. ‘다크 나이트’(2008, 크리스토퍼 놀란, 미국)
28. ‘카모메 식당’(2007, 오기가미 나오코, 일본)
29. ‘파수꾼’(2011, 윤성현, 한국)
30. ‘스카우트’(2007, 김현석, 한국)
31.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2014, 사라 폴리, 캐나다)
32.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 루퍼트 와이어트, 미국)
33. ‘소셜포비아’(2015, 홍석재, 한국)
34. ‘옥자’(2017, 봉준호, 한국/미국)
35. ‘쿵푸팬더’(2008, 마크 오스본/존 스티븐슨, 미국)
36. ‘허트 로커’(2010, 캐서린 비글로우, 미국)
37. ‘시네마 천국’(1990, 쥬세페 페르나토레, 프랑스/이탈리아)
38.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 매튜 본, 미국/영국)
39. ‘타짜’(2006, 최동훈, 한국)
40. ‘스포트라이트’(2016, 토마스 맥카시, 미국)
41.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윤종빈, 한국)
42. ‘라라랜드’(2016, 데이미언 셔젤, 미국)
43.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2004, 강석범, 한국)
44. ‘인턴’(2015, 낸시 마이어스, 미국)
45. ‘10분’(2014, 이용승, 한국)
46.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3, 데이빗 O. 러셀, 미국)
47. ‘여배우는 오늘도’(2017, 문소리, 한국)
48. ‘배드 지니어스’(2017, 나타우트 폰피리야, 태국)
49. ‘미스 슬로운’(2017, 존 매든, 미국)
50. ‘몬스터 콜’(2017,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미국/스페인)
51. ‘보이후드’(2014, 리처드 링클레이터, 미국)

 

 

※ 필자 소개

이상헌. 영화를 혼자 보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사람. 시간은 한정적이지만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은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인생은 짧고 볼 만한 영화는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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