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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와 나는 무엇이 다를까? 구별점은 ‘이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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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05일 02:00 프린트하기

# 추운 겨울 따뜻한 라오스나 태국등 인도차이나 반도나 그보다 아래 위치한 인도네시아 등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나라에 가면 원숭이가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작은 눈망울로 올려다보는 원숭이를 바라보면 작은 간식거리를 건네고 싶어진다. 이를 실행에 옮기려 하면 바로 주위의 여행 안내원이나 현지 주민이 주의를 준다. 과자 하나로 인해 원숭이들이 상대를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사납게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원숭이 세계에선 양보란 없다.양보할 줄 모르는 것은 비단 원숭이뿐만이 아니다. 유인원도 마찬가지다.

 

#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을 보면 인간에게 반격하는 여러 유인원 중 침팬지가 가장 난폭하게 그려져 있다. 침팬지는 아프리카 북동부에서 중부, 서부지역까지 광활한 영토를 영위하며 숱한 경쟁을 극복해야 했다. 심지어 침팬지 사이에서는 '새끼 죽이기'란 현상도 관찰됐다. 이는 수컷 침팬지가 마음에 드는 암컷이 데리고 있는 새끼 침팬지를 죽여 암컷을 임신 가능한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다. 수컷 중심의 사회에서 침팬지들은 서열과 자손을 지키기 위해 폭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나아가 자신이 속한 무리에 해가 되는 상황이 닥쳐오면 똘똘 뭉쳐 대항한다.

 

이는 모든 유인원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일부 원숭이가 가진 이기적 습성이 자신이 속한 집단으로 확대돼 유인원의 특성으로 발전한 것이다. 최근에는 인간과 가장 가까우며 온순한 성향을 가진 영장류로 여겨졌던 피그미침팬치(이하 보노보) 역시 남을 도울 줄 모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GIB 제공
침팬지(왼쪽)는 뺨에 하얀 털이 있고 두개골 구조가 길지만 보노보는 털이 없고 두개골이 둥글다. -GIB, Duke University. 제공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인간은 어떨까? 지역별로, 또는 국가별로 집단적 이기주의를 보여준 사례는 역사적으로 무수히 많았다. 대부분의 전쟁이 발생한 이유기도 하다. 원숭이와 같은 개인주의까지 날로 심해지면서 남을 업신여기는 풍조를 빗대 ‘갑(甲)질공화국’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그럼에도 진화학자들 사이에선 유인원으로부터 사람 종을 구분짓는 원동력은 이기주의가 아닌 ‘이타주의’라는 것이 중론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스스로도 도움을 받기를 선호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이기적인 유인원과 이타적인 인간, 공통조상에서 나온 영장류의 진화행동학적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인간과 가장 닮은 영장류, 보노보 “너의 도움따윈 필요없어”


‘식당 종업원에게 무례한 사람은 절대로 믿지마라’라는 속설이 있다. 힘없는 사람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은 피해가라는 것이다. 그런데 영장목 중 인간과 매우 유사한  종인 보노보에서 무례하게 행동하길 즐기고 그런 행동을 하는 동료를 따르는 경향이 발견됐다. 암컷 위주의 사회를 형성, 평화를 지향하는 영장류로 생각됐던 보노보의 이기적 행동 양식이 확인된 의외의 결과다.


2012년 침팬지의 아종으로 아프리카 중부 콩고강 유역에 고립됐던 보노보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단 1.3%씩 차이가 나는 것이 밝혀졌다. 침팬지(1.6%)보다 더 유전적으로 유사해 인간과 가장 닮은 영장류로 확인된 것이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명확히 구분된다. 아프리카 북부 전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했던 침팬지와 달리 보노보는 먹이가 풍부한 콩고강에서 평온한 생활을 했다. 먹이를 두고 싸울 필요가 없어 보노보에선 수컷 사이의 서열이 사라졌으며 대신 암컷 중심의 서열이 자리 잡았다. 침팬지에서 나타나는 ‘새끼죽이기’현상도 보노보에선 관찰되지 않았다. 이런 특성 덕분에 보노보는 온순한 영장류로 꼽혀왔다.

 

 

침팬지는 아프리카 다양한 지역에서 살지만, 보노보는 콩고강 남쪽 일부지역에서 서식한다 - Nature 제공
침팬지는 아프리카 다양한 지역에서 살지만, 보노보는 콩고강 남쪽 일부지역에서 서식한다 - Nature 제공

그런데 4일 미국 듀크대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대 등 공동 연구팀이 보노보 역시 본능적으로는 무례한 행동을 즐긴다는 점을 발견,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콩고민주공화국의 ‘로라 야 보노보 보호구역’에서 성인 보노보 24마리를 데리고 다음과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보노보에게 만화 주인공 A가 사과를 떨어뜨리면 뒤따라가던 B가 그것을 주워서 A에게 전달하는 영상과 A에게 주지않고 B가 직접 먹는 영상을 반복해서 보여줬다. 또 다른 실험으로 특정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A를 돕거나 방해하는 B의 영상을 시청케 했다. 관찰 결과, 두 가지 실험에서 보노보가 후자의 상황을 선호하는 것을 확인했다.

 

논문 1저자인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대 진화인류학과 크리스토포 크루페예 박사후 연구원은 “보노보는 어떤 것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인지 명확히 인지했다”며 “그럼에도 (많은 보노보가) 무례한 행동을 하는 것을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영장류 사회에서 무례하다는 것은 지위가 높은 것”이라며 “암수를 떠나 본능적으로 무례한 행동을 즐기는 것은 본인의 힘을 자각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유인원의 경우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본능적으로 내재돼 있다는 설명이다.

 

● 보노보 암컷끼리는 서로 도와 … 생존 위해 계산된 행동일 뿐

 

다른 개체의 편의를 봐주지 않는 보노보 사회에서 유일하게 서로 돕는 행동이 관찰되는 건 암컷 무리다. 늙은 암컷이 젊은 암컷을 보호하는 것이다. 일본 교토대 영장류연구소 나호코 토쿠야마 교수팀는 보노보사회를 4년간 관찰한 끝에 늙은 암컷이 서열을 유지하기 위해 젊은 암컷을 돌본다는 연구 결과를 2016년 학술지 ‘동물 행동학’에 밝혔다.


보노보 사회에서 암컷은 사춘기 때 자신이 태어난 무리를 떠난다. 따라서 보노보 암컷은 본인이 생활하는 무리 속에서 보통 친혈육이 없이 홀로 견뎌내야 했다. 이런 암컷들이 상부상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로 협력하는 보노보 암컷 - Nahoko Tokuyama 제공
서로 협력하는 보노보 암컷 - Nahoko Tokuyama 제공

보노보 수컷들에서 서열이 사라져 폭력성이 약화된 것이 사실이지만 본능적으로 과시행동을 할 때가 있다는 점도 암컷이 서로 돕게 하는 역할을 했다. 수컷에 맞서기 위해 암컷들의 연합을 형성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암컷의 연대가 끈끈해 보노보 사회는 사실상 늙은 암컷과 늙은 수컷, 젊은 암컷 그리고 젊은 수컷 순으로 서열이 형성돼 있는 셈이다.

 

암컷이 서로 돕는 것은 종족보존을 위해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기도 하다. 당시 논문에서 토쿠야마 교수는 “늙은 암컷의 보호 아래 젊은 암컷은 늙은 수컷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며 “늙은 암컷은 자신의 자식에게 보다 젊고 튼튼한 암컷을 짝으로 맺어줘 번식에 이롭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만물의 영장 인간, '이타주의'가 진화 이끌어

 

원숭이는 지독히 이기적이고, 유인원은 이와 달리 자신에 무리에 한정해선 다소 부드러워진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대체로 다른 개체나 무리에 대해 이기적인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다. 인간도 이와 다를 게 없는 걸까?


진화 학자들은 인간이 이들보다 더 큰 무리를 만들어 사회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낯선 이까지 받아들이는 포용심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모은다. 즉 유인원에서 인간으로의 진화가 진행될 수 있었던 다양한 원인 중 하나로 인간이 가진 ‘이타성’을 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윈의 자연선택설 이후, 자신을 생각하는 이기심과 남을 돕는 이타심 중 어떤 것이 종족 보존에 도움이 될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이는 약 100년 뒤 영국의 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과 미국의 유전학자 조지 프라이스가 해답을 찾아내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해밀턴과 프라이스는 본인의 유전자를 후손에 남겨 종족을 보존하는데 남을 돕는 이타주의적 행동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그들은 본인의 유전자를 하나의 자식에게 물려주는 상황을 1로 가정했다. 특정 상황에서 이타적으로 행동를 하면, 행위자와 수용자 간의 유전자를 공유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그 값이 1보다 높아져 자손을 남길 확률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크루예폐 연구원 역시 “인간은 영장류 중 유일하게 호의를 베풀 수 있는 경향이 우세해 더 큰 무리로 협동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남을 돕는 본능이 유인원의 가계도에서 인간을 구분짓는 특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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