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최근 대학별 입시 제도가 다양해지면서 수석 합격자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스펙’도 다양해졌다. 과학동아는 대학 입학본부의 지원을 받아 수석 합격자에 부합하는 학생을 만나, 중·고등학교 시절 학업 방법을 듣고 이를 통해 대학 합격 비결을 분석했다. 2017학년도 KAIST 총장장학생으로 선발돼 입학한 오현창 씨는 KAIST 합격생들 중에서 상위 1%에 속한다. 오 씨는 “합격의 비결은 고교 시절 경험한 실패”라고 말했다.
2017학년도 KAIST 총장장학생으로 선발돼 입학한 오현창 씨는 KAIST 합격생들 중에서 상위 1%에 속한다. 오 씨는 “합격의 비결은 고교 시절 경험한 실패”라고 말했다.


늘 시험 기간처럼 공부하기 시작하자 성적이 올랐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공부하는 역량이 조금씩 늘었다. 같은 양을 공부해도 더 빨리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3학년 1학기 때도 동일한 전략을 유지했다. 최대한 많은 과목을 신청하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다. 그러자 3학년 1학기가 끝날 무렵에는 전교 1등이 돼 있었다. 늘어난 학습량은 어떻게 소화했을까.
논리적인 글쓰기에 주력
최근 각 대학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늘어나면서 학교생활기록부와 교사추천서, 자기소개서와 구술면접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KAIST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총 정원 750여 명 중 670여 명을 선발한다.
오 씨의 경우 성적이 조금씩 향상됐다는 부분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노력을 통해 성적이 점차 오르는 모습에서 성장 가능성을 보고 선발했다는 얘기를 교수님께 들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논리적인 글쓰기와 말하기도 중요하다. 학생부나 추천서는 교사가 직접 작성하는 만큼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는 것 외에 본인이 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하지만 자기소개서 작성과 구술면접은 본인이 한다.
오 씨는 이를 위해 평소 논리적인 글쓰기를 많이 연습했다. 논리적인 글쓰기는 공부 방식의 하나이기도 했다. 어떤 내용을 공부할 때 그 주제에 대해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서 머릿속에 목차부터 만들었다. 목차를 머릿속에 그린 뒤 전개해 나가면 논리적으로 풀어나가기 쉽다.
“실제 면접에서는 전공과 관련된 학문적인 내용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묻기 보다는 고교 시절에 내가 무엇을 했는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질문이 집중됐어요.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적힌 내용이 제가 실제로 한 일이 맞는지 확인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학부생 연구 지원하는 KAIST 선택
오 씨는 “고등학교 때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일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사람마다 생각의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시각을 마주하는 일이 창의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는 “타교 학생들과 함께 참가한 대회에서 어떤 주제에 대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데이터 해석 방식도 아주 다른 경우를 접했다”며 “이를 통해 시야가 넓어졌고 창의력도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씨는 고등학교 공부가 대학 입시를 위해서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고등학교에서는 이런 걸 도대체 왜 배우는지 회의적일 때가 많았다”며 “대학에 진학해보니 고등학교 때 배운 기초가 아주 중요하고, 기초가 탄탄해야 새로운 내용을 이해하기 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오 씨는 연구가 좋아서 KAIST에 진학했다. 서울대와 KAIST 중 어느 대학으로 진학할지 한차례 고민했지만, 학부생도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춘 KAIST에 끌렸다.
“KAIST는 1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지 않아요. 고등학교 때 공부만 했는데 대학을 선택하면서 평생 무엇을 할지 바로 결정하라고 하면 정말 어렵잖아요. 여기서는 1학년 때 다양한 과목을 공부하고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오 씨는 화학과 생명과학을 복수전공할 생각이다. 화학을 바탕으로 생명과학을 심도 있게 연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겨울방학부터는 정용원 KAIST 화학과 교수 연구실에서 단백질 연구에 참여한다. 단백질은 DNA에 의해 큰분자로 조립된 뒤 로봇처럼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어떻게 조립되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오 씨는 “고등학교 때 R&E에 실패했던 일이 오히려 이후 성적 향상의 계기가 됐다”며 “실패가 힘을 낼 수 있게 만드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조금 뒤처졌다고 생각해도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더 자세한 기사는 과학동아 1월호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