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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 하버드 의대생도 틀리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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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06일 19:00 프린트하기

합리적인 사고 능력은 인간만이 가진 인지적 특성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정말 인간은 합리적인 것일까요? 인간은 종종 감정과 충동에 사로잡혀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곤 합니다. 세계사의 수많은 사건들, 아니 각자의 개인사만 뒤돌아보아도 짧은 식견과 불합리한 판단으로 큰 손해를 본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하려는 것은 이성과 감정의 싸움 같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최적의 판단을 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얼음장 같은 침착함과 강철 같은 의지, 뱀같은 지혜를 가진 도사님이라도 해도,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빠지는 인지적 함정이 있다는 것이죠.

 

 

● 기저율 오류

 

위양성율이란, 검사에서는 양성으로 나왔지만 실제로는 질병이 없을 확률입니다. 그리고 유병율은 인구 집단에서 해당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분율입니다. 여러분이 의사라고 가정해 봅시다. 어떤 질병 검사의 유병율이 0.1%, 위양성율이 5%라고 해 봅시다. 환자에게 해당 검사를 시행했는데, 검사상 양성으로 나왔다면 해당 환자가 질병을 실제 앓고 있을 확률을 어느 정도라고 추정해야 할까요?


미 공군 맥딜 클리닉 Brandon Shapiro 제공. 모든 검사는 위양성, 즉 질병이 없는데도 질병이 있다는 결과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검사 결과를 보고 실제 환자가 질병에 걸렸을 확률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HIV에 감염되지 않았는데, 환자에게 위양성 결과를 섣불리 말하여 자살한 사례도 있다. - http://www.macdill.af.mil 제공
미 공군 맥딜 클리닉 Brandon Shapiro 제공. 모든 검사는 위양성, 즉 질병이 없는데도 질병이 있다는 결과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검사 결과를 보고 실제 환자가 질병에 걸렸을 확률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HIV에 감염되지 않았는데, 환자에게 위양성 결과를 섣불리 말하여 자살한 사례도 있다. - http://www.macdill.af.mil 제공

약 절반의 하버드 의대생 및 의사들이 정답을 95%라고 답했습니다. 위양성률이 5%이니까, 실제 병이 있을 확률은 95%라는 식이죠. 물론 정답이 아닙니다. 놀랍게도 정답을 맞춘 사람은, 다섯 명 중 한 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 베이즈  추론


조금 복잡하지만 베이즈 추론을 사용하면 다음과 같이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너무 어렵다고요? 수식을 사용하니 괜히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아주 간단한 논리입니다.


환자 1000명을 모아 검사하면, 실제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죠(유병율 1/1000). 그러나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온 사람은 약 오십 명입니다(위양성률 5%). 오십 명 중 한 명이므로,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와도 실제 병이 있을 가능성은 고작 2%에 지나지 않습니다.

 


 

● 인간은 합리적인가


어렵지 않은 검사 결과를 보고도, 대부분의 사람은 95%의 확률로 질병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실제 질병이 있을 확률은 고작 2%. 엄청난 차이입니다. 수재만 모여있다는 하버드 의대생들의 정답률도 고작 20%가 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인간은 왜 이렇게 비합리적일까요?


이는 인간의 인지 기능이 과거의 환경에 적합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인지 기능은 완전히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지만, 완전히 합리적인 것도 아닙니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적 결과를 찾았죠. 사람들의 인지 능력은 위험 회피나 배우자 탐색, 식량 확보, 지위 추구 등의 과업을 위해서는 아주 잘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보죠. 길에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멋진 신사. 그러나 내가 예뻐서 쳐다볼 확률과 얼굴에 밥풀이 묻어서 쳐다볼 확률은 동일합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두 가지 가능성에 똑같은 비중을 두고 판단해야 합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예쁜 것은 알아가지고! 흥’하는 반응을 보이죠.

 

 

People's Cyclopedia of Universal Knowledge (1883). 인간의 지적 능력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절대 완벽하지 않을 뿐 더러, 상당히 유치하기도 하다. 인간의 인지 능력은 개인적, 그리고 역사적으로 과대 평가된 측면이 강하다. - wikimedia 제공
People's Cyclopedia of Universal Knowledge (1883). 인간의 지적 능력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절대 완벽하지 않을 뿐 더러, 상당히 유치하기도 하다. 인간의 인지 능력은 개인적, 그리고 역사적으로 과대 평가된 측면이 강하다. - wikimedia 제공


조금 어렵게 말하면, 인간의 합리성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합니다.


 

3 합리적 이성의 몇 가지 종류. 인간이 어떤 종류의 이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분분하다. - 박한선 제공
3 합리적 이성의 몇 가지 종류. 인간이 어떤 종류의 이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분분하다. - 박한선 제공


첫째, 인간은 신과 동일한 무한한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이죠. 물론 불가능합니다. 인간은 모든 요인을 전부 고려하여, 각각의 이성적 가능성을 판별하여 최적의 해결책을 찾지 않습니다. 그렇게 한가하지도 않을 뿐 더러, 이를 실현할 만큼 뇌가 충분히 크지도 않죠. 하지만 정말 난해한 물리학 이론을 읽거나 베토벤의 걸작을 듣다 보면, 혹시 인간 이성의 한계는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둘째, 인간의 이성은 완벽하지만, 시간이나 자원을 고려해서 적당한 선에서 타협한다는 가설입니다. ‘시간과 정보가 충분했다면, 분명히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었을 텐데……’한다는 식이죠. 하지만 이 가설도 좀 이상합니다. 실제 상황에서 별로 쓸 일도 없는, 초월적 이성을 가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종종 긴 세월이 지나서야, 어떤 문제의 해결책이 탁! 떠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충분히 긴 시간과 경험이 있다면, 완벽한 이성적 판단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죠.


셋째, 이성적 판단의 만족화 전략입니다. ‘달성할 수 있는 이득의 대략적인 예상치를 설정한 후, 이 수준에 도달하는 순간 더 이상 해결책 탐색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구입한다고 합시다. 세상의 자동차를 모두 검색하여, 최적의 차량을 찾는 것도 방법입니다. 아마 몇 년 동안 다른 일은 작파하고, 검색 작업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3000만원 이내에서 가족을 모두 태울 수 있는 튼튼한 차’라는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드는 차가 나타나면 바로 결정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허버트 시몬이 제시한 만족화 기반 전략이라고 하는데, 제한적인 이성을 가지고도 충분히 잘 적응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넷째, 경험칙에 따른 자동적 판단 전략입니다. 진화적 역사나 생태학적 압력에 의해 빚어진 인간의 인지 기능은 해당하는 상황에 더 적합하게 작동한다는 것이죠. ‘붉은 과일은 먹을 수 있다’, ‘많은 사람이 하는 행동은 따라하는 것이 좋다’, ‘처음 들어본 것보다 예전에 들어 본 것을 선호해라’, ‘될 수 있으면 평균 이상을 추구해라’, ‘잘 모를 때는 중간값을 선택한다’ 는 등의 자동화된 판단이죠. 인간은 이런 식의 자동화된 인지 회로를 가지고 있지만, 기계적으로 따르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아마 진정한 지혜란, 이러한 여러 전략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능력인지도 모릅니다. 몇 년 아니 평생토록 고민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도 있고, 그저 충동이 따르는 대로 결정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과연 ‘이성’은 정말 ‘이성’적인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가장 훌륭한 합리적 이성이란, 결국 오랫동안 진화해 온 ‘인간성’에 바탕을 둔 비이성적 문제 해결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인류의 신체와 정신, 질병에 대한 의학적, 인류학적 의미를 공부했다. 현재 동화약품 연구개발본부에서 심신을 치유하는 좋은 약을 개발하며,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신경인류학 논문을 쓰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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