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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8] 인텔, 기술을 숨기고 미래를 그리다....그런데 CPU 보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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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10일 12:01 프린트하기

우리는 기술 과잉, 혹은 정체 시기에 살고 있는 것 아닐까? 특히 CES를 비롯한 기술 전시회는 기업들에게 무엇인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강요 아닌 강요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가끔 든다. 우리에게 그렇게 필요한 것 같지 않지만 급하게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술들은 그렇게 엄청난 비용을 들여 개발되고, 또 그렇게 사라져 갔다. ‘살아 남은’ 기술들은 뭐가 달랐던 걸까?

 

그 부분에 대한 답은 ‘명분’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왜 그 기술을 받아들이고, 이용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잘 설득했기 때문이다. 이번 CES 2018에 앞서 열린 기업들의 기자간담회 내용들을 보고 어딘가 근질근질했는데, CES의 가장 큰 이벤트인 인텔의 기조 연설이 끝난 뒤에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올해 CES의 주제는 바로 이 기술의 명분 찾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프로세서의 위기, 그리고 다음 세대의 컴퓨팅

 

요즘 인텔의 굵직한 이벤트들에서 반도체나 프로세서 기술에 대한 이야기는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시장에서 이제 더 이상 몇 기가 헤르츠니, 코어가 몇 개 들어 있니, 심지어 그 설계 구조가 어떻게 바뀌었느니 하는 이야기는 전혀 관심 거리가 아니다. 그 관심이 멀어지는 것은 기술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다. 대신 세상의 호기심은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몇 가지 결과물에 달려 있다. ‘인텔 인사이드’ 스티커 하나로 반짝이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인텔 스스로, 반도체 업계가 스스로 기술의 활용처를 찾는 시대가 왔다. 기술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각 산업들이 기술을 받아들여 산업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플랫폼 자체가 관심사가 됐다는 이야기다.

 

인텔의 요즘 주요 관심사는 데이터에 있다. 인텔이 키노트에서 쏟아낸 이야기들은 드론,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음악, 자율 주행 자동차, 가상현실 등이었다. 인텔은 완성된 결과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파트너들을 무대에 올렸다. 콘텐츠들이 이 기술을 이용해 풍성해지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고성능 반도체 기술들이 숨어 있다. 키노트 직전의 쇼는 이를 잘 보여준다. 머신러닝과 함께 하는 음악 연주, 드론과 함께 하는 춤 무대 등 기존의 경험들에 딱딱한 기술들이 더해지면서 더 풍성한 무엇인가를 만들어준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무대에 오른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CEO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최근 프로세서 보안 이슈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CES의 기조 연설은 이슈 이후 미디어와 만나는 첫 무대인 셈이다.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CEO는 “우리에게는 여전히 고객의 데이터를 지키는 보안이 중요하다”며 입을 열었다. “아직 이와 관련된 보안이나 성능에 대한 영향은 없었고 보안 패치를 통해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5년 내에 출시된 제품에 대해서는 1월 안에 업데이트로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고, 관련된 운영체제나 하드웨어의 펌웨어 업데이트 등을 적용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당장 속 시원한 답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인텔은 꾸준히 성능이나 보안의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이 문제는 정확한 보안 관련 보고서와 패치 이후 테스트를 지켜봐야 할 일이다.

 

프로세서 보안은 그 자체로 기술적 이슈가 되고 있지만 이는 전통적인 프로세서 기술의 진화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예이기도 하다. 현재 닥친 컴퓨팅 환경에 대해 되돌아보고 또 다른 형태의 컴퓨팅 환경에 대한 방향성을 가다듬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컴퓨팅의 이유, ‘콘텐츠’

 

인텔 기조 연설의 주제는 대부분 콘텐츠에 쏠려 있었다. 가장 먼저 꺼내 든 것은 ‘몰입형 미디어(Immersive media)’다. 인텔은 최근 몇 년 동안 VR과 관련된 기술들을 끌어 모았다. 헤드셋에 대한 시도부터, 촬영과 영상 편집 등에 대한 기술들에 집중했다. ‘왜 VR 그 자체에 집중할까?’하는 의아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CES에서도 인텔은 VR을 강조했던 바 있다. 몇몇 기술은 흡수, 정리되고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그 브랜드를 ‘트루 VR’, ‘트루 뷰’ 등으로 잡았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인텔의 VR 기술 중에서 가장 흥미를 끌었던 것이 바로 이 트루 VR이다. 360도, 혹은 180도를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경기장 곳곳에 두고, VR 헤드셋을 쓴 이용자들이 원하는 자리에서 경기를 몰입해서 볼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경기장 전체를 수 십 개의 카메라로 둘러싸 3차원으로 경기장을 담는 것으로도 확장된다. 영화 매트릭스의 불렛(Bullet) 씬처럼 경기를 담는다.

 

인텔은 픽셀이 아니라 복셀(Voxel)이라는 개념도 설명한다. 픽셀이 2차원 정보를 담아낸다면 복셀은 Volume, 즉 공간 정보를 담아내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화면을 잡아내는 것을 떠나 경기 중계에 풍성함을 더해준다. 당장 다음달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 올림픽 중계에 적용된다.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CEO는 “스포츠를 보는 방법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30여개 이벤트가 이 트루VR을 통해 중계된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인텔은 아예 촬영장까지 새로 만들었다. 지난 가을 LA에 모션 픽처 스튜디오를 세웠는데, 이 안에는 아예 트루 뷰 촬영 솔루션이 갖춰져 있다. 영화를 360도로 촬영하고, 후반 작업을 통해 얼마든지 자유롭게 카메라 움직임을 정할 수 있다. 시연으로 보여준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은 어지러운 싸움 장면을 현란한 카메라 움직임으로 잡아냈다. 100여개 카메라로 촬영하기 때문에 굉장히 자연스럽게 영화를 3차원 데이터로 담아낼 수 있다. 영화 촬영의 방법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인텔이 VR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복셀 개념과 관계 지어볼 수 있다. VR로 담기는 경계 내용은 1분에 약 3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경기 하나가 끝나면 도서관 하나 분량의 정보가 생산된다. 결국 이를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이는 곧 컴퓨팅 파워로 연결된다. 단순히 “CPU 사세요”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기존 환경에 접목하고, 프로세서 기술은 그 뒤로 한 발 물러서는 셈이다. 하지만 프로세서가 왜 필요한 지에 대해서는 더 확실한 명분을 주는 것이다. 인텔이 오랫동안 어려워했던 ‘플랫폼 전략’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스포츠에 집중하는 것 역시 게임 그 자체보다도 비디오 처리와 스트리밍 등의 컴퓨팅 파워가 뒤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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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86, 그리고 PC를 벗어난 컴퓨팅 시대

 

컴퓨팅 파워의 수요가 높아지는 것은 인텔의 목표이기도 하다. PC를 더 파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곳에 프로세서가 쓰이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지금의 x86 프로세서의 영역만을 확장하는 것은 아니

다.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CEO는 양자 컴퓨터의 프로토타입도 선보였다.

 

로이히(Loihi)로 이름붙은 이 프로세서는 뉴로모픽 구조를 갖고 있다. 단순한 콘셉트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프로토타입 형태의 칩이고, 실제로 올해 연구 기관에 제공될 예정이다. x86을 비롯한 전통적인 프로세서의 시대가 한계에 부딪치는 상황에서 뉴로모픽 기반 프로세서 기술은 더 높은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머신러닝이 컴퓨팅의 주요 분야로 손꼽히는 상황에서 더 작은 데이터로 더 높은 학습 능력을 보여주기에 유리하다. 인텔의 프로토타입은 49큐빗의 퀀텀 비트 수준이다.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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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작은 컴퓨터에 대한 진화도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다. 키노트 말미에는 모빌아이의 창업자인 암논 샤슈아 박사가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CES에서 암논 샤슈아 박사는 브라이이언 크르자니치 CEO와 BMW의 간담회에서 손 잡고 파트너십을 이야기했는데, 1년 사이에 한 가족이 된 장면도 묘한 느낌이었다.

 

지난해 모빌아이와 인텔, BMW는 구체적인 자율주행 차량의 로드맵을 설명했던 바 있다. 이번 키노트 무대에도 암논 샤슈아 박사는 자율주행차로 보이지 않는 아주 매끈한 포드 토러스와 함께 등장했다. 5세대 EYEQ5 프로세서와 아톰 기반으로 작동하고, 12개 카메라와 라이다로 주변을 읽어낸다. 자동차에 반도체 기술을 더 많이 넣고자 하는 반도체 업계의 노력은 수십 년 동안 썩 신통치 않았지만 이제 자율주행차와 그 배경이 되는 반도체 기술은 자동차 기술 혁신의 가장 큰 열쇠가 되고 있다.

 

키노트 무대 곳곳을 장식했던 드론도 마찬가지다. 인텔이 왜 드론 개발에 투자할까에 대한 의문점은 사실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지만 수 많은 드론들을 동시에 제어하고, 심지어 100대의 드론이 GPS 없는 실내에서 정확한 좌표를 따라 움직이는 데모는 단순히 하늘을 날으는 비행 장치가 아니라 기기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규칙과 센서 기술 등이 더해지는 것이다. 자율 주행과 비슷한 기술이 연결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키노트를 통해 소개된 것 중에 눈에 띄는 새로운 기술은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주요 관심사였던 자율 주행 차량이나 VR도 그 자체로 더 급진적인 진화를 이어가진 않았다. 이번 CES의 특징이기도 하다. 기술이 상품화를 앞두고 있는 단계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시기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기술이 개념으로 소개되고, 상품화되어 나오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 사이에 관심을 유지시킬 수 있는 것은 기술의 당위성과 명분이다.

 

브라이언 크르자니치의 키노트는 프로세서 그 자체의 기술에서 컴퓨팅으로 무게를 옮기는 인텔의 현재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는 곧 꾸준히 ‘왜’를 이야기해야 하는 현재 기술 상황을 반영하기도 한다. 다행히 그 명분은 자리를 잡은 것 같다. 키노트를 장식한 드론 쇼나 음악 공연 등에 비친 객석의 환호가 이를 설명한다. 그리고 그 기술들이 실제로 결과물을 드러낼 다음 무대는 평창 동계 올림픽이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최호섭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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