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담요만 덮어도 도울 수 있어요! 야생동물 크라우드 펀딩 화제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8년 01월 17일 10:17 프린트하기

크라우드 펀딩 홈페이지에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투자금이 모자란 이, 새로운 제품의 반응을 보고 싶은 이들이 찾는다. 홈페이지의 특성상 유행에 민감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갖는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대기업이나 정부 관련 기관의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다.

 

12월 중순, 이 곳에서 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공공기관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충남 야생동물 구조센터다. 프로젝트 규모는 무려 3000만 원. 호기심에 당장 메시지를 넣었다.

 

젠벡(김혜승) 작가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를 보내왔다. - 젠벡 제공
젠벡(김혜승) 작가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를 보내왔다. - 젠벡 제공

 

프로젝트 명 ‘여기는 야생동물 구조센터|소책자 발행 기념담요’를 이끄는 사람은 일러스트레이터 젠벡 작가(김혜승, 25)다. 젠벡 작가는 동물 일러스트를 주로 그리는 작가다. 포트폴리오에 동물 작품만 100점이 넘게 있을 정도다. 고양이나 호랑이 같은 포유동물을 많이 그렸는데, 최근에는 새를 많이 그린다. 기사에 쓸 프로필 사진도 직접 그린 부엉이 그림으로 대신 보내왔다.

 

작가는 현재 충남 야생동물 구조센터(이하 충남 센터)와 손잡고 2월 6일까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구조센터에 오는 동물들의 사연을 담은 ‘굿즈’를 제작해 판매하고,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는 프로젝트다. 현재 일러스트나 도안 등 기본 작업을 끝내고 펀딩이 마무리가 되길 기다리고 있다. 프로젝트가 마감 되는대로 약속한 ‘굿즈’를 제작할 예정이다.

 

“가장 먼저 후원을 신청한 친구가 ‘내 후원은 먼지야? 펀딩을 했는데 티도 안 나(웃음)’라면서 연락이 왔어요. 4만 5000원을 후원하는 얼리버드 세트를 신청했다면서요. 뭔가 이상한 거예요. 프로젝트를 확인했다가 깜짝 놀랐어요. 3000만 원을 입력한 거예요.”

 

일손이 부족한 구조센터의 도움은 최소로 줄이면서 작가가 다른 사람을 쓰지 않고 혼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판을 ‘적당히’ 벌려야 했다. 작가는 300만 원 규모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실수로 키보드의 ‘0’을 한 번 더 누르는 바람에 3000만 원이 됐다며 걱정했다. 그러나 후원자들은 이 프로젝트가 300만 원 보다는 훨씬 크다고 판단했다. 이미 전체 목표액의 96%를 달성했다.

 

처음 프로젝트를 계획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판이 커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야생 동물과의 공존 메시지를 나름의 방식으로 전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다 알게 된 충남 센터 동물들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충남 센터에서 사람들을 맞는 ‘얼굴’ 역할을 하고 있는 너구리 ‘클라라’나 다른 동물의 이야기가 인상 깊어 무작정 제안서를 내밀었다.

 

“충남 센터는 대중과 소통을 열심히 하려는 구조센터예요. 야생동물 구조센터가 있어야 하는 이유와 역할을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일러스트를 조합해 야생동물과 센터, 사람과의 관계를 알리는데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위해 소책자, 스티커, 엽서, 벽걸이 등을 기획했다. 충남 센터의 조언을 받아 야생동물 구조센터의 상징이 될 동물을 골랐다. 삵과 황조롱이, 꾀꼬리, 올빼미, 제비같은 동물로 ‘굿즈’를 기획했다. 특히 야생동물 구조라고 하면 떠오르는 부상, 탈출, 회복 같은 자극적인 소재를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후원자의 마음을 끌기 위해 계획도 수정했다. 아기새 구조 요령 인포그래픽 벽걸이는 담요로 바꿨다. 이유는 간단했다.

 

“후원자들이 진짜 갖고 싶을 것 같은 아이템을 고민했어요. 캔버스 천에 인쇄한 벽걸이보다는 겨울철에 인기 있는 담요가 더 반응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거든요. 의도가 좋아도 실용성이 없고 후원자의 맘을 얻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각 굿즈와 기획 의도에 맞춰 그림체도 변화를 줬다. 엽서는 작가의 본래 스타일처럼 사실적이고 대담하게 그렸다. 소책자 ‘함께 살아가는 야생동물’은 야생동물 구조센터의 역할과 야생동물에 대해 알리는 안내 책자인 만큼 따뜻한 색채를 써 친절한 느낌으로 그렸다. 담요는 아예 그림체를 바꿨다. 포근한 담요 이미지 처럼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그림체로 담요용 아기 삵 캐릭터를 만들었다.

 

프로젝트에 포함한 일러스트 엽서.
프로젝트에 포함한 일러스트 엽서.

 

 

크라우드 펀딩에서 3000만 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현재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홈페이지에서 8번째로 후원금이 많이 모인 프로젝트다.

 

“갑자기 판이 커지는 바람에 추가 되는 부분에 대한 용도를 정확하게 결정하진 못했어요. 하지만 제 이윤을 많이 남기기 보다는 추운 겨울에 도움이 필요한 보호소에 후원하려고 해요. 정확한 규모와 종류는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충남 센터와 의논을 해야합니다.”

 

이런 프로젝트는 사실 ‘사서 고생’하는 일이다. 수많은 후원자와 소통하고, 의견을 받아 들이며 진행해야 한다. 각기 다른 업체와 일정을 조율하고, 배송하는 일은 업체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처음 제안서를 드렸을 때 충남 센터에서도 반신반의했어요. 절 믿고 함께 해달라고 설득했어요. 다행히 절 믿어주셨고요.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또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해볼 용기를 얻게 될 거예요. 다른 작가들과 더 재미있는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을 테고요.”

 

작가는 디자이너들이 생각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러스트만 그리는 것이라 아니라 다른 분야와 융합돼 멋진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람과 야생동물이 만났을 때 결과는 대부분 좋지 않아요. 유해 조수나 전염병 매개체로 취급되지 않으면 다행이지요. 하지만 함께 공존해야 하는 집단이고요. 야생동물 구조센터는 문명과 야생 동물 사이의 다리 같은 곳이에요. 이번 작업으로 많은 분들이 센터의 역할을 알고 도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젠벡 작가와 충남 야생동물 구조센터가 함께 진행하는 크라우드 펀딩은 2월 6일까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후원(☞여기는 야생동물 구조센터|소책자 발행 기념담요)이 진행된다.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 외에도 작가가 야심차게 준비한 단편 만화와 충남센터가 센터 전한 생생 소식을 볼 수 있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8년 01월 17일 10:17 프린트하기

 

혼자보기 아까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해 보세요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2 + 10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