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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의 사회심리학] ‘자존감의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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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20일 15:00 프린트하기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평소 멀쩡하게 있었더라도 어느 날 그 한 바구니에 충격이 가해지게 되면 모든 계란이 한꺼번에 깨지기 때문이다. 연구들에 의하면 자존감도 마찬가지다.

 

pixabay 제공
좋은 엄마, 실적 좋은 회사원, 뛰어난 연구자 등 무엇 하나가 무너지면 나라는 사람 전체가 와르르 무너진다는 예언은 금물. 자신의 상상을 통해 실현되어 버린다. (사진=pixabay)

 

자기 개념(self-concept)이란?


예일 대학의 심리학자 패트리샤 린빌 (Patricia Linville)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에게 사람의 특성을 설명하는 다양한 표현(성실한, 게으른, 반항적인, 활발한, 조용한, 충동적인, 유머러스한 등)이 담긴 33장의 카드를 주고 이 카드들을 이용해서 자신을 설명해보라고 했다.


사람에 따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정의, 자기 개념(self-concept)이 달라서 어떤 사람은 단 몇 장으로만 자신을 설명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은 카드를 스무 장, 서른 장씩 사용해서 훨씬 풍부한 내용으로 스스로를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린빌에 의하면 자기 자신을 규정하는 내용의 복잡성이 다소 높은 사람의 예는 다음과 같다.

 

표에서 볼 수 있듯 ‘성실한’과 ‘게으른’ 같이 서로 상반되는 특성이 한 사람을 설명하기도 하고, 혼자일 때 VS. 친구와 함께일 때의 모습이 서로 다르듯 사람을 구성하는 특징들은 늘 동일하기보다 상황과 역할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자기 개념은 보통 다면적(multifaced)인 경향을 보인다. 


자기 개념을 내용별로 보면 크게 특정 사건이나 행동(나는 매일 5시간 운동한다), 꾸준히 관찰되는 자신의 일반적 특성(나는 성실한 학생), 성격(외향적인), 역할(엄마/아빠, 학생/회사원), 신체적 특성(얼굴이 길쭉한), 소속 집단 (여성/남성, 한국인, 동양인), 능력(손재주가 좋거나 계산 능력이 좋거나), 선호(체식주의자, 자연주의 등), 목표(ㅁㅁ가 되고/하고 싶은), 기억(2007년 여름), 관계(ㅁㅁ의 친구) 등이 흔히 관찰된다고 한다. 여러분의 자기 개념은 어떤 모습인가?

 

 

자기 개념이 복잡할수록 좌절이 덜 하다


린빌은 이 자기 개념의 복잡성(개수 + 각각의 독립적인 정도)에 초점을 맞춰 만약 자신의 정체성을 비슷한 것들 몇개로만 구성해서 자기 개념이 단순한 사람들의 경우 하나가 무너지게 되면 도미노처럼 자존감이 와르르 무너지는 반면, 자기개념이 복잡한 사람들은 어느 한 가지가 타격을 입어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일례로 좋은 엄마, 실적 좋은 회사원, 뛰어난 연구자 등 무엇 하나가 되는 것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기거나, 이 한 가지가 무너지면 나라는 사람 전체가 와르르 무너진다고 생각해버리면 그 예언은 자신의 상상을 통해 실현되어 버린다. 사실 내 삶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지만 그걸 ‘전부’라고 생각해 버리는 순간 아주 작은 실패에도 세상이 무너지는 좌절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린빌의 연구에 의하면 실제로 자기 개념이 복잡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똑같이 하위 10%의 처참한 성적을 거두어도 비교적 덜 실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제는 잘 못했지만 ‘나는 여전히 손재주가 많고 호기심이 왕성하며 좋은 친구들을 많이 가지고 있고 땀흘려 운동할 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임을, 내 삶에는 여전히 많은 행복 거리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14일 동안의 추적연구에서도 자기 개념이 복잡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몇 가지 기분 좋거나 기분 나쁜 일에 의해 기분이 요동을 치는 정도가 덜 한 등 ‘평정심’을 더 잘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를 포함, 글을 쓰는 등의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도 일이 조금 잘못되기라도 하면 마치 ‘나’라는 사람 전체가 우르르 무너져 내린 것처럼 힘들어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아마 ‘나의 작품 = 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작품들이 중요하긴 하지만 여전히 내 삶의 일부일 뿐이고 거쳐가는 하나의 과정일뿐이다.

 

내 삶은 분명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경험과 특징들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점에서 다양한 경험과 역할을 체험하는 것이 우리 삶이 얼마나 크고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알려줄 수 있는 좋은 자극제라고 본다. 자존감을 한 바구니에 몰아 담지 말자.

 

Linville, P. W. (1985). Self-complexity and affective extremity: Don't put all of your eggs in one cognitive basket.?Social Cognition,?3, 94-120.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내 마음을 부탁해>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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