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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고래 아빠의 변명, 근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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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20일 18:00 프린트하기

‘도대체 왜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그렇게 마셔?’ 중학생 아들이 40대 중반 아버지에게 묻는다. 술 마시고 밖에서 잠들고 바지에 오줌도 싸는 등 이런저런 실수를 일삼던 아버지를 이해하기 어려워서였다. 아버지는 ‘사는 게 뜻대로 안 되서 그래’라는 소년으로선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답을 내놓는다.

 

술을 드시고 기분 좋게 치킨을 사 들고 들어오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우리 추억 속에 있다. 해가 바뀐 뒤 새롭게 출발하자고 마련된 회사 회식 때문인지 집에 오기 싫어 혼자 약속을 만들어서 마셨던 건지는 알 수 없다.

 

가족의 단란함은 딱 거기까지. 이 대목에서 누군가는 했던 말을 주구장창 반복하는 아버지를 떠올릴 것이고, 어떤 이는 행패를 부리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의 기억이 생각날 수도 있다.

 

왜 우리의 아버지들은 술을 적당히 마시지 못하고 인사불성이 되도록 들이키는 걸까? 사회경제적, 의학적 측면을 아우르는 술에 관한 다양한 논문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는 가운데, 최신 연구결과들이 말하는 ‘술고래 아빠의 변명’ 속으로 들어가 보자.

 

GIB 제공
GIB 제공

● 왜 우리 아빠들은 술을 절제하지 못하나?…사회 경제적 구조 때문

 

지난 1일 학술지 ‘프폰티어스 인 사이콜로지’에는 ‘74개 국가에서의 문화적 가치와 술 소비 사이의 사회적 관계 분석’이란 논문이 실렸다. 요점은 국가별로 뿌리깊은 사회문화적인 가치가 술 소비의 핵심 지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아빠들이 환영할만한 내용이다. 일로 인한 스트레스로 술을 많이 먹을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놨기 때문이다.

 

포루투칼 루지아다대 심리학과 리처드 인만 박사후 연구원팀은 경제정책, 위계질서, 자율성 등 사회구조와 술 소비량간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의 술 소비 자료를 활용했다. 유럽 35개국, 아프리카 7개국, 동아시아 5개국 등 74개국이 포함됐다.

 

그 결과 자율성과 균형성에 방점을둔 국가에서는 개인의 술 소비가 줄었던 데 반해, 위계질서가 강한 나라에서는 술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을 발견했다. 특히 남성의 경우 위계질서가 강한 직장에 다닐수록 술 소비가 많다는 분석도 함께 나왔다. 인만 연구원은 “사회가 더 자율적이고 덜 전통적일수록 술 소비가 적을 것”이라며 “다른 어떤 요인보다 직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술 소비에 작용하는 비중이 컸다”고 말했다.

 

한국사회가 점차 자율적으로 변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조직에서 위계질서가 명확히 자리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남성은 직장에서 갈등을 겪을 때 술을 마시며, 예상보다 더 많이 먹어 실수를 저지르게 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엄마보다 아빠의 술취한 모습을 자주 마주하게 되는 이유도 사회 구조에 기인한다. 남성이 여성보다 직장에 다닐 확률이 높아서다. 2016년 4월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30대그룹의 남녀 재직자 성비가 8대 2로 남자가 4배 더 많다고 밝혔었다. 중소기업까지 확대해도 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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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코올중독 걸릴 확률은 아빠보단 엄마가 높다

 

술 마시고 집에 와서는 더 마시겠다며 술상을 요구하는 아빠. 가끔씩 너무 화가 난 엄마는 술 먹는 남편이 미워 자기가 마시겠다고 술병을 뺐어 든다. 이때 아빠는 ‘엄마 술 먹는 거나 걱정해. 아빠는 괜찮아’라고 반격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아빠들의 항변에 날개를 달아주는 연구가 나왔다. 같은 양의 술을 마셨을 경우 엄마가 아빠보다 알코올 중독에 빠질 확률이 크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의대 생리학과 에이미 라섹 교수팀은 여성호르몬의 농도가 높으면 술을 쉽게 끊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해 1월 6일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했다.

 

우리 몸의 ‘보상 센터’라 불리는 뇌 속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 이하 VTA)은 알코올이나 니코틴 등에 의해 자극을 받으면 흥분을 일으킨다. 알코올이 몸에 들어와 VTA에 작용하면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하 DA)이 신경을 통해 전달돼 들뜨는 것과 같은 행복감을 발생시킨다.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VTA에서 DA을 만들어내는 신경세포 위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억제한 뒤 알코올 반응성을 측정했다. 이를 통해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없는 쥐에서 술을 더 적게 먹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즉 에스트로겐을 뇌에서 인지할수 있는 쥐가 술을 더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에스트로겐과 같은 여성호르몬의 농도가 높으면, 같은 양의 알코올을 먹었을 때 VTA가 빨리 둔감해져 더 많은 알코올을 원하게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여성호르몬이 VTA를 둔감하게 하는 만큼, 더 많은 알코올이 마셔야 만족감을 일으킬 정도의 DA를 만들도록 작용한다는 것이다. 라섹 교수는 “술로 인한 중독 증세는 40대 중반을 넘어 폐경기를 겪는 여성이 젊은 여성보다 더 쉽게 앓게 될 것”이라며 “에스트로겐이 난소가 아닌 뇌에서 작용할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에스트로겐이 적은 남성은 여성보다 중독증상을 앓을 확률이 낮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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