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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 이혼, 재혼 그리고 여성의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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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28일 13:00 프린트하기

처음부터 이혼을 생각하고 결혼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혼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문화도 있지만, 적극 권장하는 문화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은 모든 문화권에서 관찰되는 현상입니다. 심지어 호주 원주민(애보리진) 전통 사회에도 이혼에 대한 규칙이 있습니다. 이들은 약 5만 년 전에 다른 집단과 고립되어 살았는데도 말이죠. 인류는 수백만 년 전부터 일부일처제를 만들어왔는데, 아마 이혼도 그때부터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이혼을 생각하고 결혼하는 사람은 없다 - pixabay 제공
처음부터 이혼을 생각하고 결혼하는 사람은 없다 - pixabay 제공

 

이혼의 보편성

아담의 아내는 이브입니다. 그런데 이브가 아담의 첫 아내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유대교 신화에 의하면 아담의 첫 아내는 릴리트입니다. 창세기에 나오는 뱀은 바로 릴리트를 상징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최초의 인간, 아담도 재혼남이었다는 것이죠. 


Michelangelo Bounarotti (1510). 아담과 이브의 타락, 뱀의 모양을 한 릴리트가 아담과 이브를 거짓말로 유혹하고 있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벽화. - http://posztukiwania.pl 제공
Michelangelo Bounarotti (1510). 아담과 이브의 타락, 뱀의 모양을 한 릴리트가 아담과 이브를 거짓말로 유혹하고 있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벽화. - http://posztukiwania.pl 제공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이혼은 자유 시민의 당연한 권리였습니다. 구약성경에는 ‘수치스러운 일이 있어 그를 기뻐하지 아니하면 이혼 증서를 써주고’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에도 이혼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도 이혼을 인정하는 국법이 있었습니다. 바람을 피운 부인 혹은 장모를 때린 남편은 이혼을 당할 수 있었죠. 이혼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입니다. 세번이나 재혼을 한 대통령도 있으니까요.

 

 

이혼 사유

 

아담과 릴리트의 이혼 사유는 조금 낯부끄럽습니다. 부부간의 사랑을 할 때, 릴리트는 남편 밑에 있는 것을 싫어했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해석을 할 수 있지만, 아마 이혼 사유 란에는 그냥 ‘성격 차이’라고 했을 것 같네요.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주된 이혼 사유는 상대의 간통입니다.  반대로 여성의 주된 이혼 사유는 상대의 폭력성입니다. 다시 말해서 남성은 아내가 다른 남자와 관계하거나 혹은 다른 남자의 아이를 키우고 있을 가능성에 가장 예민합니다. 이를 낮은 부성확실성 문제라고 합니다. 반대로 여성은 남편이 아이를 잘 양육해줄 것인지에 큰 관심을 가집니다. 폭력성은 좋은 아빠의 자질이라고 하기 어렵죠.

1995년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남성 및 여성 이혼 청원자 비율 및 이혼 사유 ((Buckle et al., 1996 에서 수정)
1995년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남성 및 여성 이혼 청원자 비율 및 이혼 사유 ((Buckle et al., 1996 에서 수정)

현대판 일부다처제- 연속단혼제
     

미국 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인 혼인 방식은, 결혼과 이혼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식으로 일어납니다. 이를 연속단혼 (連續單婚)제라고 합니다. 일부 주를 제외하고는 미국에서 중혼은 불법입니다. 이슬람 사회처럼 여러 명의 아내를 두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일생 동안 번갈아 가며 여러 명의 아내 혹은 남편을 가지는 것은 가능하죠. 20세부터 30세까지 첫 배우자, 30세부터 40세까지 둘째 배우자…. 이런 식이라면 대략 일생 동안 5-6명의 배우자를 합법적으로 가질 수 있습니다.

 

원래 자유로운 미국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해야 할까요? 남자든 여자든 좋아하면 결혼하고 싫증나면 헤어지면 그만이니까 좋을 수도 있을까요?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연속단혼제는 상당히 불공평한 혼인 관습입니다. 특히 여성에게 아주 불리합니다.


 

Pvt. Gabriel Silva (2017). 멜라니아 트럼프. 그녀는 도널드 트럼프의 세번째 아내지만, 그녀에게 도널드 트럼프는 첫번째 남편이다. - wikimedia(cc) 제공
Pvt. Gabriel Silva (2017). 멜라니아 트럼프. 그녀는 도널드 트럼프의 세번째 아내지만, 그녀에게 도널드 트럼프는 첫번째 남편이다. - wikimedia(cc) 제공

남녀의 이혼은 연령에 따른 차이를 보입니다. 여성은 최대한 일찍 결혼을 종결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아무래도 임신이 가능할 때, 얼른 다른 길을 찾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죠. 반대로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이혼을 더 많이 합니다. 남성은 나이가 많아도 가임력이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남성은 재혼을 반복할수록 전처보다 더 어린 여성과 결혼합니다.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혼인 데이터에 의하면 재혼남의 경우 평균 6세 어린 배우자를 찾았습니다. 첫번째 결혼 때는 2세 연하를 선호하였는데 말이죠.

 

게다가 남녀 재혼율의 차이는 무려 세 배에 달합니다. 즉 여성은 남성처럼 ‘잘’ 재혼하지 못합니다. 많은 여성들은 단 한 번의 결혼을 이혼으로 끝맺고, 끝내 재혼을 하지 못하죠. 게다가 여성의 초혼 중 상당 비율은 전처가 있는 남자와의 결혼입니다. 

 

연속단혼제는 사회 전체적으로도, 여성 인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남녀 성비가 인위적으로 왜곡되는 현상을 유발하기 때문이죠. 종교적 이유나 전쟁 등으로 인해서 여성의 성비가 일시적으로 낮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므로 강간이나 납치가 늘어납니다. 딸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리고 딸이 순결하다는 것을 보증하기 위해서), 결혼할 때까지 여자를 집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합니다. 외출을 할 때는 얼굴을 가리고 다니게 하고, 심지어 온 몸을 가리기도 합니다. 

 

미국 UC버클리의 필립 스타크와 코넬 대의 캐롤라인 블래키는 1960년부터 1995년까지의 혼인 데이터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아주 흥미로운 주장을 펼칩니다. 강간 범죄율이 이혼율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것을 밝혔죠. 연구자들은 미국 내에 만연한 이혼 그리고 재혼의 문화가 사회적으로 취약한 남성들에게 대안적 번식 전략으로서 강간을 선택하게 하였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강간이라는 중죄에 대해서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연속단혼제는 일부 남성이 다수의 가임기 여성을 독점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일부다처제나 다르지 않습니다. 높아진 이혼율이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여성의 인권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에필로그 

이혼과 재혼은 개인의 선택입니다. 아무리 엄격한 문화라고 해도 이혼 제도는 있습니다. 도저히 혼인 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불가피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혼은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국 기혼남의 1/3이 재혼남입니다. 이렇게 높은 이혼율과 재혼율은 개인에게도, 그리고 사회에도 불행입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인류의 신체와 정신, 질병에 대한 의학적, 인류학적 의미를 공부했다. 현재 동화약품 연구개발본부에서 심신을 치유하는 좋은 약을 개발하며,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신경인류학 논문을 쓰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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