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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 사회심리학] 판단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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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27일 15:00 프린트하기

마음은 떠돌기를 좋아한다. 몸은 한 곳에 머물러 있어도 마음만은 과거의 어느 날로 돌아가 ‘그 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하다가 또 어느새 미래로 튀어 ‘앞으로 괜찮을까?’라며 시공간을 헤맨다. 과거를 돌아보며 자신을 성찰하고 머나먼 미래를 상상하며 계획을 세우는 뛰어난 능력의 한 가지 부작용으로, 우리 인간은 과한 질책과 불안을 떠안게 되었다.


실제로 생각에 잘 빠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불행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연구자들의 결론은 ‘떠돌아다니는 마음이 곧 불행한 마음’이라는 것이었다(Killingsworth & Gilbert, 2010).


이런 이유로 마음이 떠도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금 여기’, 지금 이 순간에 모든 생각과 감각을 집중하는 법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다. 일례로 일정 시간 동안 자신의 숨소리나 바깥의 새 소리, 또는 몸 구석구석에 느껴지는 감각 등에 집중해 보는 등의 명상이 불안과 우울 등의 부정적 정서를 줄여주고 긍정적 정서는 높여주는 등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들이 있었다(Hölzel et al., 2011).

 

자신의 숨소리나 바깥의 새소리 등에 집중해 불안과 우울 등 정신건강에 도움되는 연구를 하는 학자들이 있다 - pixabay 제공
자신의 숨소리나 바깥의 새소리에 집중해 불안과 우울 등을 줄이는 등 정신건강에 도움 되는 연구를 하는 학자들이 있다 - pixabay 제공

심리과학지(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이런 명상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따듯한 태도를 보이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Condon et al., 2013).


참가자들의 배려심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 대기실에 들어섰는데 의자 3개 중 나머지 두 개에는 (연구자와 공모한) 사람들이 앉아있고 남은 한 개의 의자에만 앉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잠시 후 목발을 짚고 절뚝거리는 사람이 들어온다. 과연 자리를 양보할 것인가?


연구자들은 8주 동안 매주 한 번씩 1~2시간 동안 명상을 한 사람들과 명상을 하지 않은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이 더 이 상황에서 자리를 많이 양보하는지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일주일에 몇 시간이라도 명상을 꾸준히 했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리를 훨씬 더 많이 양보하는 경향을 보였다 (50% VS. 15%).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까? 명상을 할 때 흔히 중요시되는 지침 중 하나가 ‘판단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는 어떤 감정이 밀려올 때 그 감정 자체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그 감정에 대해 ‘판단’하는 버릇 때문에도 힘들다. 예컨대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 속상한 것 자체로도 충분히 힘들지만 ‘이런 일로 속상해 하는 내가 싫다’거나 ‘이런 일로 속상해 하는 나를 싫어하는 내가 싫다’는 등, 어떤 감정이나 생각이 적절하다거나 적절하지 않다는 등의 판단 때문에도 괴로워한다.


하지만 최소한 명상을 할 때에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에 대해 판단하기보다 마음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속속들이 관찰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그 결과 그간 외면해왔던 내 마음의 어려움이나 상처 등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고, 삶의 다양한 고통에 대해 평정심을 유지하는 동시에 고통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자신의 고통뿐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이해심과 포용력을 높여줄 것으로 이야기 된다. 누군가의 고통을 이해하고 배려심을 보이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고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참고논문:

Condon, P., Desbordes, G., Miller, W. B., & DeSteno, D. (2013). Meditation increases compassionate responses to suffering. Psychological Science24, 2125-2127.

Hölzel, B. K., Lazar, S. W., Gard, T., Schuman-Olivier, Z., Vago, D. R., & Ott, U. (2011). How does mindfulness meditation work? Proposing mechanisms of action from a conceptual and neural perspective.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6, 537–559.

Killingsworth, M. A., & Gilbert, D. T. (2010). A wandering mind is an unhappy mind. Science330, 932-932.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내 마음을 부탁해>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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