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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화학무기 될 수도 있는데...보톡스 생성균 관리 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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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30일 19:24 프린트하기

 

뉴시스 제공
뉴시스 제공 

‘보톡스 맞은 거 아냐? 늙지를 않네’

 

텔레비전을 보다 간혹 세월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볼이 탱탱한 배우를 보면 튀어나오는 말이다. 이처럼 보톡스는 주름 개선 치료제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아름다움의 ‘도우미’ 보톡스는 아이러니하게도 맹독성 보툴리눔균을 원료로 만들어진다. 보톡스 생산 원료 보툴리눔균이 최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두 제약사 간 법정 다툼으로 주목받고 있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이 자신들의 균을 몰래 빼내 보톡스 제품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메디톡스는 미국에서 보툴리눔 균을 들여와 2006년 보톡스 제품을 상용화했다. 대웅제약은 2014년 후발 주자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신들의 균을 몰래 빼내 제품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대웅제약은 국내에서 직접 분리 배양해 얻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툼의 결과는 법정에서 판가름해야 할 판이다. (아래 참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는 보툴리눔균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이다. 보툴리늄균이 생산하는 독소는 탄저균보다도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어 언제든 생화학무기로 만들 수 있다. 때문에 정부가 관리하는 67종의 독성물질에 포함돼 있다. 보툴리눔균으로 생산한 독소 1g이면, 100만 명을 살상할 수 있다는 흉흉한 말도 들린다.

 

메디톡스 주장대로 균을 도난당한 것이라면, 회사 내부적으로 또는 국가적으로 이를 감시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반면 대웅제약 주장처럼 마음만 먹으면 주변에서 이 균을 찾을 수 있는 것이라면 이렇게 분리 배양한 균이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아직 문제가 된 적은 없지만, 생물테러 위험 물질이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툴리눔균 등 독소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 보툴리눔 독소 1g이면 100만명 살상? …“과장된 것”

 

보툴리눔독소(BTX, 이하 보톡스)를 만드는 균의 정식 명칭은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이다. 이 균이 만드는 단백질이 주름개선치료제로 쓰이는 보톡스다.

 

보톡스는  신경세포의 말단에서 다른 세포로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 전달 물질 아세틸콜린의 방출을 막아 마비 증상을 일으킴으로써 피부를 팽팽하게 만들어준다. 보톡스는 A형부터 H형에 이르는 여러 유형이 있다. A형 독소를 만드는 균을 보툴리눔균 A형(C. botulinum type A)이라 부르는 식이다. 보톡스 A형과 B형은 의학 용도로 사용되며, 가장 위험한 H형은 20억 분의 1g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IB 제공
GIB 제공

일부 업체 주장대로 보톡스 균을  누군가 토양이나 호수에서 분리한 다음 이를 악용한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강인호 질병관리본부 생물안전평가과 과장은 “보톡스가 독성이 강하지만 항간의 소문처럼 1g으로 100만 명을 죽일 정도는 아니다”며 “사람을 줄세워 놓고 직접 희석액을 주사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선기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나노과 과장도 “실제로 생화학테러가 벌어진다 해도, 독소가 상공에 퍼지기 때문에 적은 양으로 대량 살상하는 것은 과장된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위험물질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균을 보유하는 순간부터 제조, 연구, 분양 등의 전 과정을 진행하기 전에 무조건 관련 부처에 신고해야 한다”며 "정부 관리체계 하에서 생화학테러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 신고부터 관리 점검까지, 부처별 담당 영역 달라

 

그렇다면 연구자나 기업이 가진 보톡스 등의 독소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이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는 크게 질병관리본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세 곳이다.

 

누군가가 어떤 목적으로든 균을 최초 보유하게 됐을 경우,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에 그 사실을 즉시 신고해야 한다. 이후 균주의 보관부터 이를 이용해 생산한 독소의 실질적인 관리, 수출 또는 수입 업무 등은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가 맡는다.

 

균주를 이용해 독소를 제조하려면 사전에 제조 목적과 제조량,  제조 개시일과 종료일 등을 미리 산자부에 신고해야 한다. 산자부는 이런 독소가 생물무기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위해 국제생물무기금지협약에 따라 67종의 독소를 관리해 오는 중이다.

 

한편 보톡스처럼 제품으로 상용화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를 찾아가야 한다. 식약처는 상용화를 위한 허가 절차와 상용화된 제품의 관리 점검 업무 등을 담당한다. 강인호 질본 과장은 “부처마다 업무가 뚜렷히 구분돼 있지만 최근에는 이를 유기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세 부처가 공동으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점검 업무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부처는 공동으로 2년에 한번씩 4~6월 사이에 독성 균을 보유한 연구소나 업체를 방문해 정기 점검심사를 진행한다. 최근 이슈가 된 보톡스는 1년에 한 번씩 전체 점검을 실시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 정부 관리체계 속 사각지대 … 이번 다툼의 핵심 원인?

 

이렇게 각 부처별로 업무를 분담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면 이번 제약사간 다툼과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게 맞다. 하지만 두 제약사가 치열하게 싸우는 상황 자체가 정부 관리체계에 허점이 있음을 암시한다. 

 

정당하게 신고해서 인정받은 균이라는 대웅제약과, 본인들의 것을 훔쳐갔다고 주장하는 메디톡스의 진실 공방은 결국 정부 부처의 독소관리 업무에 사각지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먼저 보유신고 절차가 너무 간단하다는 지적이다. 질본에 최초 보고할 때 신고서는 획득일시와 경위 등을 A4 용지 한 장으로 간단하게 작성하게 돼 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애초에 보유신고 절차에 유전자 염기서열 등 균주의 기원을 알 수 있는 서류들을 함께 받아 검증하는 과정이 있었다면, 이런 다툼은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질본과 산자부, 식약처 등 정부에서 진행하는 정기 점검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독소 제조량과 일시 등을 점검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업체나 기관이 작성해 보관중인 기록물이나 CCTV 영상 등을 확인하는 것 뿐이다. 만약 이 장부가 조작됐을 경우 정부조차 얼마나 균이 유통되고 있는지, 그로 인해 얼마나 많는 독소가 생산됐는지 파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2년에 한 번씩 사전 고지후 실시하는 정기점검과는 별도로 불시점검을 최대한 자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2년동안 산자부에서 독소 관리를 담당했던 류진선 석유산업과 주무관은 “출입기록부터 생산까지 모든 기록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장부를 조작하려면 이를 다 바꿔야 한다”며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혹시모를 장부조작을) 잡아내기 위해 면밀히 검토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강인호 과장은 “사실 정말 나쁜 마음으로 기업이 생산량을 늘리거나 균을 빼돌리기 위해 장부를 조작할 수 있지만 그건 말그대로 범죄의 영역”이라며 “정말 그런 일을 우리가 찾았다면 신고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다 유기적으로 세 부처가 합동해 효율적으로 독소를 관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슈 속으로) 메디톡스 vs 대웅제약, 왜 싸우나?

 

미국의 제약사 엘러간은 1989년 보툴리눔균 A형을 이용해 의학적으로 사용가능한 보톡스 제품을 최초로 개발했다. 국내 제약사 메디톡스는 2006년 엘러간으로부터 이 균을 들여와 상용화했다고 주장한다. 


이후 지금까지 국내에서 보톡스 제품 시판허가를 받은 업체는 메디톡스와 휴젤, 대웅제약, 휴온스 등 4곳이다. 개발 허가를 받은 곳은 프로톡스와 제테마, 바이오씨앤디, ATGC, 칸젠 등 5곳이다. 보톡스 제조 관련 업체가 9곳이 있는 것이다. 해외에는 미국과 중국, 독일, 프랑스에 허가를 받은 곳이 각각 1곳씩 있을 뿐이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메디톡스는 해외 업체처럼 유전자 염기서열 등을 모두 공개해 균주의 기원과 특성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며 “보톡스 시장 후발주자로 나선 나머지 국내 업체가 어떻게 효율이 좋은 A형 균을 얻게 됐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보툴리눔 균주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공개' 미디어 설명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제공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가 처음 이 문제가 제기했을 당시인 지난 2016년 11월 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보툴리눔 균주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공개' 미디어 설명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제공

이런 메디톡스의 주장에 대해 다른 제약사들은 대응을 내놓지 않거나, 보도자료를 통해 “각고의 노력으로 국내에서 해당 균을 발견해 분리해냈다”고 설명하는 상황이다. 사실 보툴리눔균은 국내에도 있으며 호수나 토양, 소시지 통조림 등에서 균을 분리해 낼 수 있는 것은 맞다.

 

정 대표는 “인간도 어디에나 있지만 오랜 시간을 거쳐 아시아인이나 백인, 흑인 등 인종이 확연하게 구분됐다”며 “현재 아시아인 사이에서 흑인 아이가 태어날 확률이 '0'에 가까운 것과 같이, C형이나 D형 보툴리눔균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미국에 있는 A형 보툴리늄을 발견했다는 것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모든 곳을 뒤져보지 않고서야 보툴리눔균 A형을 국내에서 발견할 수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메디톡스는 유전자 서열을 모두 공개해 그 기원을 확실히 밝혀보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는 미생물인 균의 유전자는 매 순간 돌연변이가 일어나기 때문에 유전자서열 비교 분석이 큰 의미는 없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 다툼의 결말은 이제 사법부 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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