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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소피아’는 왜 여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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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03일 13:00 프린트하기

최근 휴머노이드 ‘소피아’가 우리나라를 방문했습니다.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며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에서 기술의 진보를 목격할 수 있었는데요. 일본에서 개발한 또 다른 휴머노이드 ‘에리카’는 일본 TV에 앵커로서 데뷔를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휴머노이드 소피아 - 핸슨 로보틱스 제공
휴머노이드 소피아 - 핸슨 로보틱스 제공

이러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매력적이고 관대한 젊은 여성을 모델로 만들어졌다는 점인데요. 휴머노이드의 이미지는 왜 ‘여성’에 치우치는 걸까요?

 

 

시리와 목소리 실험    

 

AI 개인 비서인 아마존 알렉사(Alexa)와 애플의 시리(Siri)도 여성의 목소리에서 출발했습니다. 노르웨이어로 ‘Siri’란 ‘당신을 승리로 이끄는 아름다운 여성’을 의미하며, 기본 목소리는 사만다(Samantha)로 알려진 여성 미국인입니다. 2013년에 발표된 iOS 7의 시리부터는 목소리를 남성이나 여성으로, 언어도 여러 가지 다른 언어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애플의 시리 – 애플 제공
애플의 시리 – 애플 제공

미국 인디애나대학의 컴퓨터 과학자인 칼 프레드릭 맥도먼은 “휴머노이드나 AI는 전통적으로 여성과 관련된 일을 수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다수의 로봇들이 개인 비서, 안내자, 하녀 등의 역할을 하도록 고안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AI에 성 역할을 부여하는 패턴을 찾기 위해 목소리에 관한 실험을 했습니다. 연구진은 로봇의 목소리로 남성과 여성의 음성을 실험 참가자들에게 들려주고 둘 중 선호하는 쪽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 다음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잠재의식 속에 더욱 선호하는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남성들은 여성의 목소리를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잠재의식 속에서도 마찬가지 결과였습니다. 여성은 설문조사에서 인정한 것 이상으로 여성의 목소리를 잠재의식에서 더욱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성의 목소리보다 ‘따뜻한’ 여성의 합성 음성을 선호하듯이, AI에서도 여성성을 기대하는 게 보편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연구를 진행한 맥도먼 박사와 여성 로봇 - 인디애나대학 제공
연구를 진행한 맥도먼 박사와 여성 로봇 - 인디애나대학 제공

소피아와 에리카의 공통점

 

많은 영화에서 AI를 다루듯이 이제는 TV 드라마에도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방영한 ‘보그맘’에서는 로봇이 앞치마를 입고 요리를 하고 아이를 돌보며 아내이자 엄마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최근 종영한 ‘로봇이 아니야’에서는 여자 친구인 로봇이 등장했습니다.


‘로봇이 아니야’의 한 장면 – MBC 화면캡처 제공
‘로봇이 아니야’의 한 장면 – MBC 화면캡처 제공

그렇다면 실제 휴머노이드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홍콩의 핸슨 로보틱스가 개발한 소피아는 60여 가지 표정으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플러버’ 소재로 사람과 흡사한 피부를 만들었습니다. 소피아는 미국 TV의 토크쇼에 출연하고 패션잡지의 표지모델을 장식하며 여성스러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소피아는 뒤통수에 머릿속 회로가 그대로 드러난 다소 거친 모습이지만, 얼굴만큼은 오드리 햅번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했습니다. 탄탄한 피부와 가느다란 코, 매력적인 미소와 강한 눈빛이 특징입니다. 
 

TV 토크쇼에 출연한 소피아. 소피아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똑똑하고 동정심 많은 로봇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 사진 제공 http://sophiabot.com
TV 토크쇼에 출연한 소피아. 소피아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똑똑하고 동정심 많은 로봇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 사진 제공 http://sophiabot.com

또 다른 휴머노이드 에리카는 일본 오사카대학 지능 로봇 연구소의 이시구로 히로시가 개발한 로봇입니다. 에리카는 실제 여성의 30가지 이미지를 혼합해 이시구로가 선망하는 여성의 모습으로 디자인됐습니다. 23세의 나이에 166㎝의 키, 얼굴에는 항상 옅은 미소를 띄고 있습니다. 에리카는 14개의 적외선 센서와 얼굴 인식 기술을 사용해 사람들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앵커 데뷔를 앞둔 에리카. 에리카를 개발한 이시구로에 따르면 에리카는 ‘농담’과 ‘연민’ 같은 인간적인 정서를 습득하고 있다고 합니다. – 오사카대학 사진 제공
앵커 데뷔를 앞둔 에리카. 에리카를 개발한 이시구로에 따르면 에리카는 ‘농담’과 ‘연민’ 같은 인간적인 정서를 습득하고 있다고 합니다. – 오사카대학 사진 제공

중국도 로봇과 휴머노이드 개발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국 과학기술대학의 첸샤오핑이 제작한 휴머노이드 ‘지아지아’ 역시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로봇은 눈을 깜빡거리거나 미소를 짓고 말을 할 때 입술을 움직이며, 미적 표현을 합니다. 하지만 사람같은 외적인 디자인에 비해 실제 AI 성능은 떨어집니다. 인간과 대화를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중국 전통의복을 입고 곱게 단장한 지아지아. 이 휴머노이드는 한 인터뷰에서 만리장성의 위치에 대한 질문에 단지 ‘중국’이라고 대답할 뿐 정확한 위치를 설명하지 못해 성능에 대한 혹평을 받았습니다. - 첸샤오핑 제공
중국 전통의복을 입고 곱게 단장한 지아지아. 이 휴머노이드는 한 인터뷰에서 만리장성의 위치에 대한 질문에 단지 ‘중국’이라고 대답할 뿐 정확한 위치를 설명하지 못해 성능에 대한 혹평을 받았습니다. - 첸샤오핑 제공

이 휴머노이드들은 우리를 돕거나 동반자가 되기 위해 만들어진 종업원이나 보조 로봇의 의미가 강합니다. 그것을 만드는 남성에 따라 상상력을 쏟고 디자인되기 때문에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왜곡된 표현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진화된 기술인 로봇이 가장 보수적인 사고를 따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파슨스스쿨의 디자인 강사 킴 젠킨스는 미국의 한 매체에서 “때로는 소피아와 같은 로봇을 통해 여성성에 대한 오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인간을 대표하는 로봇이 문제가 되는 사회적 규범과 표준을 따를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영화 ‘엑스 마키나’의 주인공인 AI 에이바 - 엑스 마키나 화면캡처 제공
영화 ‘엑스 마키나’의 주인공인 AI 에이바 - 엑스 마키나 화면캡처 제공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의 한계

 

사람들이 AI에 편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을 AI가 습득할 수도 있음을 뜻합니다. AI가 인간과 유사한 언어 능력을 습득하고 있기 때문에 언어 사용 패턴에 숨어있는 인간의 깊숙한 편견까지 흡수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연구 결과 AI는 실제로 성(gender)과 인종에 대해 차별적인 편향을 나타냈습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컴퓨터 과학자 아빈드 나라야난은 AI가 같은 단어를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지 분석을 통해 이 문제를 고찰했습니다. 그 결과 ‘꽃’이라는 단어는 ‘즐거움’과 연결된 단어에 더 가깝고, ‘곤충’에 대한 단어는 ‘불쾌감’과 연결된 단어에 가까운 의미였습니다.

 

여성을 의미하는 ‘female’과 ‘woman’이라는 단어는 예술과 인문학 직종, 가정에 더욱 밀접하게 관련돼 있었습니다. 반면 남성을 의미하는 ‘male’과 ‘man’이란 단어는 수학과 공학 직종에 밀접하게 해석됐습니다.

또한 연구진은 AI가 유럽계 미국인 이름을 ‘선물’이나 ‘행복’과 같은 유쾌한 단어와 연관시킨 데 반해, 아프리카계 미국인 이름은 불쾌한 단어와 관련짓는 처리 과정을 발견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데이터 윤리 및 알고리즘 연구자인 산드라 워쳐는 영국 언론 가디언에서 “편파적인 의사결정을 감지하고 조정하는 AI 워치독(Watch Dog)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은 매우 복잡한 일이지만 부끄러워해서는 안 되는 사회적 책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연구 결과 AI는 인간의 성이나 인종에 편향적인 성향마저 학습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화 아이로봇 중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연구 결과 AI는 인간의 성이나 인종에 편향적인 성향마저 학습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화 아이로봇 중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참고:

https://soic.iupui.edu/news/macdorman-voice-preferences-pda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56/6334/183
https://www.theguardian.com/technology/2017/jan/27/ai-artificial-intelligence-watchdog-needed-to-prevent-discriminatory-automated-decisions
https://www.racked.com/2017/12/6/16717004/robot-fashion-android-sophia-erica-jiajia

 

 

 

 

※필자소개
이종림. IT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와 과학동아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TV 예능 ‘용감한 기자들’에 출연했다. 최신 IT기기, 게임, 사진, 음악, 고양이 등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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