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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 사회심리학] '적당한' 걱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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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03일 15:00 프린트하기

GIB 제공
GIB 제공

어머니가 가게를 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아서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같이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는데 가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철저하지 않고 급하게 진행한 듯한 흔적들이 많이 보였다. 왜 이런저런 것들을 미리 대비하지 않았냐고 묻자 내가 연 가게가 잘 안 될리가 없다 확신했다고 했다. 정말 한 번도 잘 안 될 가능성을 떠올려 본 적이 없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백종원씨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가 가게를 열면 당연히 잘 될 거라고들 생각하는데 그건 착각이라고, 대부분이 채 몇 년 가지 않아 문을 닫는다는 내용이 있었다. 저런 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의 장점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뭐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잘 된다는 식의 이야기인데 근거가 없지는 않다. 사람들은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더 거리낌 없이 도전하며 더 많은 노력을 들이기도 한다 (Scheier & Carver, 1993). 하지만 문제는 긍정적인 사고 자체로는 기분이 좋은 것 이상의 효용이 존재하지 않으며, 긍정적인 사고가 ‘행동’으로 이어져야만 그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Rand, 2009). 일례로 나는 충분히 똑똑하기 때문에 공부만 열심히 하면 시험을 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힘을 내서 열심히 공부하면 좋겠지만, 지적 능력에 대한 자신감에 우쭐해하기만 하고 정작 공부를 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걱정은 항상 쓸데없는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걱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일례로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나쁜 일을 대비하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하는 모습을 보인다. 안전불감증과 반대로 사고가 날 걱정, 불이 날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안전벨트를 잘 매고 안전 규정을 잘 지키는 모습을 보인다. 또 건강을 잃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더 건강검진을 잘 챙겨 받고 건강한 생활습관도 잘 유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남들은 다 당뇨, 고혈압 등 다양한 병에 걸리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멀쩡할 거라는 자신감에 건강을 전혀 챙기지 않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공포가 도망을 유발하고 화가 복수를 유발하는 것처럼, 걱정은 계획과 준비를 유발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의견이다 (Sweeny & Dooley, 2017).

 

걱정은 항상 쓸데없는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걱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사진-GIB제공)
걱정은 항상 쓸데없는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걱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사진-GIB제공)

걱정은 심적 충격에 대한 대비이기도 하다. 실제로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평소 그 일에 대해 걱정을 해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해당 사건을 비교적 덤덤하게 잘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계획을 빨리 생각해낸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변호사 자격 시험을 앞둔 로스쿨 학생들의 경우 시험에 떨어질까봐 많은 걱정을 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실제 시험에 떨어졌을 때 비교적 덜 충격 받고 다음 시험을 위한 준비에 더 빨리 돌입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Sweeny et al., 2015). 반대로 필자의 어머니는 한 번도 가게가 안 될 가능성을 생각해보지 않은 터라 자신이 연 가게가 잘 안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충격적이고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었다.


적당한 걱정은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여주기도 한다. 사람들은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나면 목표까지 가는 길이 쭉 뻗은 일직선 도로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나 역시 아직도 그런 사고방식이 익숙하지만 생각해보면 작은 프로젝트에서도 팀원 간의 갈등, 의사소통 문제, 정확하지 않은 정보, 주위의 방해, 컴퓨터 고장 등 다양한 문제를 마주했던 기억들이 있다. 간단해 보였던 일이 정말 간단한 것으로 드러났던 경험이 되려 적은 것 같다. 이렇게 삶은 매 순간 다양한 사건사고로 가득차있고 하나의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도 여러가지 장애물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삶은 일직선 도로이기보다 구불구불하고 허들이 많은 장애물 달리기인 것이다. 따라서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나서 무조건 잘 될 거라고 생각하기보다 언뜻 평탄해 보이는 이 길에서는 과연 어떤 장애물을 만나겠는지 걱정할 줄 아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실제 목표 달성률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가 있었다 (Oettingen et al., 2009).


또 사람마다 동기부여의 원천이 달라서 어떤 사람들은 성공 사례들을 보고 나도 저렇게 잘 되어야겠다고 힘을 받곤 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성공 사례보다는 실패 사례를 보고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겠다며 동기부여되기도 한다. 좋은 일을 만드려고 애쓰는 사람도 있지만 나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애쓰는 사람도 있다. 걱정이 동기의 원천이 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물론 병적인 걱정에는 많은 부작용이 존재한다. 적당한 위기감과 적당한 불안은 행동을 촉진하지만 지나친 불안은 이성과 행동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요할 때’, ‘적당히’ 걱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결해야 하고 나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존재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의 연장선에서 걱정을 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마련함으로써 걱정을 ‘해소’하는 과정을 밟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지 않고 해결할 수 없거나 또는 비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밑도 끝도 없이 걱정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적당한 위기감과 적당한 불안은 행동을 촉진하지만 지나친 불안은 이성과 행동을 마비시킨다 (사진=GIB 제공)
적당한 위기감과 적당한 불안은 행동을 촉진하지만 지나친 불안은 이성과 행동을 마비시킨다 (사진=GIB 제공)

 

 

참고:

Oettingen, G., Mayer, D., Timur Sevincer, A., Stephens, E. J., Pak, H. J., & Hagenah, M. (2009). Mental contrasting and goal commi

Oettingen, G., Mayer, D., Timur Sevincer, A., Stephens, E. J., Pak, H. J., & Hagenah, M. (2009). Mental contrasting and goal commitment: The mediating role of energizat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35, 608-622.

Rand, K. L. (2009). Hope and optimism: Latent structures and influences on grade expectancy and academic performance. Journal of Personality, 77, 231-260.

Scheier, M. F., & Carver, C. S. (1993). On the power of positive thinking: The benefits of being optimistic.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2, 26–30.

Sweeny, K., & Dooley, M. D. (2017). The surprising upsides of worry. Social and Personality Psychology Compass11.

Sweeny, K., Reynolds, C. A., Falkenstein, A., Andrews, S. E., & Dooley, M. D. (2015). Two definitions of waiting well. Emotion,
16, 129
143.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내 마음을 부탁해>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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