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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부엌] 생선전&동그랑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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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15일 11:00 프린트하기

지글지글. 전이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습니다. 집 안 가득 고소한 기름 냄새가 가득 차니 설이 코앞이라는 사실이 실감나네요. 지역마다 명절에 부치는 전 종류는 다양하겠지만 ‘국민 전’으로 불릴만한 것은 아무래도 생선전과 동그랑땡이겠죠. 그래서 이번 호에는 흰 살 생선의 대명사인 대구와, 불긋한 살갗이 먹음직스러운 동태, 그리고 잘게 다진 돼지고기를 준비했습니다.

 

이서연 제공
이서연 제공

전 구울 때 가장 이상적인 팬 온도는 120도


전 얘기를 하려고 하니, 어렸을 때 명절 준비를 하는 어머니를 돕겠다고 나섰다가 생선살과 밀가루 옷이 떨어져나가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왜 어머니처럼 전이 잘 부쳐지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과학자가 되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바로 계란 단백질에 답이 있었습니다.


요리 재료로써 계란 단백질은 대개 두 가지 일을 합니다. 첫 번째 역할은 다른 재료 속에 들어 있는 염분과 이온결합을 이뤄 짜지 않게 만드는 일입니다. 두 번째 역할은 단백질 간의 소수성 상호작용과 이온결합으로 나타나는 단백질 엉김(protein aggregation)을 이용해 수분과 다른 재료들을 단단히 붙들어 요리로 완성시키는 ‘결착’이지요.


우선 첫 번째 역할은 라면에 계란을 풀었을 때 평소보다 라면 맛이 덜 짜게 느껴지는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계란 단백질은 대부분 음전하를 띠고 있습니다. 반면 소금(NaCl)은 양이온(Na+)과 음이온(Cl-)으로 분리되는데, 양이온이 계란 단백질에 달라붙어 전하를 상쇄시킵니다. 그 덕분에 짠 맛이 줄어듭니다.


두 번째 역할은 생선전을 부칠 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요소가 불의 세기, 즉 온도입니다. 온도가 생선전의 맛과 질감을 좌우하는 이유는 계란에 열을 가했을 때 그 안에 있는 단백질의 구조가 변성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생선살을 감싸고 있는 계란 단백질이 변성과정을 천천히 거치도록 하는 게 핵심입니다.


계란은 노른자와 흰자가 나뉘어 있는데, 각각 복잡하게 얽혀있는 아미노산 사슬들이 둥둥 떠다니는 ‘물주머2018니’ 같은 구조입니다. 여기에 열을 가하면 단백질의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사슬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특정 온도가 되면 사슬들이 서로 결합하면서 그물조직을 이룹니다. 즉, 계란이 단단하게 굳습니다.


계란이 굳기 시작하는 온도는 흰자가 63도, 노른자가 70도입니다. 전을 부칠 때처럼 흰자와 노른자를 섞었을 때는 약 73도에서 굳기 시작합니다. 계란 단백질에서 약 60%를 차지하는 오브알부민(ovalbumin)이 80도가 될 때까지 잘 굳지 않아 온도가 높아집니다.


전을 부칠 때 가장 이상적인 온도는 팬에 물을 조금 흘렸을 때 순식간에 동그란 물방울이 되면서 통통 튀는 정도로, 약 120도 안팎입니다. 1분간 지진 다음, 뒤집어서 반대편을 1분 정도 지집니다.


이보다 높은 온도에서 익히면 표면이 갈색을 띠고 바삭바삭하게 지질 수 있지만 그만큼 빨리 탈 위험이 높습니다. 이보다 낮은 온도에서는 밀가루 옷에 기름이 너무 많이 스며듭니다.

 

동그랑땡, 어묵 탱탱한 비결은 소금


그렇다면 생선이나 고구마처럼 하나의 재료가 아닌, 잘게 다진 여러 재료들을 섞어서 부치는 동그랑땡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곱게 간 돼지고기와 파, 마늘, 그리고 간장 등을 넣어 손으로 치대면서 반죽해보면 재료가 각기 따로 노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공처럼 뭉쳐놓아도 금세 무너져버립니다. 그런데 이 재료들을 부친 동그랑땡은 어떻게 여러 재료들이 퍼지지 않고 하나로 모여 동그란 모양을 유지하는 걸까요.


고기 반죽에 간장과 소금을 넣고 주무르듯이 치대면, 반죽이 점점 끈적끈적해집니다. 공 모양이든, 둥글넓적한 모양이든 어떤 모양으로 빚어도 무너지지 않고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고기에는 다양한 단백질이 들어 있는데, 그중 글로불린이 소금이나 간장 속 염(NaCl)의 양이온(Na+)과 결합하고, 반죽으로 빠져나와 찰기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동그랑땡을 만들 때 팁이 하나 더 있습니다. 고기 반죽에 계란을 넣는 것입니다. 그러면 계란 단백질 특유의 끈적거리는 점성으로 단백질끼리 결착하면서 반죽이 더욱 끈끈해집니다. 물론 동그랑땡도 훨씬 단단하고 맛있어집니다.

 

이서연 제공
이서연 제공

 


신원선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hime@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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