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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욕망' 억제 못 한다면...화학적 거세 후 몸에 생기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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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22일 19:00 프린트하기

국내 ‘미투 운동’이 거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전직 검사장에서 원로 연출가, 원로 시인, 유명 배우들까지, 권력과 명성을 이용해 성폭행을 저질러 온 사람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롭게 폭로되고 있다.

 

성범죄 사건이 사회 문제로 떠오를 때마다 처벌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성범죄자 처벌 방안으로는 수감 외에 전자발찌 착용과 신상공개, 화학적 거세 등이 있다.

 

화학적 거세는 갈수록 적용 대상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GIB제공
화학적 거세는 갈수록 적용 대상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GIB제공

이중 화학적 거세는 2011년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게 처음 적용된 이후, 지금은 모든 성폭행 범죄자를 비롯해 최근에는 강간미수범까지 대상에 포함됐다. 적용 대상이 점차 확대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화학적 거세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 화학적 거세...남성 호르몬 억제해 성욕, 발기 능력 저하

 

법무부에서 지정한 화학적 거세 약물은 고세렐린, 트립토렐린, 류프롤라이드, 사이프로테론 아세테이트(CPA),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MPA) 등 다섯 가지다. 모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억제해 성욕을 줄이는 원리다.

 

 

 

테스토스테론은 생식기관이나 근육을 발달시키고 정자를 만드는 등 이른바 ‘남성성’을 나타내도록 하는 호르몬이다.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는 과정은 이렇다.

 

뇌의 시상하부에서 고환이나 난소 같은 생식샘을 자극하는 생식샘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GnRH)이 분비된다. 그러면 뇌하수체에서 황체형성호르몬과 여포자극호르몬이 나온다. 황체형성호르몬은 생식세포를 성숙시키고 여포자극호르몬은 정자 생성을 돕는 역할을 하는데, 둘다 고환에서 더 많은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도록 한다.

 

주사기를 통해 체내에 화학적 거세 약물이 주입되면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기까지의 과정 중 한 단계가 막힌다. 예를 들어, 사이프로테론 아세테이트(CPA)는 황체형성호르몬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따라서 CPA가 몸속에 들어오면 시상하부는 황체형성호르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생식샘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GnRH) 분비를 줄인다. 이에 따라 테스토스테론 분비도 거의 멈춘다. 전체 남성호르몬의 95%를 차지하는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줄어드니 성기능도 거의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 여성호르몬 수치 상대적으로 증가해 신체 변화 생겨

 

이런 화학적 거세 주사 약물을 투여하면 체내 남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여성호르몬 비율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몸에 여러 변화가 나타난다. 가슴이 커지고 근육량이 줄어든다. 수염을 비롯한 체모 역시 줄고, 피로감이 높아지며 안면 홍조가 생기기도 한다.

 

또 여성호르몬으로 인해 골밀도가 수치가 낮아지고 체중이 늘어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골다공증과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도 증가한다. 이런 신체 변화로 인해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실제로 세계적인 수학자 앨런 튜링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여성호르몬을 투여 받았는데 (당시 영국에선 동성애가 범죄였다), 자신의 몸이 변하는 것에 괴로움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런 부작용은 약물 투여를 멈추면 사라진다. 이는 화학적 거세의 효과 역시 일시적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현재 화학적 거세 적용 대상자들은 처음 6개월 동안에는 한 달에 한 번, 이후부터는 3개월에 한 번씩 주사를 맞는다.

 

화학적 거세를 한다고 해서 성욕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테스토스테론 외에도 부신피질 등에서 만들어지는 다른 남성호르몬은 여전히 분비되기 때문이다. 발기 능력 역시 일부는 남아 있다. 그래서 약물 치료 외에 심리 치료를 병행한다. 약물과 심리치료를 포함해 성범죄자 1인당 드는 비용은 연간 약 5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런 비용은 화학적 거세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되는 원인 중 하나다.

 

박광성 전남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화학적 거세는 성범죄를 근절할 마법의 약이 아니다”며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힘의 논리, 폭력성, 부실한 사회안전망과 같은 여러 가지 요소가 성범죄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림 기자

pungni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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