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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 멀쩡한 사람이 SNS 마녀사냥에 열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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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25일 13:00 프린트하기

 

"고문을 당할 때 눈물을 흘린다면 마녀가 아니다.

하지만 때때로 마녀도 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말레우스 말레피카룸 (마녀의 망치), 제 3부 2장 15번째 질문에서 수정-

 

1483년 교황 인노첸시오 8세는 교황 칙서를 통해서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의 저자 하인리히 크래머의 마녀 조사를 지지한다고 발표합니다. 하인리히 크래머는 오스트리아 지방의 종교재판관이었는데, 도미니코 수도회의 수사였죠.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에 의하면 여성은 기본적으로 마녀의 소인을 타고 태어납니다. 여성이 마녀가 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수녀가 되어 순결을 지키는 것뿐인데, 수녀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여성은 마녀가 될 운명에 처해 있죠. 그러므로 ‘모든’ 여성은 원칙적으로 마녀 재판을 통해서 엄격하게 검증받아야 합니다.

 

Figure 1 말레우스 말레피카룸 초판 표지. 마녀를 재판하는 방법과 절차를 담은 이 책은 중세 시대에 이례적으로 수십 판을 거듭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이 책에 쓰인 대로 수많은 여성이 마녀로 몰려 죽임을 당했다. -위키미디어
Figure 1 말레우스 말레피카룸 초판 표지. 마녀를 재판하는 방법과 절차를 담은 이 책은 중세 시대에 이례적으로 수십 판을 거듭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이 책에 쓰인 대로 수많은 여성이 마녀로 몰려 죽임을 당했다. -위키미디어

 

둘로 나누는 세상- 이항 대립

 

도대체 왜 여성은 기본적으로 마녀라고 했을까요? ‘하느님과 마귀’ 혹은 ‘마리아와 이브’의 쌍처럼, 세상은 선한 것과 악한 것으로 나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 남성과 여성의 쌍에서 ‘선한 쪽’은 남자니까, 여자는 자동적으로 ‘악한 쪽’이 됩니다.

 

사실 이분법적 범주 체계는 인간의 기본적 인지 성향입니다. 인간은 빛과 어둠, 적색과 청색, 기쁨과 슬픔, 불과 물 등 실제로는 범주적 구분을 할 수 없는 연속적인 속성도 ‘둘’로 딱 잘라 생각하길 좋아합니다. 이러한 범주 체계는 실생활에 유리한 면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버섯은 포자의 위치와 모양에 따라 다섯 가지로, 혹은 색깔에 따라 세 가지나 일곱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분류는 그리 유용하지 않습니다. 먹을 수 있는 버섯과 먹을 수 없는 버섯으로 나누는 것이 더 유용하죠.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언어학자 소쉬르의 개념을 발전시켜서 인간이 이른바 이항 대립의 의미 체계 내에서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브라질의 한 원주민 마을에 대한 연구를 통해, 남자와 여자, 선과 악, 강함과 약함, 삶과 죽음 등의 이항 대립의 구조를 밝혀냅니다. 이런 구조주의적 해석에 이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문화적 의미 체계가 ‘둘’로 나뉘는 구조를 보이는 것은 분명합니다.

 

Figure 2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1955). 그의 대표 저작 <슬픈 열대>는 소위 원시인의 심성과 문화, 사회가 소위 문명인의 그것과 별 다를 바가 없는 동일한 구조 체계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위키미디어
Figure 2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1955). 그의 대표 저작 <슬픈 열대>는 소위 원시인의 심성과 문화, 사회가 소위 문명인의 그것과 별 다를 바가 없는 동일한 구조 체계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위키미디어

 

차이 탐지 적응

 

이는 조금 어려운 개념입니다.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는 인간에게 이른바 차이 탐지 적응(difference-detecting adaptation)이 일어났다고 주장합니다.  사회적 적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타인의 건강, 기분, 지위, 태도 등을 파악하는 능력이 진화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지하철 안에서 연신 기침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거의 자동적으로 모든 사람이 그를 따로 ‘구분’하게 됩니다. 점잖은 사람이라면 내색을 하지는 않겠지만, 대개는 가까운 곳에 가려고 하지 않죠.

 

그런데 이러한 차이 탐지 적응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지만, 새로 만들기도 합니다. 차이에 기반한 구분은 회피나 선호 등의 특정한 행동을 유발하는데, 진화적 군비 경쟁을 통해서 차이를 의도적으로 과장하거나 혹은 차이가 없는 것으로 위장하려는 전략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사람들이 피할까 걱정되어 기침을 억지로 참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만원 지하철 안에서 넓게 가려고 헛기침을 해대는 사람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차이 탐지 적응은 점점 더 고도로 진화했을 수 있습니다. 버스는 특정 대상의 핵심적 차이를 탐지하는 능력이, 그러한 차이의 내적인 심리 동기를 간파하는 식으로 발전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기침 소리를 듣고, 진짜 기침인지 가짜 기침인지 재채기인지 세균성 폐렴인지 구분하려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내적 동기 탐지 모듈이 정확할 리 없습니다.

 

Figure 3 unknown (1941-45). 미 국립 고고학 기록 보관소 소장.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는 기침에 대한 본능적 혐오를 예로 들면서 인간에게 ‘차이 탐지 적응’이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위키미디어
Figure 3 unknown (1941-45). 미 국립 고고학 기록 보관소 소장.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는 기침에 대한 본능적 혐오를 예로 들면서 인간에게 ‘차이 탐지 적응’이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위키미디어

 

오류 관리 이론

 

오늘은 어려운 개념이 많네요. 오류 관리 이론(error management theory)이란 마티 헤이즐턴이라는 진화심리학자가 주장한 이론입니다. 이는 가장 불리한 상황을 보수적으로 피하려는 식으로 심리 기전이 진화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같이 사냥을 할 동료를 찾고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한 친구가 기침을 콜록콜록합니다. 물론 원래 엄청나게 건강한 사람이 일시적으로 감기에 걸렸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친구가 대단한 사냥 실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괜히 사냥에 짐만 되는 환자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병을 옮길 수도 있죠. 그런데 두번째 가능성의 경우, 위험이 너무 막대합니다. 기침하는 친구는, 일단 보자마자, 사냥 파트너에서 배제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앞서 말한 내적인 심리적 동기, 즉 대상이 ‘진짜 나쁜 사람’인지 ‘실제로 착한 사람’인지 탐지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별 상관없습니다. 오류 관리 이론에 따르면, ‘나쁜 사람’ 같기만 하면 일단 무조건 경계하는 것이 유리하니까요.

 

Figure 4 Unknown (1613). 마녀로 지목을 받은 여성이 손발이 묶인 채 강물에 던져지고 있다. 마녀로 몰린 여성은 혹독한 고문을 당했는데, 결백을 입증하려면 고문을 모두 견뎌야 했다. 대부분은 고통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하고 처형되거나,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다가 고문으로 죽었다. -위키미디어
Figure 4 Unknown (1613). 마녀로 지목을 받은 여성이 손발이 묶인 채 강물에 던져지고 있다. 마녀로 몰린 여성은 혹독한 고문을 당했는데, 결백을 입증하려면 고문을 모두 견뎌야 했다. 대부분은 고통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하고 처형되거나,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다가 고문으로 죽었다. -위키미디어

 

마녀 재판의 심리학

 

이러한 세 가지 기전, 즉 이분법과 차이 탐지 적응, 오류 관리 이론이 만나면, 마녀 사냥이 시작됩니다. 세상의 반은 나쁜 놈입니다(잘못된 이항 대립). 중립적인 행동이나 사소한 실수로부터, 본성이 나쁜 놈이라는 것을 간파합니다(차이 탐지 적응). 설령 진짜로는 나쁜 놈이 아니라면 좀 미안하지만, 그래도 우선 나쁜 놈으로 생각하는 편을 택합니다(오류 관리 이론).

 

중세 시대에 수만에서 수십만 명의 여성을 마녀로 몰고 간 것은 몇 명의 이상한 종교재판관 때문이 아닙니다. 세상 사람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누고, 소위 ‘관심법’으로 그 나쁜 놈을 지목하는 인간의 보편적 심리 패턴때문입니다. 일단 나쁜 놈은 피하는 쪽이 유리하기 때문에, 이러한 분위기는 금새 전체 집단으로 확산됩니다.

 

매일매일 뉴스와 SNS는 ‘천하의 나쁜 놈’에 대한 기사와 그 (혹은 그녀)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습니다. 일부는 사실이 아닌 경우로 드러나기도 하죠. 하지만 소문은 그 자체로 사실을 만들어 냅니다. 특히 어떤 사람의 타고난 ‘심성’이나 ‘됨됨이’에 대한 것은 더욱 그렇습니다. ‘사실’을 밝힐 수 없으니,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힐 수도 없는 일이죠.

 

우리는 실수를 할 수도 있고, 기침을 할 수도 있고, 여자로 태어날 수도 있습니다.  마녀 재판소에 기소된 용의자의 유죄 여부를 알아내는 방법 중 하나는 손발을 묶고 물 속에 빠트리는 것이었습니다. 물에 뜨면 마녀, 물에 안 뜨고 가라앉아 있으면 마녀가 아니라는 것이죠. 지금 우리 사회는 조금 과도한 이분법적 잣대로, 사소한 근거를 가지고, 아무나 일단 여론 재판에 기소부터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여론이라는 강물에 던져진 용의자는 가라앉아도 죽고, 떠올라도 죽습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진화와 인간 사회에 대해 강의하며, 정신의 진화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정신과 사용설명서>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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