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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기자의 영화 속 로봇④]가장 현실적인 인간형 로봇기술… ‘리얼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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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25일 15:00 프린트하기

영화 리얼스틸 속
영화 리얼스틸 속 '로봇 복싱' 장면. 드림웍스 제공.

영화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로봇은 사람처럼 두 발로 걷고, 두 손으로 물건을 들어 나르는 ‘인간형 로봇’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라고 영어 이름을 그대로 쓰기도 하고,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다고 해서 ‘2족 보행 로봇’, ‘두발 로봇’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로봇이란 단어는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인다. 자동화된 소프트웨어를 로봇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무인 비행기나 자율주행 자동차도 로봇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로봇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인간형 로봇부터 떠올린다. 많은 영화에서 인간형 로봇을 보아왔기 때문이겠지만,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로봇의 이상적인 형태라는 점도 한 몫 한다. 로봇이라는 말의 어원이 ‘사람 대신 일을 하는 존재’라는 뜻. 사람처럼 생기고,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사람이 사는 공간에서 일을 하는 존재다. 이런 의미에서 ‘가장 로봇다운 로봇’은 어쩌면 인간형 로봇이 아닐까.

 

그런데 이는 어디까지나 공상 속의 이야기다. 사람처럼 자아를 갖고 스스로 생각하고, 사람을 지배하려고 드는 ‘진짜 인공지능’이 개발될 어떤 개연성도 아직 발견하기 어렵다. 그러니 많은 영화 속 로봇은 기술 진보 차원의 문제를 넘어 ‘현실과의 괴리감’마저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수많은 로봇 영화 중, 오직 꼭 한 가지 영화만이 ‘아, 이 정도 로봇 기술이라면 조금 더 먼 미래라고 상상할 때 충분히 현실적이다’라는 느낌을 준 영화가 꼭 한 편 있었다. ‘로봇 복싱’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들고 2011년 찾아왔던 영화 ‘리얼스틸’이다. 리얼스틸은 1950~1960년대 미국의 소설가로 활약했던 ‘리처드 매드슨’의 원작소설 ‘스틸’을 현대 시각에 맞게 각색해 만들었다.

 

● 실현 가능성 높은 로봇기술

 

로봇 아톰에게 복싱을 가르치고 있는 주인공. 사람의 동작을 따라하면서 새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이와 비슷한 기술은 현실에서도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드림웍스 제공.
로봇 아톰에게 복싱을 가르치고 있는 주인공.  아톰은 사람의 동작을 따라하면서 새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이와 비슷한 기술은 현실에서도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드림웍스 제공.

영화에선 로봇 복싱경기가 스포츠의 한 장르로 자리 잡은 미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사람들은 로봇복싱에 열광하고, 로봇을 구입해 직업적으로 복싱경기를 벌이는 프로모터들이 등장한다. 복싱은 로봇에게 맡기고, 사람은 시합을 주선해 돈을 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사람 대신 공장에서 일을 할 능력이 없다. 말도 하지 못하며, 오직 미리 입력된 패턴대로 복싱만 한다. 의외로 이 사실 때문에 리얼스틸은 기술적인 면에서 꽤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느껴졌다. 로봇이 인간처럼 생활하는 모든 과정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현실적으로 그 방법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복싱이라는 제한된 조건이라면, 고려해야 할 변수가 유한한 만큼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복싱 로봇은 사람처럼 두 발로 걷고, 두 팔을 휘둘러 싸운다. 잽, 스트레이트, 어퍼컷 등과 같은 복싱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하지만 꼭 거기까지다. 주인이 시킨 말을 문맥까지 이해해 심부름을 하거나, 청소나 설거지 같은 가사 일을 할 능력도 없다. 하지만 자동화 기능 그 자체를 포기했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어디까지나 자동화를 구현할 범위에 대한 문제다. 그리고, 그 범위를 좁힐수록 기술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한층 더 커진다.

 

예를 들어 로봇을 조작하는 사람이 조종간이나 음성명령 등의 방법으로 왼손 스트레이트를 뻗으라고 명령했다고 가정하자. 시합 도중에 이 이상의 자세한 지시는 사실 불가능하다. 그런데 로봇은 왼팔을 강하게 내 뻗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판단해야 한다. 신체의 중심을 미리 잡아야 하고, 로프와 가까우면 팔이 걸리지 않도록 신경써야한다. 바닥의 미끄러짐, 상대방의 위치와 동작 등, 현재 상황에 맞게 최적의 펀치를 날리려면 고려해야 할 것이 수없이 많다. 이런 부분을 자동화 기술로 구현할 수만 있다면, 최소한 실용화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사실 비슷한 기술은 이미 사회 곳곳에서 쓰인다. 최신형 자동차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운전대를 꺾어 방향만 지정해 주면, 바퀴의 미끄러짐을 스스로 파악하고 미세한 브레이크 조작 등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차선을 정확하게 유지하고, 앞 차를 추돌하지 않도록 돕는 기능까지 갖고 있다. 큰 조작은 사람이 하지만, 일일이 신경 써야 하는 자잘한 일은 기계에 맡는다.

 

리얼스틸 속 세계관에선 로봇복싱이 스포츠의 한 분야로 자리잡아 큰 인기를 끈다. 현실에서도 로봇축구, 로봇격투 등의 ‘로봇 스포츠ㄴ9가 실존하고 있다. 드림웍스 제공.
리얼스틸 속 세계관에선 로봇복싱이 스포츠의 한 분야로 자리잡아 큰 인기를 끈다. 현실에서도 로봇축구, 로봇격투 등의 ‘
로봇 스포츠가 실존하고 있다. 드림웍스 제공.

실제로 이런 기술이 인간형 로봇 조작에 실제로 쓰인 적도 있다. 우리나라 KAIST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 ‘DRC 휴보’는 미국 국방성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주최한 로봇 경진대회 ‘DARPA 로보틱스 챌린지’에 출전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 대회는 로봇이 가상의 원전폭발 현장으로 들어가 복구 작업을 하고, 각 단계마다 점수를 받는 식으로 승부를 낸다. 배관에 연결된 밸브를 잠그는데 성공하면 1점, 전선을 연결해 내면 1점, 잔해를 뚫고 탈출하면 1점을 받는 식이다. 이때 KAIST 연구진이 로봇을 원격 조작할 때 필요한 명령을 최대한 단순화 했다. ‘지정한 잔해 하나를 들어서 치워라’라고 명령하면, 로봇은 주변 상황을 보고 자신이 판단해 가장 유리한 선택을 스스로 하도록 만들었다. 이 기술이 주효했던 덕분에 KAIST 팀은 이 대회에서 1위를 했다.

 

리얼스틸에는 로봇이 사람의 복싱 동작을 따라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장면도 나온다. 이 기술도 일부는 현재 구현이 가능하다. 사람의 동작을 따라하게 만드는 일은 비교적 쉽다. 여기에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면서 실력을 늘리는 ‘강화학습’ 등의 인공지능 기술도 일부 현실화 돼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은 강한 힘을 내는데 유리한 유압식 액추에이터(구동장치)를 쓴 것을 볼 수 있다. 제작진은 영화 속 기술이 최대한 현실적으로 보이도록 적잖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공상과학 속 로봇 스포츠, 이미 현실의 이야기

 

리얼스틸은 휴먼드라마 요소가 강하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로봇 복싱을 하며 유대감을 키우고 있다. 드림웍스 제공.
리얼스틸은 휴먼드라마 요소가 강하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로봇 복싱을 하며 유대감을 키우고 있다. 드림웍스 제공.

로봇이 인간 대신 스포츠 경기를 치른다면, 사람들은 그런 시합을 보고 싶어 하지는 않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스포츠란 사람이 뼈를 깎는 노력을 거쳐 갈고닦은 기술과 체력, 정신력을 겨룬다. 그런데 로봇이 이를 대신한다면 그런 스포츠는 금방 식상해질 뿐, 과연 인간들이 거기 공감하고 환호하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지적이다.

 

그런데 이미 현실에서도 로봇을 이용한 스포츠경기는(어디까지나 기술발전의 목적이지만) 이미 상당부분 대중화 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로봇축구’다. 아직 이 축구경기에 출전하는 로봇은 몇 걸음 채 걷지도 못하고 넘어지거나, 공을 잘못 인식해 헛발질을 하고 넘어지는 일이 잦다. 하지만 두 발로 걷는 로봇이 축구 시합 비슷한 규칙으로 승부를 겨루는 단계에는 이미 도달해있다. 이 대회에 우승하면 유명 브랜드 ‘루이비통’에서 만든 트로피를 받을 수 있고, 적잖은 상금도 주어진다. 로봇개발자들 사이에선 꼭 우승해 보고 싶은 대회로 통한다. 대회 주최 측은 ‘2050년이면 로봇들이 인간 월드컵 우승팀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로봇들의 경기는 의외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차량 형태의 로봇 두 대를 철조망으로 만든 경기장 안에 밀어 넣고, 원격조정으로 화염방사기, 전기드릴 등을 휘둘러 상대로봇을 망가뜨리는 ‘로봇격투’ 시합은 상당히 인기가 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는 로봇들의 스키경기인 ‘스키로봇 챌린지’를 열어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원작자 리처드 매드슨은 정통 SF물 보다는 공상 속 판타지에 가까운 허구의 소설을 자주 썼다. 사랑하는 부인이 죽어 지옥으로 가게 되자 자신도 따라 나선다는 ‘천국보다 아름다운’이나 좀비물의 원조 격으로 불리는 작품 ‘나는 전설이다’ 등의 유명 작품이 모두 그의 펜 끝에서 나왔다. 판타지의 대가로 불릴 만한 작가가 로봇을 주제로 쓴 작품이, 21세기인 현재에 보기엔 다른 어떤 소설보다 가장 현실적인 작품으로 비춰진다는 점도 재미있게 여겨진다.

 

리얼스틸에는 로봇 복싱으로 한몫 잡을 생각만 하는 아빠와, 귀엽고 철없는 악동 꼬마가 등장한다. 고철이나 다름없는 복싱로봇 ‘아톰’에게 복싱을 새롭게 가르치며 서로의 소중함을 배워 나간다는 성장 스토리가 줄거리의 큰 골격이다. 어쩐지 영화를 보는 도중에 기계 냄새가 날 것 같아서 지금까지 이 영화를 보지 않고 있던 분들이라면, 속는 셈 치고 127분의 시간을 투자해 보길 권한다.

 


※ 편집자주.
 영화와 과학기술은 서로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영화 속 미래기술이 현실의 과학기술자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하고, 과학자들의 첨단 연구결과가 새로운 영화 탄생에 모티브가 되기도 하지요. 영화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해 보는 일은 과학의 발전에도 분명 큰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이런 의미에서 가까운 미래에 가장 큰 조명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로봇기술에 대해 고정 코너를 통해 연재합니다. 수많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이 과학기술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점은 비현실적인 그저 공상(空想)의 설정인지를 짚어주는 ‘영화 속 로봇 이야기’를 월 2회 독자 여러분들께 소개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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