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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로 읽는 과학] 최초의 네안데르탈인 벽화 발견, 그리고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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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25일 21:00 프린트하기

사진 제공 사이언스
사진 제공 사이언스

 

이번주 ‘사이언스’ 표지는 염료를 사용해 그린 가장 오래된 동굴 벽화가 차지했다. 스페인의 남부와 서부 동굴 세 곳에서 발견된 벽화를 연대 측정한 결과로, 이곳에는 달 월(月)자 모양의 문양과 김환기 화백의 그림이 언뜻 떠오르는 반복된 점 무늬, 동물 형상 등이 그려져 있었다. 표지 사진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다른 동굴에는 손바닥 스텐실(손바닥을 대고 주위에 염료를 뿌려 손 모양을 남긴 그림)도 남아 있다. 연구팀은 이들 그림 60여 곳의 연대를 새로 측정해 일부 그림이 최소한 6만 4000년 전에 그려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럽에 현생인류가 도달한 것은 빨라야 4만 년 전으로 추정되기에, 이번에 연구된 6만여 년 전 그림을 그린 주인공은 당시 아직 유럽에 남아 있던 네안데르탈인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영국 및 독일 공동연구팀은 주장했다. 실제로 기존 고고학 연구 결과를 보면, 네안데르탈인이 지구에서 자취를 감추기 전 마지막까지 생존했던 지역은 스페인 서쪽 끝 지브롤터의 동굴이었다. 네안데르탈인은 이곳에서 약 2만 8000~4만 년 전 마지막 흔적을 남긴 뒤 지구에서 자취를 감췄다.

 

연구 결과는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은 인지 능력이 다르며, 특히 예술은 현생인류의 독보적인 성취라고 선을 그어온 고고학계의 기존 주장을 뒤엎어 화제가 됐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에게도 상징 능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며 “그들 역시 현생인류다”고 주장했다.

 

자세한 기사 ☞ 네안데르탈인은... 예술가였다...6만 4000년 동굴벽화 주인공으로 밝혀져

 

스페인 동굴에서 발견된 손바닥 스텐실. 세 개의 스텐실 가운데 하나는 적어도 6만 6000년 전 작품으로 밝혀졌다. 사진 제공 사이언스
스페인 동굴에서 발견된 손바닥 스텐실. 세 개의 스텐실 가운데 하나는 적어도 6만 6000년 전 작품으로 밝혀졌다. 사진 제공 사이언스

 

●네안데르탈인은 정말 예술가였나… 격해지는 논쟁
 

그런데 발표된지 며칠 지나지 않은 이 연구 결과를 둘러싸고 후속 논쟁이 뜨겁다. 먼저 외신들은 연구팀의 주장대로 이 그림들이 네안데르탈인의 작품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의 과학기자 칼 침머는 “네안데르탈인이 그저 친척 인류(현생인류)를 흉내 내기만 했다는 기존 생각에 일격을 가했다”고 평했다. BBC와 워싱턴포스트 등도 비슷하다.

 

주요 고인류학 전문가들도 대체로 결과를 받아들이며 후속 연구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크리스 스트링어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 교수는 개인 논평을 발표해 “6만4000년이라는 연대는 (이 작품이 현생인류의 것일지 모른다는) 의심의 여지를 없애준다”며 “(오히려) 네안데르탈인이 4만 5000년 전 현생인류를 만나 자신들의 벽화와 치장 예술을 가르쳤을 가능성까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링어 교수는 “하지만 인도네시아와 호주에서도 3만 5000~4만 년 전 그림을 그린 것으로 보아, 아프리카를 떠난 6만 년 전 현생인류에서 시작된 행동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6만 4000년 전으로 연대측정된 달 월(月)자 형상의 왼쪽 선. 일부 학자들은 이 그림 중 오직 선 하나만 네안데르탈인 시대로 측정돼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6만 4000년 전으로 연대측정된 달 월(月)자 형상의 왼쪽 선의 탄산염을 학자들이 조사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 그림 중 오직 선 하나만 네안데르탈인 시대로 측정돼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진 제공 사이언스

 

반면 몇 가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신중파도 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해당 연대의) 네안데르탈인의 인골이 발견되지 않아 아직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다”라며 “현생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난 시점이 최근 앞당겨지고 있는 추세이므로 현생인류가 6만 4000년 전 이미 유럽에 존재했을 가능성 역시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다만 예술이 4만~5만 년 전에 갑자기 탄생했는지 혹은 이전부터 서서히 탄생했는지 논쟁이 있었는데, 후자를 지지하는 증거로는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네안데르탈인이 만든 작품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정말 상징을 해석하거나 고도의 예술 능력이 있는지는 더 두고 봐야 한는 주장도 있다. 리베커 사이크스 프랑스 보르도대 연구원은 트위터에 공개한 논평에서 “(사이언스 표지에 공개된) 라 파시가 벽화는 전체가 아니라 (月자) 그림의 맨 왼쪽 선만 6만4000년 전 이상으로 연대측정됐고 나머지는 1만3000년 전 이상으로 나왔다”며 “’선 하나를 그릴 수 있는 능력’과 ‘복합적인 이미지를 그릴 수 있는 능력’ 사이에는 인지적으로 차이가 크다”고 밝혔다. 사이크 연구원은 “벽화 전체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형우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는 “고고학 이론에는 문화가 갑자기 등장하지 않고 서서히 등장했다고 보는 진화론적 이론이 있다"며 "이 이론에서는 후기구석기의 혁명성이라고 흔히 이야기하는 장거리 이동이나 우수한 사냥, 예술 등이 (네안데르탈인이 살던 시대인) 중기구석기에 이미 등장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 사이에는 ‘인지적 유동성’이라는 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이론이 있다”며 “인지적 유동성의 핵심은 기존 소재나 규칙 등을 가지고 새롭게 조합하는 능력인 창조성인데, 이것을 네안데르탈인이 지니고 있는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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