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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알코올 중독 치료제, 바클로펜은 효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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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알코올 중독 치료제, 바클로펜은 효과가 없다?

2018.02.26 18:00

세 번의 변신 끝에 알코올 중독 치료제로 성공한 약이 있다. 약 반세기 전 항경련치료제 (이하 간질약)으로 개발됐던 바클로펜이다. 최근 이 약물의 알코올 중독치료 효과를 부정하는 연구가 나왔다.

 

1970년대 간질약으로 개발된 바클로펜은 억제성 뉴런을 흥분시키는 신경전달물질임이 밝혀지면서 새로이 근육이완제로 1988년 7월 미국 식품의약청의 승인을 받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각종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알코올 중독 치료제로서 보건당국의 승인이 이어졌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아캄프로세이트(acamprosate), 벤조디아핀(benzodiapine)과 함께 3대 알코올 중독 치료제로 꼽히고 있다.

 

이 중에서도 바클로펜은 신장을 통해 분해돼 배설되는 특징으로 중독환자가 일반적으로 앓고있는 간질환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아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물이 됐다. 그런데 이 효과를 뿌리째 흔드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영국 리버풀대 생리학과 아비 로즈 박사팀이 바클로펜 치료제와 알코올 중독치료와의 상관관계를 밝힌 12개의 임상시험들을 종합 분석해 알콜 중독 치료에 효과가 없다는 결과를 26일 (현지시각) 학술지 ‘중독’에 발표했다.

 

 

G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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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클로펜은 2008년 프랑스의 심장병전문의 올리비에 아메이센 박사가 <마지막 술잔(Le Dernier Verre)>이라는 책에서 자신의 알코올중독을 이 약으로 치료했다고 주장하면서 알코올중독 치료제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후 2012년 프랑스 파리-데카르트 대학의 필립 조리(Philippe Jaury) 박사는 알코올중독자 132명에게 바클로펜을 고단위로 1년 동안 투여한 결과 기존 치료제인 아캄프로세이트의 4배 수준인 80%가 술을 끊거나 음주량이 보통 이하 수준으로 줄었다는 임상 결과를 내놓았다.

 

이후 몇 년간 바클로펜 투여시 최장 금주일수나 투여 종료시 금단현상 출현율, 과다음주 횟수 등과 관련한 연구들이 이어졌다. 그 내용은 바클로펜이 음주 욕망을 직접적으로 줄일 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줄여 간접적으로도 알코올 중독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알코올 중독 치료에 있어 기적의 약물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일련의 결과들을 재입증하는 과정에서 연구팀은 그동안 시행된 임상시험 중 바클로펜과 가짜약을 비교한 12가지의 연구를 모아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메타 분석은 연구자가 특정 주제에 관한 모든 연구 결과의 변수를 한데 모아 통계적으로 효과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다. 단일 실험에 비해 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즈 박사는 “바클로펜을 처방한 70~80% 이상에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해본 결과에서는 8명의 1명 꼴, 즉 12%의 사람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특히 금주일수를 줄이거나 우울증과 같은 신경장애를 낮춘다고 알려진 바클로펜의 효과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로즈 박사는 “많은 임상시험이 매우 극소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점이 잘못된 결론으로 이끈 것”이라며 “(사실상 바클로펜은) 일반적으로 약을 먹었다는 심리적 안도감, 즉 가짜약 효과를 나타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클로펜의 처방용량과 일수등에 대해 표준 지침이 없으며, 실제 몸에서 (이 약물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도 제대로 모른다”며 “알코올 중독 치료에 이 약물을 적용하는 건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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