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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원전 해도 원전, 사용후핵연료 방재기술 연구는 계속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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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01일 03:00 프린트하기

다카라 카오루 일본자연재해안전학회 회장(교토대 교수)이 27일 서울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에서 기자와 만나 방재기술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다카라 카오루 일본자연재해안전학회 회장(교토대 교수)이 27일 서울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에서 기자와 만나 방재기술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뿐만 아니라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한 곳에서도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원전을 없애자는 논의와는 별개로 원전과 사용후핵연료 보관시설에 대한 방재(防災) 기술 확보가 중요합니다.”

 

방재 전문가인 다카라 카오루 일본자연재해안전학회(JSNDS) 회장(교토대 재해안전관리연구과 교수)은 2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경주·포항 지진으로 가속화된 국내 탈(脫)원전 정책에 대해 이처럼 조언했다. 2018년 한국방재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다카라 회장을 27일 학회가 열린 서울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에서 만났다.
 
현재까지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는 약 1만5000t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 사용후핵연료의 처분 방식이 결정되지 않았고, 사용후핵연료를 비롯해 원전 해체 시 나올 수 있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처분장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정부는 당분간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수조에 임시 보관한다는 방침이지만 고리 원전 3기, 신고리 원전 4기와 신설될 임시 건식저장조를 다 합해도 10년 후면 포화 상태가 된다. 임시방편인 만큼 사용후핵연료 보관·처분 시설의 안전에 대한 연구 역시 뒤로 밀려 있는 상황이다.

 

현재 추진 중인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 기술(파이로프로세싱) 연구도 사업 재검토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파이로프로세싱이 원전 가동을 전제로 하고 경제성도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에서 고독성, 장반감기 핵종을 분리해 소듐냉각고속로의 연료로 재처리 하는 기술이다. 사용후핵연료의 부피를 20분의 1, 방사능을 10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간접 처분 방식인 파이로프로세싱을 제외하면 현재로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직접 땅이나 처분장 등에 매립하는 직접 처분 방식밖에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카오루 회장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일본 시민들도 원전을 없애고 싶어 한다. 하지만 원전 안전과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보관·처분을 위한 연구는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오루 회장은 지진 조기 경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1995년 고베지진 이후 지진감지센서를 전국에 대대적으로 설치하기 시작했고 현재 센서 수가 3000여 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일본은 중앙정부 외에도 56개 (2014년 기준)의 민간 업체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진 경보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오루 회장은 “덕분에 일본에서는 지진이 발생하면 시민들은 수초 내로 문자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기 위치의 지진 강도(진도)와 남은 시간 등의 정보를 제공 받는다”며 “3초~1분 남짓의 짧은 시간이지만 가스렌지를 끄거나 바닥에 엎드리는 등 시민들이 최소한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현행법상 기상청장 외에는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한 관측 결과 및 특보를 발표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달 11일 포항지진(규모 4.6)의 경우처럼 중앙정부가 조기 경보를 하지 못할 경우, 이를 보완할 민간의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할 수 없는 구조다. 포항지진 당시 행정안전부는 자동 문자 발송 시스템 문제로 지진이 발생한 지 7분이 지난 11일 오전 5시 10분경에야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카오루 회장은 “‘이 정도면 안전하다’ 생각할 때 큰 재난이 닥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특히 지진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화산, 홍수 등 다른 자연재해보다 예측이 어렵다. 사전 조사를 통한 많은 데이터 수집과 연구가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지진이 잦은 일본과 달리 지질학자 등 관련 전문가들이 많지 않은 편”이라며 “경험이 풍부한 일본 과학자들이 한국의 지진 대응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JSNDS는 지진뿐만 아니라 홍수, 화산,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와 관련된 다양한 방재 기술을 연구하는 학술단체다. 한국방재학회와는 2012년부터 학술 교류를 이어 오고 있다. 박무종 한국방재학회 회장은 28일 ‘포항지진 현장리포트 그리고 앞으로 준비해야 할 지진대책은?’이라는 주제로 열린 학술발표대회 특별세션에서 “앞으로는 학회가 방재의 학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재해에 대한 예측과 대응, 복구 등의 차원에서도 관심을 갖고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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