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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비싼 가격에도 애플의 새 '아이맥프로'가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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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01일 13:30 프린트하기

컴퓨터 앞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다 보니 더 좋은 컴퓨터에 대한 욕심이 자연스럽다. ‘좋은 컴퓨터’라는 막연한 단어에 적절한 답은 늘 변해 왔다. 지난 몇 년을 돌아보면 컴퓨터의 선택 기준은 얼마나 편하게 쓸 수 있느냐에 있었던 것 같다. 배터리, 무게를 비롯해 편안한 키보드 등을 중심으로 컴퓨터와 주변기기들을 선택했다. 상대적으로 성능 그 자체에는 관심이 이전같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아이맥 프로를 마주하니 뭔가 잊고 있었던 컴퓨터의 가치가 떠오른다.

워크스테이션은 늘 꿈같은 존재다. 이제까지 수 십대의 컴퓨터를 썼지만 워크스테이션은 바라만 보던 것이었다. ‘그 정도까지 성능이 필요하진 않아’라는 생각이 이유였고, 그렇게까지 좋은 컴퓨터가 필요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컴퓨터 성능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점일 게다. 하지만 항상 고성능 컴퓨터에 대한 수요는 한계가 없다. 시장이 맥에 기대하는 영상과 음악, 디자인 작업에서는 이미 맥의 새로움보다도 성능에 대한 갈증이 극에 달했다. 2013년 이후 소식이 들리지 않던 새로운 맥 프로에 대한 기다림에 지치고, 또 그 시스템에 익숙해지고 있을 때 쯤 아이맥 프로가 발표됐다. 지난해 WWDC가 그 무대였으니 8개월만에 세상에 나온 이 컴퓨터를 다시 만났다.

 

 

최호섭 기자 제공
최호섭 기자 제공


아이맥, 그리고프로

‘프로’는 애플이 즐겨 쓰는 접미사다. 아이맥 프로는 이름처럼 아이맥의 프로 버전이다. 고성능이 핵심인 워크스테이션 범주에 들어가는 맥이다. 중심이 되는 CPU는 인텔의 ‘제온W’ 프로세서다. 이 칩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와 달리 워크스테이션을 위해 설계한 제온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아키텍처는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와 거의 똑같고, 데이터 스트림을 순식간에 처리하는 AVX512 명령어 세트도 들어간다. 아이맥에 들어간 제온W 프로세서는 8코어부터 10, 14, 18코어를 선택할 수 있다.

메모리는 ECC규격의 DDR4를 쓰고 32GB부터 64, 128GB를 고를 수 있다. 하드디스크를 이용하는 퓨전 드라이브는 없고, 1, 2, 4TB 용량의 SSD만 들어간다. 그래픽은 AMD의 레이디언 프로 베가56과 64 두 가지를 쓴다. 성능면에서는 지금 만들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컴퓨터라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키보드와 마우스 등 액세서리도 스페이스 그레이로 처리됐다. 별도로 구매할 수는 없다. - 최호섭 기자 제공
키보드와 마우스 등 액세서리도 스페이스 그레이로 처리됐다. 별도로 구매할 수는 없다. - 최호섭 기자 제공


재미있는 것은 이 부품들이 아이맥의 얇은 몸체 안에 다 들어갔다는 점이다. 디자인은 기존 27인치 아이맥5k와 똑같다. 포트의 구성이 조금 다르고, 메모리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슬롯이 없다는 점 정도가 차이다. 아이맥은 테두리쪽은 5mm 정도로 아주 얇게 처리하고, 컴퓨터 시스템은 가운데쪽에 집중된다. 처음 이 아이맥의 폼팩터가 공개됐을 때도 컴퓨터가 이 안에 들어간다는 것이 놀라웠는데, 이 작은 공간에 열 문제까지 예민한 워크스테이션용 부품이 집약돼서 들어간다는 점은 다시 봐도 신기하긴 하다.

하지만 단순히 프로세서만 바꾼 건 아니다. 이미 WWDC에서 공개됐던 것처럼 속의 구조는 일반 아이맥과 조금 다르다. 열 문제 때문이다. 히트싱크를 곳곳에 붙이고, 냉각팬의 용량을 늘려서 공기 흐름은 75%를 늘렸다. 일반 아이맥 시스템보다 80% 정도 더 높은 온도를 제어할 수 있게 됐다. 팬 소음은 일반 아이맥 수준으로 조용하다. 극단적으로 조용한 맥프로의 팬 소음과 비교하면 조금 날카로운 느낌이지만 팬이 신경을 거슬리게 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스페이스 그레이 마감이 돋보인다. WWDC에서 처음 봤을 때는 단순히 은색보다 ‘멋있다’는 느낌이었는데 실제 제품을 쓰는 동안에는 조금 더 어두운 톤의 테두리 때문에 시선이 화면에 더 집중된다는 점이 더 좋았다. 미적인 요소보다 사용자 경험으로도 이 스페이스 그레이가 더 낫다.

성능적인 부분 외에도 컴퓨터 구조적으로도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바로 아이맥 프로 안에 들어있는 T2 프로세서다. 이 칩은 ARM 기반의 마이크로콘트롤러다. 아이맥 프로는 기본적으로 인텔의 플랫폼을 이용하지만 애플은 콘트롤러 부분을 따로 떼어냈다. 보안 부팅부터 시스템의 온도를 제어하고, SSD에 데이터를 읽고 쓸 때 보안 부분도 이 칩이 맡는다. 디스플레이 밝기, 페이스타임 카메라, 사운드 제어 등 컴퓨터가 애플리케이션을 돌리는 것 외의 하드웨어 관리는 모두 메인프로세서 대신 T2 칩으로 넘기는 것이다.

 

색을 제외하고 디자인과 두께 등 외관의 차이는 없다. 여전이 맨 바깥쪽 두께는 5mm다. - 최호섭 기자 제공
색을 제외하고 디자인과 두께 등 외관의 차이는 없다. 여전이 맨 바깥쪽 두께는 5mm다. - 최호섭 기자 제공


이를 통해 시스템과 운영체제가 분리되면서 보안이나 안정성이 개선되기도 하고, 프로세서가 시스템을 관리하느라 자원을 낭비할 일도 없다. 특히 저장장치의 보안은 속도의 손실이 얽히기 때문에 잘 손이 가지 않는데, T2는 그 부분을 해소한다. 물론 맥OS의 자체 암호화 기능인 파일볼트(FileVault)를 함께 쓸 수도 있다. 비록 그 자원 소비가 크지 않더라도 연산과 제어를 시스템적으로 분리하는 시도는 흥미롭다.


가장 빠른

아이맥 프로의 성능은 당연하게도 지금까지 나와 있는 맥 중에서 가장 빠르다. 맥의 최상위 라인업은 ‘맥 프로’가 맞지만 2013년 첫 등장 이후 새로운 부품들이 들어가지 않았고, 그 사이에 폭발적으로 높아진 반도체 성능은 이제 최신의 아이맥이나 맥북 프로와 견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돌아보면 맥 프로는 작고 깔끔한 디자인에 소음 없는 설계까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4k 영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파이널컬 프로 X의 편집 도구에 올렸고, 이전까지 끙끙대던 로직 프로 X는 100여개 트랙에 온갖 효과를 다 걸어도 아무런 불평이 없었다. 미래를 만난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의 ‘미래’는 더 빨리 왔고, 이제 4k 카메라들은 더 대단한 결과물을 만들어냈고, 코덱도 바뀌었다. 반도체 기술도 시장의 수요를 따라야 했다. 반짝이던 맥 프로는 새로운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했다.

 

블랙매직의 디스크 속도 테스트. 1초에 3GB 정도를 읽고 쓴다. - 최호섭 기자 제공
블랙매직의 디스크 속도 테스트. 1초에 3GB 정도를 읽고 쓴다. - 최호섭 기자 제공


아이맥 프로를 마주했던 며칠의 경험도 과거 맥 프로를 마주했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내가 테스트한 제품은 가장 엔트리인 제온W 8코어에 32GB 메모리, 1TB SSD가 들어간 제품이다. 성능을 하나하나 읊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벤치마크 테스트는 이 컴퓨터가 충분히 빠르다는 것을 확인하는 정도일 뿐이다.

무엇보다 뭔가를 하기 위해 컴퓨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프로그램을 불러오는 것 뿐 아니라 용량이 큰 영상 파일들을 불러오는 것부터 잘라내고 효과를 입히는 모든 과정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SSD는 1초에 3GB 이상의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고, 32GB의 메모리는 적어도 지금 환경에서 부족하지 않았다. 생각의 속도와 컴퓨터의 처리 속도 사이의 괴리는 늘 엎치락뒤치락하지만 어느새 습관처럼 다시 컴퓨터를 기다리는 환경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다.

며칠 동안 여러가지 작업을 해 봤지만 결론은 ‘내게 벅찬 물건’이다. 사실 글 쓰고, 사진 작업에, 가끔 영상 편집과 시퀀서를 만지는 내 수준에서 아이맥 프로는 ‘돼지목에 진주'같은 존재다. 결국 한 번도 이 컴퓨터를 숨차게 하지 못했다.

 

로직 프로 X의 작업. 요즘 나오는 프로세서로 로직 프로 X을 처리하는 게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지만 시스템 자원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샘플 음악은 135개 트랙이 녹음됐다. - 최호섭 기자 제공
로직 프로 X의 작업. 요즘 나오는 프로세서로 로직 프로 X을 처리하는 게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지만 시스템 자원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샘플 음악은 135개 트랙이 녹음됐다. - 최호섭 기자 제공



아이맥 프로와 프로의 경계

이 제품을 두고 혼란스러워하는 시선들도 꽤 있다. 그럼 맥 프로는 이제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다. 애플이 지난해 밝혔던 것처럼 맥 프로 2013은 열 설계 구조 때문에 다른 부품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고 그대로 은퇴하는 것으로 자리가 정해졌다. 개인적으로는 확장에 대한 부분은 아쉽지만 이 열 설계 구조로 한 두 세대 뒤의 프로세서와 GPU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현실은 달랐나보다.

어쨌든 아이맥은 다시 우리에게 익숙한 모듈 기반의 확장형 시스템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이맥 프로는 그 사이를 파고 들어온 제품이다. 아이맥 프로가 맥 프로의 대체품이거나 혹은 경쟁 제품은 아니다. 물론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성능이 우선이라면 아이맥 프로를 선택하는 것만이 답이다. 신형 맥 프로가 나왔을 때는 역할 구분이 필요할 것 같다. 역시 이때는 폼팩터의 차이가 눈에 띈다. 공간 활용에 조금 더 여유를 두고 싶은 이들에게는 역시 이 아이맥의 디자인만한 것은 없다.

 

포트는 늘어났다. USB-C를 넉넉하게 연결할 수 있고, 썬더볼트 어댑터로 5k 모니터를 두 대 더 연결해서 쓴다. - 최호섭 기자 제공
포트는 늘어났다. USB-C를 넉넉하게 연결할 수 있고, 썬더볼트 어댑터로 5k 모니터를 두 대 더 연결해서 쓴다. - 최호섭 기자 제공


포트는 늘어났다. USB-C를 넉넉하게 연결할 수 있고, 썬더볼트 어댑터로 5k 모니터를 두 대 더 연결해서 쓴다.

컴퓨터를 고르는 기준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나이를 먹으면서, 또 환경이 달라지면서 컴퓨터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그 중 하나가 컴퓨터가 차지하는 ‘상면 비용’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자리값’이다. 주로 기업용 컴퓨팅 시장에서 많이 언급하는 개념이다. 서버 수십 수 백대를 놓는 공간도 비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집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늘 책상 주변은 복잡하고 방은 좁다. 데스크톱 PC가 차지하는 자리는 면적으로도, 가치로도 그리 작지 않다.

맥 프로는 그 부피를 감안하고서라도 더 강력한 성능과 확장성을 필요로 하는 전문가들에게 맞을 제품, 그리고 아이맥 프로는 일체형의 편리함을 강조하는 워크스테이션으로 구분지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맥 프로 2013가 추구했던 작게 만들고, 외장 기기로 확장한다는 가치를 잇는 것이 아이맥 프로가 아닐까.

 

최호섭 기자 제공
최호섭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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