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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데이엔 'SKY 초콜릿'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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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12일 10:00 프린트하기

달콤함에 끌려 입에 넣으면 씁쓸한 맛이 퍼진다. 그래서일까. 초콜릿은 사귈 땐 달콤하지만 헤어지면 쓰디쓴 사랑에 곧잘 비유된다. 사랑 고백에 초콜릿은 필수. 그런데 최근에는 초콜릿에 다른 의미가 담기고 있다. ‘과학 초콜릿’이 등장하면서부터다.

 

과학동아 3월호 제공
과학동아 3월호 제공 (사진 = 김인규)

약콩에 대체당 넣은 ‘서울대 초콜릿’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목전에 둔 지난해 11월. 마트 진열장에는 대학 로고가 찍힌 초콜릿이 들어섰다. 수험생들의 ‘워너비’ 대학으로 꼽히는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가 만들었다는 초콜릿이다. 그간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대표 선물은 떡이나 엿이었다. 대학에 딱 붙길 바라는 의미에서다. ‘SKY 초콜릿’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라는 직접적인 응원을 담았다.

 

2월 5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이곳에서 ‘서울대 초콜릿’으로 불리는 ‘쇼코(XOCO)’를 개발한 이기원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를 만났다.

 

“과식이 허락되지 않던 초콜릿이 이제는 과식해도 좋은 음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처럼 몸에좋은 초콜릿을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이 교수는 초콜릿 분야 세계 1인자로 꼽힌다.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에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에 대한 논문만 16편을 발표했고, 국내외 특허 9개를 보유하고 있다. 2003년 박사학위 논문에서 카카오 속 폴리페놀 성분의 항산화 효과를 입증한 뒤 15년째 카카오 연구를 계속해왔다. 여러 연구를 통해 카카오가 항암, 항비만, 피부 건강 개선, 당뇨 예방, 뇌 기능 향상 등 유용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사랑의 묘약’이자 스트레스 해소, 집중력 향상 등 초콜릿의 긍정적인 효과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 동시에 충치를 유발하고, 당섭취가 비만을 유발하는 등 부정적인 역할도 많다. 흥미롭게도 초콜릿의 긍정적인 효과는 카카오 자체에 담긴 화학 성분들에서 오고, 부정적인 효과는 대부분 생산 과정에서 맛을 위해 첨가된 물질들 때문에 생긴다.

 

가령, 국내 제과회사가 판매하는 초콜릿은 대부분 카카오를 원두가 아닌 분말 형태로 수입해 만든다. 공정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카카오를 분쇄할 때 나오는 기름의 좋은 점을 활용하지 못한다. 또 단맛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설탕은 빠른 시간 안에 혈당을 높여 비만이나 충치, 당뇨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2014년 국내 최초로 카카오 원두를 직접 이용해 초콜릿을 만드는 ‘빈투바(Bean to Bar)’ 공정을 도입했다. 카카오의 장점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전통 요리기구인 맷돌의 원리를 응용했다. 쓴맛이 사라질 정도로 카카오 원두를 로스팅한 뒤 맷돌로 분쇄해 카카오 기름이 그대로 함유된 초콜릿 원료인 ‘커버처’를 만들었다. 여기에 설탕 대신 혈당이 오르지 않는 말티톨 등 감미료를 첨가했다. 혈당을 높이지 않는 달콤한 초콜릿을 개발한 것이다.

 

파베 초콜릿의 형태로 만들어진 ‘연세대 초콜릿’은 분유로 만든 ‘밀크필링’을 넣어 부드러운 맛을 한층 높였다. 고려대의 ‘찰떡초코렛’은 콩고물이 든 찰떡을 땅콩과 초콜릿이 감싸고 있는 형태다. - 과학동아 3월호 제공
파베 초콜릿의 형태로 만들어진 ‘연세대 초콜릿’은 분유로 만든 ‘밀크필링’을 넣어 부드러운 맛을 한층 높였다. 고려대의 ‘찰떡초코렛’은 콩고물이 든 찰떡을 땅콩과 초콜릿이 감싸고 있는 형태다. 과학동아 3월호 제공
서울대 초콜릿은 우유 대신 약콩을 갈아 만든 두유를, 설탕 대신 대체당인 말티톨을 첨가한 것이 특징이다. - 과학동아 3월호 제공
서울대 초콜릿은 우유 대신 약콩을 갈아 만든 두유를, 설탕 대신 대체당인 말티톨을 첨가한 것이 특징이다. - 과학동아 3월호 제공

‘서울대 초콜릿’을 입에 넣고 살살 녹이며 맛을 음미하다보면 우유의 느끼함 대신 콩의 고소한 맛이 입안에 퍼진다. 일반적으로 초콜릿에 들어가는 우유를 약콩을 분쇄한 두유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이 초콜릿은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밥스누(BOBSNU)’를 통해 ‘쇼코’라는 이름으로 2015년 출시됐다.

 

쇼코 1g에는 약콩 1개가 들어있다. 우유의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해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유당불내증 환자도 초콜릿을 먹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콜라겐을 함유한 피부 개선 초콜릿, 활력 증진에 좋은 홍삼 초콜릿 등도 개발했다. 초콜릿이 건강기능식품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최근에는 카카오 콩에 들어 있는 카카오닙스에 대체당인 자일리톨을 코팅한 제품도 개발했다.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이 많이 들어 있어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카카오닙스는 특유의 쓰고 떫은 맛 때문에 먹기가 쉽지 않다. 이를 자일리톨의 달콤한 맛으로 감싸 ‘건강 초콜릿’으로 만든 셈이다.

 

이 교수는 “자연 상태의 물질이 가진 고유의 장점을 인간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과학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약으로 질병을 치료하기 전에 좋은 음식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비 탈출! 유산균 초콜릿


롯데제과는 2016년 ‘요하이 초콜릿’을 출시했다. 이 초콜릿은 패키지 1개에 유산균 2억 마리가 들어있다. 발효유 속 유산균의 수(10억 마리)보다는 적지만, 식품의 약품안전처가 권장하는 하루 섭취량(1억~100억 마리)의 범주에 든다.

 

롯데제과의 ‘요하이 초콜릿’에는 김치에서 발견한 유산균 2억 마리가 담겼다. 초콜릿을 섭취하는 것만으로 변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 과학동아 3월호 제공
롯데제과의 ‘요하이 초콜릿’에는 김치에서 발견한 유산균 2억 마리가 담겼다. 초콜릿을 섭취하는 것만으로 변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 과학동아 3월호 제공

개발을 이끈 양시영 롯데중앙연구소 상무는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이왕이면 건강하게 먹자’는 트렌드가 생겼다”며 “프로바이오틱스는 식품과 접목하기 가장 좋은 분야로, 초콜릿의 형태로 유산균을 섭취하면 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유산균이 보호되는 만큼 체내 도달 비율도 높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초콜릿에서 살아남을 유산균부터 찾았다. 초콜릿 제조 과정에서 열이 가해지는 만큼 열에 강하고, 냉장 보관을 하지 않아도 오래 살아남아야 하며, 소화 과정에서 쓸개즙 등의 산성 물질에 버틸 수 있는 유산균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100여 명의 연구진은 전국 전통시장과 가정집에서 김치 450종을 모았다. 여기서 분리한 5000여 개의 유산균 가운데 생존력이 가장 강한 종을 골라냈다. 이렇게 발탁된 유산균이 ‘락토바실러스 플랜터럼 LRCC(Lotte R&D Culture Collection) 5193’이다. 이 유산균은 연구팀에 있던 한 연구원이 처가에서 가져온 김치에서 발견됐다. 롯데제과는 이 유산균에 특허를 출원했다. 나머지 균주들은 롯데중앙연구소 내 균주은행에 저장됐다.

 

‘서울대 초콜릿’ 제조 과정 - 남윤중 제공
‘서울대 초콜릿’ 제조 과정 - 과학동아 3월호 제공 (사진 = 남윤중)

윤석민 롯데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고려대 김세헌 교수와 공동으로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쥐를 변비에 걸리게 한 뒤 2주간 요하이 초콜릿을 먹였다. 그러자 분변이 정상에 가까운 형태로 호전됐다. 장내 유익균인 비피더스균의 비율도 변비에 걸린 경우에 비해 1.8배 이상 증가해 장내 환경이 건강해졌다.

 

거꾸로 요하이 초콜릿을 3주간 먹인 쥐에게 변비를 유발했더니, 이 경우에도 대부분 건강한 상태의 분변을 보였다. 연구진은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열린 ‘미국실험생물학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윤 연구원은 “유산균 초콜릿을 섭취한 쥐의 분변에서 유익균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비피더스균은 12배, 락토바실러스균은 1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경희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유산균 초콜릿이 사람의 변비를 개선하고, 장내 환경을 건강하게 만드는데 효과가 있다는 임상실험 결과도 얻었다”고 말했다.

 

롯데제과가 유산균 초콜릿을 처음 개발하기 시작한 건 2012년 즈음이었다. 당시 미국, 일본 등에서는 유산균이 첨가된 제과가 막 인기를 끌고 있었다. 요하이 시리즈가 주목받은 이유는 한국인의 장에 특화된 유산균을 함유한 제품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롯데제과는 한국과 일본에서 동일한 이름의 유산균 초콜릿을 판매하고 있지만, 양쪽에 함유된 유산균은 서로 다르다.

 

양 상무는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 초콜릿이 유산균을 만나 맛은 유지하면서 건강해졌다”며 “초콜릿을 먹거나 선물하는 사람의 부담감을 덜어주면서 건강까지 챙겼다”고 말했다.

 

출처: 과학동아 3월호 


권예슬 기자

ys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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