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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기자의 영화 속 로봇⑤]사이보그 몸 입은 인간의 고뇌… ‘로보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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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08일 19:00 프린트하기

1987년 개봉된 영화 로봇캅. 사이보그 로봇 경찰이라는 독특한 주제로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허구의 스토리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갈등이 등장한다. 로봇 기술이 고도로 발전된 미래를 그리다 보면, 인간과 로봇의 대립구도가 갈등의 주제인 경우가 자주 등장한다. 로봇과 인간의 싸움,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려고 드는 디스토피아 (암흑사회)도 로봇 영화의 단골 소재다.

 

하지만 주인공의 ‘정체성’이 갈등의 핵심으로 부각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발전된 생체공학기술 때문에 인간과 로봇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것이다. 완벽한  한 로봇이 ‘나도 인간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경우, 혹은 온 몸을 기계장치로 바꾼 주인공이 인간과 기계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모습을 그리는 경우다. 그리고 인간성과 기계 사이에서의 고뇌를 그린 대표적 작품으로는 역시 ‘로보캅’을 꼽을 수 있다. 인간의 두뇌와 장기를 가진 ‘사이보그’ 경찰이 활약하는 스토리를 처음으로 그려내 화제가 됐다.

 

로보캅은 1987년 개봉돼 큰 인기를 끌었고, 이에 힘입어 여러 편의 후속작이 나왔다. 2편은 1990년, 3편은 1993년 개봉됐다. 로보캅 시리즈의 탄생은 의외로 단순했다. 인간들이 복제 인조인간을 추적하는 내용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를 본 각본가 에드워드 뉴마이어와 마이클 마이너가 ‘이번에는 반대로 인조인간(로봇)이 형사가 되는 스토리는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 처음 세상에 등장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로보캅 시리즈는 TV시리즈물로도 제작되는 등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1편이 개봉된 후 30년이 지난 2014년, 리부트 작품이 새롭게 개봉되기도 했다. 헐리우드에선 새로운 로보캅 후속편 제작도 준비 중이라니 수 년 이내에 새로운 로보캅 영화를 볼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사이보그일까 안드로이드일까

 

2014년 새롭게 개봉한 로보캅. 조형미나 디자인이 한층 새련돼졌다.
2014년 새롭게 개봉한 로보캅. 디자인이 한층 새련돼졌다.

 

로보캅은 그 제목 때문에 주인공을 완전한 ‘로봇’으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기술적으로는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 기계장치를 이식한 것에 가깝다. 사고로 장애를 입은 사람이 팔과 다리를 로봇 기술을 총 동원해 만든 최고급 의수와 의족으로 바꾼 경우와 비슷하다. 뚜렷한 기준은 없기 때문에 저마다 조금씩 다른 의미로 사용하긴 하지만, 이처럼 신체의 일부를 기계장치로 교체해 강력한 능력을 얻은 경우를 ‘사이보그’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보통의 경우 사이보그는 완전한 자아를 갖고 있다. 사람처럼 생각하지만 몸은 기계에 가까운 경우다. 극단적으로는 두뇌만 인간이며 전신을 로봇으로 교체해도 사이보그로 구분한다. 따라서 로보캅 역시 사이보그로 볼 수 있는데, 영화 속에는 로보캅을 완전한 사이보그로 보기 어렵게 하는 장면도 왕왕 눈에 들어온다.

 

그 까닭은 주인공 로봇경찰인 '머피' 스스로 인간이라는 자아가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와 일부 장기, 신경계 등을 빌려오긴 했지만, 이를 부품(?)처럼 활용했을 뿐 사실상 완전한 로봇처럼 동작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제조기업 직원을 공격해선 안된다’는 숨겨둔 규칙을 어기지 못해 오작동을 일으키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로 로보캅은 유명한 ‘로봇 3원칙’과 비슷한 자신만의 3대 수칙을 갖고 있는데, 이 수칙은 아래와 같다.

 

1. 공익을 위해 봉사한다(Serve the Public Trust).
2. 무고한 시민을 보호한다(Protect the Innocent).
3. 법을 준수한다(Uphold the Law).

 

로보캅 1편에서 ‘머피’는 이처럼 프로그래밍된 원칙에 따라 움직이고, 기계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다 시간이 다소 지난 후 과거 기억을 떠올리면서 자아를 회복하는 모습이 나온다. 2014년 리부트 편은 이와 달리 평상시엔 자아가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막상 전투 활동을 시작하면 완벽하게 로봇 시스템이 통제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인간이면서도 로봇’이라는 이중적인 상황을 한층 더 부각하기 위해 일부러 이같은 설정을 취했다는 생각도 든다.

 

로봇의 겉모습이 인간과 완전히 흡사한 경우는 ‘안드로이드’라고 부른다. 인간처럼 두 다리로 걷고, 두 팔로 일을 하는 경우를 ‘휴머노이드 로봇(인간형 로봇)’이라 부르는데, 휴머노이드 로봇 중에서 인간과 외견이 완벽할 정도로 흡사한 경우만 안드로이드라고 부른다고 이해하면 틀림이 없다. 이 기준에 따른다면, 1980년대 등장한 로보캅은 외견상 기계장치가 두드러져 안드로이드로 보긴 어렵다. 그러나 2014년 리부트 판의 경우는 오토바이 슈트를 입은 인간과 매우 흡사하므로, 경우에 따라 안드로이드로 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기술적인 면에서 로보캅은 먼 미래라면 현실 속에서도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신경에 기계장치를 연결하는 방법, 뇌에서 신호를 받아 로봇팔 등을 움직이는 BMI(뇌-기계연결) 기술 등은 이미 상당 부분 연구가 진척돼 있다. 물론 영화만큼 완벽한 통제가 가능할 수준은 아니지만, 현재도 다양한 기술이 꾸준히 연구되고 있는 만큼 현실화 역시 가능성은 큰 편이다.

 

●인간과 로봇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

 

영화 로봇캅에서 주인공 머피 형사는 인간과 로봇 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영화 로보캅에서 주인공 머피 형사는 인간과 로봇 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로보캅 영화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건 주인공의 심리묘사 부분이다. 스스로 ‘나는 인간인가? 아니면 로봇인가?’를 놓고 갈등하는 것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생기는 약점, 로봇이기 때문에 생기는 한계를 놓고 고뇌하는 모습도 그려진다.

 

1980년대 개봉했던 로보캅은 ‘로봇경찰의 액션’에 더 큰 비중을 뒀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은 로봇에 가깝게 행동한다. 하지만 간혹 자신의 부인이 살던 곳 근처로 순찰차를 몰고 가 추억에 잠기거나, 꿈을 꾸는 등의 장면이 나오며 갈등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14년 리부트 판에선 이와 조금 다른 양상으로 그려진다. 주인공은 스스로 인간임을 자각하고,폐와 위장 등 일부 장기 이외엔 모두 기계장치로 교체된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고 회의를 느낀다. 머피는 대량생산된 군사용 로봇과 비교해 월등한 성능이지만, 인간의 감정을 가진 점이 약점이 돼 실전에 도리어 약한 모습도 보인다. 결국 뇌를 컴퓨터 시스템과 동기화해 전투행동 중에는 완전히 자동화 프로그래밍에 따라 움직이도록 만든다.

 

로보캅은 인간의 두뇌에 기계의 육신을 가진 존재다. 그런 로봇이자 인간을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나 반응도 제각각이다. 1980년대 원작에선 주변 시민들로부터 완전히 로봇 취급을 받던데 비해, 주위 동료 경찰들은 머피를 여전히 동료로 여긴다. 연구진 사이에선 그를 살아있는 사람으로 대해야 할지, 단순한 로봇으로 대해야 할지를 놓고 의견을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다. 2014년 리부트 편에선 ‘기계로 만든 육신을 갖고 있지만 인간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치안을 맡길 수 있다’는 설정으로 다가온다.

 

영화 로보캅은 완벽에 가까운 기계 육신을 개발하게 됐을 때 우리 인간들이 겪어야 할 부조화의 문제를 로봇경찰이라는 주제로 풀어냈다. 그리고, 그 해석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1980년대 영화 속에서 등장한 로봇경찰의 모습, 그리고 21세기 현대에 묘사한 새로운 형태의 로봇경찰의 모습과 그 차이점 등을 비교해서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다.

 


※ 편집자주.
영화와 과학기술은 서로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영화 속 미래기술이 현실의 과학기술자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하고, 과학자들의 첨단 연구결과가 새로운 영화 탄생에 모티브가 되기도 하지요. 영화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해 보는 일은 과학의 발전에도 분명 큰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이런 의미에서 가까운 미래에 가장 큰 조명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로봇기술에 대해 고정 코너를 통해 연재합니다. 수많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이 과학기술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점은 비현실적인 그저 공상(空想)의 설정인지를 짚어주는 ‘영화 속 로봇 이야기’를 월 2회 독자 여러분들께 소개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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