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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최초 금메달 노린다, 파라아이스하키 정승환 선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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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10일 09:00 프린트하기

누가 한국을 아이스하키 약체국이라 부르나. 패럴림픽에 한해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 패럴림픽 인기 종목 ‘파라아이스하키’ 한국팀은 2017 선수권대회에서 세계랭킹 3위에 올랐다. MVP도 한국팀 차지였다. 주인공은 ‘빙판 위의 메시’ 정승환 선수다.

 

“작아서 그렇게 불리는 것 같아요.”

 

정승환 선수와의 인터뷰는 별명에 대한 재치 있는 해석으로 시작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키가 170cm인 메시처럼 정승환 선수도 아담하다. 어릴 때 하반신을 다친 장애인 선수는 체구가 작은 편이다. 정승환 선수는 5살에 사고로 오른쪽 무릎 아래를 잃었다.

 

덩치 크기로 소문난 하키 선수들과의 몸싸움을 작은 몸으로 어떻게 이겨내는 걸까.

 

“남들보다 많이 넘어지면, 남들보다 빨리 일어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정승환 선수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파라아이스하키 선수라는 평을 받는다. 작은 몸은 세계 1위가 되는 비결이 됐다.


이처럼 뛰어난 팀이지만 환경은 열악하다. 지난해까지는 어떤 곳에서도 기술적인 지원을 받은 적이 없어 캠코더로 일일이 찍어가며 전략을 분석하고, 감각으로 슈팅과 패싱 능력을 키웠다. 주요 비장애인 스포츠가 한국스포츠개발원의 전담연구원에게 체계적으로 관리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다행히 평창 패럴림픽을 계기로 변화의 조짐은 느껴진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이 작년부터 작게나마 기술적인 지원을 하기 시작했고, 오토복코리아와 포스코 등이 의족과 썰매 같은 장비를 후원했기 때문이다. 정승환 선수는 분명하게 희망을 보고 있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정승환 선수와 나눈 이야기를 공개한다.

 

러시아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인천에서 마지막 합숙 훈련에 돌입하기 직전인 2월 12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정승환 선수를 만났다. - 이다솔 제공
러시아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인천에서 마지막 합숙 훈련에 돌입하기 직전인 2월 12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정승환 선수를 만났다. - 이다솔 제공

Q. 이번 대회에서 목표는 무엇인가요?
운동선수로서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에요. 하지만 객관적으로 말하면, 지금까지 미국과 캐나다를 이긴 적이 없어요. 이번 경기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데다, 올라가면 응원도 많을 것 같아서 한 번쯤은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팀 목표를 결승전으로 잡았어요. 결승전까지는 일단 갈 겁니다.

 

Q. 인천에서 마무리합숙을 한다고 들었는데, 보통 이천이 아니라 인천에서 훈련하시나요?
비장애인 선수는 진천훈련원을, 장애인 선수는 이천훈련원을 써요. 아쉽게도 이천에는 아이스하키 링크장이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전국을 떠돌면서 훈련해요. 링크장이 있는 아무 곳이나 가요. 요즘은 외국팀도 들어와서 링크장 구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유일하게 인천의 링크장이 비어서 그곳에서 마무리합숙을 하기로 했어요. 그것도 하루에 한 타임밖에 못 쓰지만요.

 

Q. 최근에 성적이 좋은 데도 열악한 것 같아요.
좀 열악하죠. 심각하죠. 평창에서 메달을 따면 이천에도 훈련장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요.

 

Q. 작년부터 스포츠 개발원에서 기술적인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원래는 기술적인 지원이 아예 없어서 캠코더 들고 다니면서 경기력을 분석했어요. 그러다 작년부터 스포츠개발원과 여러 교수님이 팀을 도와주고 있어요. 경기마다 전략과 자세를 분석할 수 있도록요. 저도 슈팅, 패싱, 스케이팅 같은 게 좋은지 나쁜지 파악할 수 없었는데, 데이터로 보니까 금방 나오더라고요. 특히 슬럼프가 있을 때 이유를 빠르게 찾을 수 있어서 좋아요.

 

Q. 외국팀은 기술 지원을 많이 받는 편인가요?
제가 하키를 14년째 하고 있으니까 외국팀을 많이 만났어요. 미국과 캐나다는 원체 잘하고 지원받는 수준도 달라요. 제가 운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미국과 캐나다는 장비 매니저부터 팀 닥터까지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었죠. 우리도 평창 패럴림픽을 계기로 장비 매니저가 생겼는데, 아직 미국과 캐나다에 배울 점이 많긴 하죠.

 

파라아이스하키 선수는 스케이트가 아닌 썰매를 탄다. 두 개의 스틱으로 얼음을 지치며 달리고, 스틱의 다른 쪽 끝으로 퍽을 친다. - 대한장애인체육회제공
파라아이스하키 선수는 스케이트가 아닌 썰매를 탄다. 두 개의 스틱으로 얼음을 지치며 달리고, 스틱의 다른 쪽 끝으로 퍽을 친다. -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하키팀이 링크장에서만 훈련하는 건 아니다.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해야 경기력 상승에도 도움이 된다. 2017년 10월, 오토복코리아는 정승환 선수에게 달리기용 의족을 후원했다.

 

Q. 의족과 아이스하키는 무슨 관련이 있나요?
제가 5살에 다리를 다친 후로 달려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유산소 운동에 굉장히 약하죠.

 

Q.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선수가 유산소 운동에 약하다고요?
저도 좀 아이러니 해요.(웃음) 처음에 하키 시작했을 때만 해도 두 바퀴 이상을 못 뛰었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달리기를 하고나면 옆구리가 아프고 심장이 뛰는 느낌. 예전에는 그걸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썰매를 타면 자유롭고 좋은데 너무 힘든 거죠. 처음 1년은 되게 고생을 했어요. 
연습하면서 썰매 타는 것과 관련한 유산소 운동은 적응이 됐는데, 달리기는 또 다르더라고요. 의족으로 달리기 시작하면서 시합 중에 숨이 덜 차는 변화를 느껴요.


Q. 훈련 중에 또 의족이 도움될 때가 있다면요?
회복 훈련에 특히 도움이 돼요. 운동을 시작할 땐 ‘웜업’을 해야 하고 마무리할 땐 ‘쿨 다운’을 해야 하는데, 예전에는 상체로 하는 밴드 운동밖에 못 했어요. 썰매가 전신 운동인데도요. 의족이 있으면 하체도 웜업과 쿨 다운을 시킬 수 있어요.

 

Q. 달리기용 의족은 탄성이 대단하던데요. 실제로 어떤 느낌인가요?
처음 신었을 때 SNS에 글을 썼어요. 잠들어 있던 세포가 살아나는 느낌, 와 신기하다, 이런 느낌? 사뿐사뿐 날아오르는 듯한 기분도 있고, 뛰고 있는 순간도 상쾌하게 느껴지고. 처음엔 위험하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너무 재밌어서 무서운 줄도 몰랐어요.

그리고 다친 오른쪽 다리가 버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왼쪽 다리가 힘들더라고요. 한 번도 뛰어본 적이 없으니까 너무 약한 거예요. 스카이콩콩 같은 오른쪽 다리의 속도를 낮추기 위해서 왼쪽 다리가 버텨줘야 해요. 잘 버틸수록 빨리 달릴 수 있어요.

 

Q. 달리기용 의족도 제대로 쓰려면 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군요.
일반 의족을 찼을 때랑 달리기용 의족을 찼을 때 느낌이 아예 달라서 조금만 쉬어도 감을 잊어버려요. 그래서 일상 중에도 일부러 착용하고 생활해요. 사람들이 신기해서 다 쳐다보죠. 지금은 뭐,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서.

 

정승환 선수가 달리기용 의족을 하고 훈련을 하고 있다. -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정승환 선수가 달리기용 의족을 하고 훈련을 하고 있다. -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하키 선수가 타는 썰매 의자인 ‘버킷’에는 과학이 숨어있다. 김종배 연세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팀은 한국팀 중 11명에게 체형복원 기술로 만든 버킷 쿠션을 선물했다. 버킷이 닿는 부위의 체형을 본떠서 만든 쿠션이다.

 

Q. 왜 선수 맞춤형 버킷이 필요한가요?
선수마다 장애 형태가 다 달라요. 이걸 보조해주는 역할을 해요.

 

Q.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저는 오른쪽 무릎 아래가 없어서 왼쪽으로 돌 때랑 오른쪽으로 돌 때가 달라요. 다리가 있는 쪽은 힘이 있어서 지탱할 수 있는데, 반대쪽은 그게 안 되죠. 회전력이 약하거나 반경이 커질 수 있어요. 갑자기 멈출 때도 오른쪽으로 정지하면 그만큼 힘을 못 싣고, 슈팅할 때도 오른팔로 할 때가 강해요. 왼쪽 다리가 지탱해주니까. 반대쪽은 넘어질 것 같아서 힘을 많이 못 써요. 이런 균형을 맞춤형 버킷이 최대한 잡아주도록 만들어주시더라고요.

 

Q. 정승환 선수도 맞춤형 버킷을 쓰고 있나요?
음, 솔직히 말하면…. 이런 건 줄 몰랐어요!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죠. 지금은 기성품을 쓰고 있어요. 지금 선수들 중에는 쓰고 있는 사람이 여럿 있는데, 제가 보기에도 잘 만들었어요. 저도 다음에 만들 땐 그쪽에 부탁할 것 같아요.

 

김종배 연세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팀이 파라아이스하키 한국팀에 선물한 개인 맞춤형 쿠션. - 장완호 제공
김종배 연세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팀이 파라아이스하키 한국팀에 선물한 개인 맞춤형 쿠션. - 장완호 제공
 

승환 선수는 스무 살에 하키를 시작했다. 늦은 나이처럼 보이지만, 장애인 스포츠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한국에선 굉장히 빠른 편이란다. 반면에 캐나다와 미국은 10대 때부터 파라아이스하키를 시작한다. 

 

Q. 이렇게 운동을 잘하게 될 줄 몰랐을 것 같아요.
상상도 못 했죠. 초등학생 땐 체육 시간에 친구들이랑 뭐라도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중고등학생 때는 늘 구경만 했어요. 나도 운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요. 그러다 대학에서 아이스하키를 접하게 되면서 나도 달릴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죠.

 

Q. 파라아이스하키는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이 질문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매력? 보시는 분들의 매력은 역동성과 속도겠죠.

제가 느끼는 매력은 함께 할 수 있다는 점 같아요. 다 부족한 사람들이잖아요. 사연이 다르게 장애를 입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팀을 만들어가는, 그런 게 제 매력이었어요. 저의 단점을 채워주는 선수들이요.

 

Q. 팀원을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아니에요.(웃음) 10년이나 같이 지내서 정말 힘들어요. 가장 좋은 점도 동료고, 힘든 점도 동료예요. 누구 하나 혼자 잘한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가끔 한 명씩 안 좋은 일이 있거나 하면 정말 힘들어요. 때로는 달래주고, 때로는 배려해줘야 하죠.

 

Q. 어쨌든 끈끈하시네요.
사실 그렇죠. 지금은 표정만 봐도 좋은지 싫은지 알아요. 시작할 때부터 꿈이 평창이었어요. 평창이 삼수했잖아요. 그래서 운동 기간이 이렇게 길어진 거예요.(웃음) 감사하고 있어요. 평창 이후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자신은 없는데, 몸이 허락하면 베이징까지 가고 싶어요.

 

Q. 결승전에 가는 것 외에, 패럴림픽 대회에서 바라는 게 있다면요?
패럴림픽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희가 메달을 따서,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편견이 깨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린 친구들이 운동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어요. 저도 그랬어요. 장애인 스포츠 자체를 몰랐으니까. 
이게 많이 알려져서 어린 친구들이 운동할 수 있도록 부모님들이 허락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부모님들이 다칠까 봐 걱정된다며 반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장애인이랑 어울리고 스포츠를 하는 것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동료들과 함께 패럴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정승환 선수. -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동료들과 함께 패럴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정승환 선수. -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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