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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영화] 개봉 앞둔 아카데미 수상작 BES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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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10일 11:00 프린트하기

매년 이맘때쯤이면 들려오는 소식이 있다. 누가 오스카 상의 주인공이 됐고, 시상식에서는 무슨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등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아카데미 시상식 이야기다. 저 먼 타지에서 열리고 사실상 국제 영화제라고 보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아카데미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그 어떤 영화제보다 우리에게 이슈가 되는 시상식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올해 90번째를 맞이한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올해 90번째를 맞이한다

 

많은 사람들이 시상식 전부터 수상작과 수상자를 점치지만 이번 아카데미에서 커다란 이변은 없었다. 가장 많은 이들이 예측한 작품이 곧바로 수상작이 된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자신의 블로그에 미리 예상 수상작을 게시한 이동진 평론가는 1개 부문을 뺀 나머지 수상작을 모두 맞추는 ‘신기(神技)’를 보여주기도 했다(장/단편 다큐멘터리,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제외).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해 4관왕을 차지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이 아름다운 영화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기술 부문에서 3관왕을 차지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도 저력을 과시했다. 언제나 무관에 머물렀던 게리 올드만의 첫 남우주연상(‘다키스트 아워’), 무려 14번의 도전 끝에 처음으로 촬영상을 차지한 로저 디킨스(‘블레이드 러너 2049’)의 수상도 화제가 됐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 imdb 제공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 imdb 제공

 

하지만 무엇보다도 올해 시상식은 그동안 소외 당하고 억압받았던 여성 영화인들의 연대가 돋보였다. ‘쓰리 빌보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여성 후보들을 일으켜 세운 순간은 이번 시상식 최고의 1분이었다. 아카데미의 고질적인 문제인 ‘화이트 오스카’ 논란과 계속되는 ‘미투(Me too)’ 운동의 영향으로 아카데미 수상작, 수상자의 스펙트럼이 점차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기존 백인 남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나 백인 남성만 수상자가 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여성, 흑인, 성소수자도 당당히 아카데미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오늘 소개할 영화들도 면면을 살펴보면 아카데미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3월의 극장가는 워낙 비수기라 관계자들의 머리가 복잡해지지만, 이럴 때일수록 보석 같은 영화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앞서 열거한 수상작 대부분은 이미 개봉을 했고, 앨리슨 제니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아이, 토냐’, 폴 토마스 앤더슨의 신작 ‘팬텀 스레드’, 무관에 그치긴 했지만 스티븐 스필버그, 메릴 스트립, 톰 행크스가 만난 ‘더 포스트’도 최근 개봉해 상영 중이다. 오늘은 개봉을 앞둔 아카데미 수상작 3편에 대해 소개한다.

 

 

BEST 1. 여성, 부조리한 세상에 반기를 들다 ‘쓰리 빌보드’

 

영화 ‘쓰리 빌보드’ - 네이버 영화 제공
영화 ‘쓰리 빌보드’ - 네이버 영화 제공

‘쓰리 빌보드’, 그러니까 세 개의 광고판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다. 어느 날 갑자기 처참하게 살해당한 딸 안젤라.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범인은 나타나지 않고 경찰의 수사도 미적지근, 세간의 관심은 사라진다. 안젤라의 엄마 ‘밀드레드’는 마을에 있는 세 개의 대형 광고판에 강렬한 빨간색 바탕의 광고를 차례로 내건다. "내 딸이 죽었다", "그런데 범인을 아직도 못 잡았다고?", "어떻게 된 거지? 월러비 경찰서장", 마을은 충격에 빠진다.

 

영화 ‘쓰리 빌보드’ - 네이버 영화 제공
영화 ‘쓰리 빌보드’ - 네이버 영화 제공

‘쓰리 빌보드’는 작년 베니스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고, 영국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을 독식하다시피 한 작품이다. 미국 아카데미에서도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유력한 작품상 후보로 떠올랐으나 ‘셰이프 오브 워터’에 밀려 아쉽게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샘 록웰) 2관왕에 그쳤다. ‘쓰리 빌보드’의 마틴 맥도나 감독은 이제 겨우 장편영화 세 작품을 연출했을 뿐이지만, 이미 할리우드에서 주목하는 스토리텔러다. 90년대부터 극작가로 활발히 활동했고 일부 작품들은 우리나라 연극 무대에서도 공연된 바 있다. 극작가 출신답게 캐릭터를 구축하고 갈등을 고조시키는 방식이 탁월한 데다, 인간 존재를 탐구하는 사유의 깊이까지 갖췄다.

 

마틴 맥도나 감독은 처음부터 주인공 밀드레드 역에 프란시스 맥도맨드를 염두에 두고 썼다고 밝혔다. 맥도맨드는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는 캐릭터의 양가적인 감정을 무시무시한 연기력으로 표현해냈다. 광기 어린 경찰관 ’딕슨’ 역을 맡아 역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샘 록웰과 연기 베테랑 우디 해럴슨의 앙상블도 돋보인다. ‘왕좌의 게임’ 시리즈로 익히 알려진 배우 피터 딘클리지도 출연한다. 3월 15일 개봉.

 

 

BEST 2. 남성, 서로 사랑하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네이버 영화 제공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네이버 영화 제공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아이 엠 러브’, ‘비거 스플래쉬’를 통해 금지된 사랑과 욕망에 대해 이야기 하던 루크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이다. 작가 안드레 애치먼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각색을 담당한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은 이번 아카데미에서 각색상을 수상했다. ‘그해, 여름 손님’이라는 국내 출간명처럼, 가족 별장에서 여름을 보내는 소년 ‘엘리오’와 그에게 찾아온 특별한 손님 ‘올리버’가 나누는 사랑 이야기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올해 아카데미에서 각각 최연소와 최고령 타이틀을 맡았다. 최연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1995년생 티모시 샬라메, 그리고 각색상 수상으로 올해 최고령 수상자가 된 1928년생 제임스 아이보리가 그 주인공이다. 관객들에게 낯선 이름인 티모시 샬라메는 아카데미 타이틀은 놓쳤지만 이미 이 영화로 유수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십 번 거머쥔 배우다. 사랑에 눈을 뜨는 순수한 소년을 연기해 평단, 관객들로부터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네이버 영화 제공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네이버 영화 제공

그와 호흡을 맞춘 올리버 역의 아미 해머는 비교적 익숙한 배우다. ‘소셜 네트워크’의 쌍둥이 형제, ‘론 레인저’의 론 레인저, ‘맨 프롬 UNCLE’에서 KGB 요원 ‘일리야’로 분했다. 그렇지만 그동안 출연한 상업영화의 제작 방식에 반감을 느끼고 이제는 주로 독립영화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두 배우가 보여주는 섬세한 연기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빼어난 영상미, 그리고 성별을 떠나 첫사랑의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해 여운을 안기는 작품이다. 수프얀 스티븐스의 감성적인 음악도 영화의 결을 살리는 데 큰 공헌을 한다. 3월 22일 개봉한다.

 

 

BEST 3. 트랜스젠더의 삶 ‘판타스틱 우먼’

 

영화 ‘판타스틱 우먼’ - 네이버 영화 제공
영화 ‘판타스틱 우먼’ - 네이버 영화 제공

영화 ‘판타스틱 우먼’은 위에 소개한 두 작품보다도 관객들에게 더 생소한 작품이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외국여영화상을 수상한 ‘판타스틱 우먼’은 칠레 감독 세바스찬 렐리오의 작품이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마리나’(다니엘라 베가 분)는 단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연인을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연인을 잃은 슬픔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그녀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편견과 폭력을 견뎌야만 한다.

 

세바스찬 렐리오 감독은 전작 ‘글로리아’를 통해 중년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그려낸 바 있고, 차기작 ‘Disobedience’에서는 레이첼 와이즈, 레이첼 맥아담스와 함께 퀴어 무비를 완성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트랜스젠더의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마리나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언제나 외면하고 있지만 우리들의 현실에서도 익숙한 모습이다. 감독은 제목을 통해 마리나를 ‘판타스틱 우먼’으로 명명함으로써 그녀가 선택한 삶의 모습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삶의 모양으로 존중받아야 함을 역설한다.

 

‘판타스틱 우먼’은 칠레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실제로 트랜스젠더인 주연배우 다니엘라 베가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오른 최초의 트랜스젠더가 됐다. 그런 점에서 그녀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주제곡으로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Mystery of Love’를 소개한 장면은, 이번 아카데미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판타스틱 우먼’은 4월 19일 개봉한다.

 

 

 

※ 필자 소개

이상헌. 영화를 혼자 보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사람. 시간은 한정적이지만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은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인생은 짧고 볼 만한 영화는 너무나 많다. 2sanghac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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