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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보니] 우버 자율주행 차량, "운전 자연스럽지만 법규 준수는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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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12일 18:00 프린트하기

피츠버그에서 우버의 자율주행을 타봤다. 현재 피츠버그와 피닉스에는 우버가 만든 200여 대의 차량이 실제 우리가 이용하는 도로를 달린다. 앱에서 특별히 자율주행 차량을 구분하지는 않고 우버X를 부르면 일반 차량과 똑같은 조건으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요금도 똑같다. 자율주행 차량이 결정되면 앱에서 이를 알려주고, 만약 싫으면 타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사람이 운전하는 일반 우버X 차량이 온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우버의 자율주행 차량은 레벨4를 목표로 한다. 목적지만 정하면 사람이 손을 대지 않아도 스스로 경로를 결정하고 주행까지 하는 차량이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로 타 본 자율주행 차량이었고, 실제 공공 도로에서 달려보는 레벨3 이상의 차량은 처음이었다.

 

 

 

일반 차량을 개조, 볼보와 협력

차량의 베이스는 볼보의 대형 SUV인 XC90이다. 어떻게 보면 우버X를 불렀을 때 이 차량이 오는 것 자체도 꽤 행운이다. 우버는 단순히 볼보의 차량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파트너십을 맺었고, 이를 통해 우버가 차량에 달린 센서와 ECU 등 민감한 부분을 직접 제어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이 차량은 카메라 11대, 레이더 10개, 라이다 1개로 주변을 읽어들인다. 다른 부분은 일반 차량과 똑같고 차량 지붕에 높이 솟은 라이다와 고해상도 카메라가 7대가 달려 있다.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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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상도 카메라는 소니의 것으로 900만 화소의 높은 해상도를 낸다. 900만 화소가 우리 카메라 기준으로는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자율주행 차량으로서는 꽤 벅찬 데이터다. 7대만 해도 6300만 화소의 이미지를 처리해야 한다. 게다가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분석해야 하는 데이터다. 그래서 이 차량 뒤 트렁크에는 큼직한 컴퓨터가 놓여 있다. 인텔의 제온 프로세서와 엔비디아의 GPU, 그리고 데이터 처리 전용 FPGA 프로세서가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는 시스템이다.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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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XC90에는 원래 12.3 인치 디스플레이가 달려 있다. 그 위에 우버가 직접 아이패드를 덧붙였다. 앞자리에 한 대, 뒷자리에 한 대다. 앞자리 화면에서는 보통 우버처럼 운전자에게 필요한 드라이버 호출, 경로 탐색 등이 이뤄진다. 뒷자리의 아이패드는 승객용인데 주 역할은 차량이 지금 주변을 어떻게 읽고 있느냐를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라이다 센서가 주변을 바라보는 정보들이 보인다. 꼭 필요한 기능이라기보다 자율주행에 낯설고 불안해 하는 승객들을 위해 차량이 이렇게 정밀하게 환경을 감지하고 있다고 보여주려는 것처럼 보인다.

자율주행 차량이지만 운전석에 운전자는 앉아 있다. 사람이 없는 자율주행 차량에 타 본 적이 있는데,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직까지는 차에 탄 사람에게도, 그리고 차량 밖에서 보는 사람에게도 묘한 불편함을 주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우버의 자율주행 차량은 실험 공간이 아니라 변수 투성이의 실제 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운전석에 사람이 앉긴 한다.

그냥 앉아 있는 것은 아니고 양 손은 스티어링 휠 아래쪽에 내려놓고, 발도 언제든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교차로를 회전할 때는 특히 스티어링 휠을 언제든 잡을 수 있도록 조금 더 긴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달리는 동안 실제로 운전석에 앉은 엔지니어가 주행에 개입한 적은 없다. 장기적으로는 이 운전석을 비우고, 운전대와 페달 등 운전과 관련된 장치들을 없애는 레벨5 수준의 자율주행차량이 도입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기술적, 또 심리적으로 운전석에 사람이 앉는 것이 여러모로 나을 수 있다.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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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운전처럼 자연스럽지만 칼같은 법규 준수는답답

움직임은 꽤 자연스러웠다. 가속과 감속이 여유롭고 차간 거리도 조금 넉넉하게 유지한다. 처음에는 안전 때문에 보수적으로 운전하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조금 지나고 보니 도로의 규칙을 조금도 빗나가지 않도록 정확히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뚫린 간선 도로에서는 꽤 과감하게 가속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해진 속도 이상으로 빠르게 달리지 않기 때문에 주변 차량들이 앞질러가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자율주행 차량이 임의로 과속을 한다거나 다소 거칠게 움직이도록 설정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 뿐 아니라 아직도 의심에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장에서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답답’은 ‘안전’, 그리고 ‘법규’와 맞바꿀 수 있는 가치는 아니다. ‘급할 때는 택시를 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의 영역일까.

이날 피츠버그의 날씨는 변덕이 죽끓듯 했다. 아침에는 비가 쏟아지더니 점심 즈음에는 해가 내리쬐다가 시승을 앞둔 오후 2시에는 눈발이 흩날렸다. 눈은 자율주행 차량에 가장 좋지 않은 조건이다. 눈은 라이다 위에 쌓이기도 하고, 카메라에 붙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안전 문제와 연결된다. 늘 궁금하던 부분이었는데 앞자리에 앉은 우버 엔지니어들은 웃으며 “날씨는 아무 영향이 없다”고 말한다.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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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이 출발하자 그 이유를 금방 알게 됐다. 라이다와 고해상도 카메라가 달린 차량 윗 부분에서 계속 “칙칙” 소리가 났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묻자 에어컴프레서 작동 소리라고 한다. 카메라와 센서에 눈이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강한 압축 공기로 씻어내는 것이다.

도로는 마치 사전에 짠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뜻밖의 돌발 상황이 꽤 많이 일어났고 도로 사정도 좋지 않았다. 피츠버그의 도로 환경은 대체로 자율주행 차량에 친화적이진 않다. 특히 시승했던 우버ATG 주변은 뉴욕처럼 바둑판 형태의 길이 아닌 경우가 많았고, 도로폭도 좁았다. 또한 신호등이 없는 도로나 언덕길도 많았다. 언덕길은 직선으로 앞을 바라보도록 설계된 자율주행차량의 센서들로서는 그리 달가운 존재가 아니다. 우버 ATG의 에릭 메이호퍼 대표 역시 이런 도로 조건 때문에 피츠버그를 자율주행 차량의 중심지로 골랐다고 설명한다. 이 정도 도로에서 완벽하게 작동한다면 길이 잘 닦인 도시에서는 더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을 게다.

주행했던 도로가 대체로 4차선 내외이다 보니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는데 횡단보도가 아닌 길에서 사람이 멈추지 않고 계속 건넜다. 앞서 가던 자율주행 차량이 마치 이미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여유롭게 차를 세운다. 뒤따라 좌회전을 했던 우리 차량도 그 뒤를 따라서 부드럽게 멈췄다.

이 자율주행 차량은 도로를 어중간하게 차지하고 세워둔 불법 주차 차량 사이도 잘 지나갔고,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자전거에도 적절하게 비켜서 앞질러 갔다. 이날 조수석에 앉은 엔지니어의 노트북에는 실시간으로 차량이 도로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보여주는데 라이다와 카메라 센서를 통해 읽어들인 주변의 물체들이 현재 차량의 주행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초록색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으면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이 때부터 차량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장애물의 궤적과 운동 속도 등을 기반으로 온갖 경우의 수를 계산한다.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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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의 상황도 꽤 세밀하게 파악했다. 자율주행 기술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정밀 지도다. 차선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도로 위의 표지판과 신호등 정보, 그리고 도로의 세세한 환경들이 모두 메타데이터로 기록된다. 흐릿한 차선에도 정확히 제 길을 찾아갔고, 동료 기자가 탔던 차량은 도로가 망가져서 움푹 파인 길을 지날 때 이를 인지하고 살짝 빗겨서 지나갔다고 한다. 도로의 정보들이 모두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지도에 반영돼 곧바로 다른 차량에게 공유되면서 안전을 유지하는 것이다.

잘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크게 낮춘다. 속도계에 시속 15마일이 찍힌다. 주변에 학교가 있어서다. 법적 제한 속도를 지키는 것이다. 오브젝트 중에서도 스쿨버스를 파악하기도 한단다. 미국에서는 스쿨버스가 멈추고 아이들이 내리면 주변의 모든 차량이 함께 멈춰야 한다. 이 법은 아주 엄격하게 지켜져서 렌터카 업체에서도 조심하라고 강조하는 부분이다. 컴퓨터 비전이 꼭 걸러내야 하는 부분이다.

 

 

자율주행공유 결합

약 20분 정도 차량을 타고 난 뒤에는 “이 정도면 길에 다녀도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이어졌다. 운전이 답답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차량은 꽤 편안하게 움직였고, 이 낯선 도로를 내가 운전해도 이보다 더 잘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가끔 답답한 부분이 없지 않긴 했지만 시승 마무리 단계에서는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차량이 달린 길이 우리가 실제로 운전하는 도로라고 생각하면 이 정도의 안정감을 준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우리는 아직 컴퓨터를 믿지 않는다. 사실 사람이 운전할 때는 ‘운전자가 알아서 대응하겠지’ 싶어 마음을 놓고 있지만 컴퓨터에 이를 맡기는 건 불안하다는 심리는 쉽게 떨쳐낼 수가 없는 것 같다. 이론적으로는 자율주행이 사람보다 더 안전하겠지만 이를 몸과 마음이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도로 위에서도 주변 차량에 탄 사람들이 이 차를 신기하게 바라봤고, 진짜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것이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우버를 불렀고, 나이가 지긋한 드라이버가 모는 차량이 왔다. 그는 “저 자율주행 차량에 타봤나”라고 물었다. “저 차량이 우버 드라이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내가 죽기 전에는 내 일자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농담 섞인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곧이어 “젊을 때 자동 LP 턴테이블이 발표됐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자율주행 기술 기업들이 2020년을 상용화 기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물론 도로 위의 모든 차량에 자율 주행 기술이 적용되고,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이 낯설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게다. 당장 직업에 대한 위기의식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술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이야기는 묘한 반전을 만들어냈다.

많은 기업들이 자율주행 차량을 머지 않은 미래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이미 운전자 역할 없이 몇 십 초를 달릴 수 있는 차량들이 나오고 있다.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차량에 오래 맡기지 못할 뿐이지 이 차량들이 도로에 나온다고 해서 혼란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버는 단순히 자율주행 그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우버는 ‘공유형 자율주행 차량(Shared Self Driving Vehicle)’이라고 표현한다. 우버는 지난 10여년 동안 모르는 사람과 차량을 함께 탈 수 있는 환경을 기술로 만들었고, 이제는 그 안에서 운전이라는 의미도 바꿔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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