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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의대 교수 된 수학자…“전염병 조기 예측 기여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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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15일 19:00 프린트하기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과거 발생한 ‘사스(SARS)’의 데이터 분석 결과가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전염병의 전파 경로를 조기에 예측하고, 효과적으로 질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등 수학으로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최근 일본 홋카이도대 의학대학원 조교수로 임용된 수학자 이효정 교수(32)는 첫 출근을 하루 앞둔 15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그는 환자 대신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연구를 한다. 수학자가 왜 의대에 가게 됐는지 묻는 질문에 이 교수는 “이론에 머물기보다는 실생활에서 겪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수학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2월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교수처럼 박사학위 취득 후 1년 만에 교수로 임용되는 일은 이례적이다.

 

이 교수는 경북대 통계학과에 입학해 수학을 복수전공 했다. 그는 대학교 3학년 때부터 학부연구생으로 대학원을 기웃거리며 선배들을 찾아다녔다. 응용수학에 눈을 뜬 것도 그때부터다. 생물학, 화학 등 다양한 관심 분야를 따라 학업의 영역을 넓혀 갔다. 이 교수는 “수학과 달리 생물학에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질문 거리가 많았지만 명확한 답이 없었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에 던져진 질문들에 수학적인 문제해결방식을 접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 교수는 UNIST에 수리과학과가 생긴 2011년 ‘생물수학’을 연구하는 이창형 교수의 첫 제자가 됐다. 그는 “졸업 후 처음엔 정말 의대에 진학할 생각으로 공부를 하기도 했는데, 검색을 통해 지도교수님의 연구주제를 접하고 그 길로 입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생물수학은 생물학 관련 분야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수리모델 등 수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하고 예측하는 학문 분야다.

 

이효정 일본 홋카이도대 의학대학원 교수. 수학자인 그는 ‘신종플루’ ‘뎅기열’ ‘지카바이러스(ZIKV)’ ‘구제역’ ‘조류독감(AI)’ 등 다양한 전염병의 전파 경로를 수학적으로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다. - UNIST 제공
이효정 일본 홋카이도대 의학대학원 교수. 수학자인 그는 ‘신종플루’ ‘뎅기열’ ‘지카바이러스(ZIKV)’ ‘구제역’ ‘조류독감(AI)’ 등 다양한 전염병의 전파 경로를 수학적으로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다. - UNIST 제공

 
이효정 교수는 이창형 교수와 함께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신종플루’를 비롯해 뎅기열, 지카바이러스(ZIKV),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등 다양한 전염병의 전파 양상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했다. 2009년 신종플루(H1N1) 유행 당시 국내 환자의 감염 경로와 시기 등을 수리 모델로 분석하고, 최적의 대응 시나리오를 예측해 2016년 국제학술지 ‘응용수학 및 계산’에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4년 제주도에서 처음 발견된 뎅기열 모기와 기후변화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와 농림축산검역본부, KT 등과 공동으로 차량 이동 데이터를 이용해 구제역의 확산경로 예측모델을 개발하는 연구에도 참여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은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일단 감염 환자를 격리시키고 시민들은 무작정 외출을 삼가도록 하는 등 대부분 직관에 의존해 대응해 왔다”며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느 지역이 얼마나 위험한지 지도로 나타내고, 어느 기간에 가장 주의해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예측해 시민들에게 알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1명의 환자가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어떤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백신을 투여해야 하는지 등 보건당국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을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홋카이도대에서 지난 1년간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내면서는 2014~2016년 사이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의 재발 과정을 밝혀 지난해 11월 ‘국제 감염성 질환 저널’에 발표했다. 올해 1월에는 2004~2014년 사이의 6개 탈북자 그룹을 대상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탈북자들이 전염병 중에서도 ‘삼일열원충 말라리아’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같은 저널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조차도 아직까지는 데이터 기반의 체계적인 대응이 미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WHO는 마지막 감염환자가 회복(진단 결과 음성반응) 후 잠복기의 2배인 42일이 지난 시점에 종식을 선언한다. 이 교수는 “에볼라의 경우 WHO의 종식 선언이 한 국가에서 많게는 4차례까지도 있었다. 실제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3번의 종식 선언을 한 것”이라며 “질병마다 다른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수리 모델 역시 만능이 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교수는 “실전에 바로 투입될 수 있을 정도로 신속한 분석이 가능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과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속해 있는 연구실은 의사이자 총괄책임자인 니시우라 히로시 교수를 포함한 의학자와 생물학자, 컴퓨터공학자, 수학자 등 여러 전공의 전문가 3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앞으로는 딥러닝(심층 기계학습) 같은 인공지능 기술도 빅데이터에 접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 교수는 “정책결정자들을 설득하고 신뢰를 얻는 것 역시 큰 도전과제다. 일본에서도 아직까지는 수학적인 접근 방식의 신빙성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수로 임용되긴 했지만 아직 완성된 전문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갈 길이 멀다”며 “기회가 된다면 질병관리본부 등 한국 연구자들과도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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