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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 세상의 시작을 보는 두 가지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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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 세상의 시작을 보는 두 가지 입장

2018.03.18 11:00

미켈란젤로는 성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대단한 작품을 완성시킵니다. 바로 ‘천지창조’죠. 같은 성당에는 ‘최후의 심판’도 그려져 있습니다. 시작과 끝을 다 보여주고 있네요. 사람들은 세상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언제 끝날 것인지에 대해 늘 궁금해 했습니다.

 

오늘은 알파와 오메가에 대해 연구한, 두 명의 성직자 제임스 어셔 주교와 테야르 드 샤르댕 신부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세상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는 기독교적 사상은, 그 시작과 끝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했다. 처음에는 신학과 철학이, 그리고 지금은 과학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 사진 wikimedia(cc) 제공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세상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는 기독교적 사상은, 그 시작과 끝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했다. 처음에는 신학과 철학이, 그리고 지금은 과학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 사진 wikimedia(cc) 제공

 

지구? 나이 계산하기

     

17세기경 아일랜드에 살던 주교 제임스 어셔는 <구약 성서 연대기>라는 책을 펴냅니다. 흔히 말하는 지구 나이 6000년 설은 바로 이 책에서 시작하는데, 정확히 말하는 지구의 나이가 아니라 ‘우주’의 나이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어셔 주교는 어떻게 천지창조의 시간을 알아낼 수 있었을까요? 기원전 4004년에 세상이 창조되었다는 주장을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기원전 931년에 사울은 이스라엘 왕국을 건국합니다. 그 다음 왕이 유명한 다윗, 그리고 그의 아들이 솔로몬입니다. 이후에 북부의 이스라엘 왕국과 남부의 유대 왕국으로 분열하게 되는데, 이스라엘 왕국은 오래 가지 못했죠. 유대 왕국은 좀 오래 명맥을 유지했지만, 결국 바빌로니아 제국의 침략으로 망하게 됩니다.      

 

유명한 바빌론 유수가 이때 일어납니다. 바빌로니아 제국의 수도 바빌론에 유대인들이 모조리 끌려가게 되는데, 이러한 포로 생활이 무려 70년간 이어졌죠. 긴 역사의 유대인 디아스포라가 시작됩니다.      

 

 

성서의 시간들          

 

열왕기하 24장에는 “유다 왕 여호야긴은 자기 어머니와 신하들과 장군들과 내시들을 거느리고 바빌론 왕에게로 나아가 사로잡혔다. 때는 바빌론 왕 제 8년이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바빌로니아 제국에 대한 기록은 많이 있기 때문에, 이때가 기원전 587년(혹은 588년)이라고 계산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당시 바빌로니아 제국의 왕은 네부카드네자르 2세였는데, 흔히 느부갓네살 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셔는 예레미아 25장에 “요시야의 아들 유다왕 여호와긴 제 4년, 바빌론 왕 느부갓네살 제 1년에 있었던 일이다”라는 구절을 통해서 두 왕조의 연대를 결합시킵니다.              

       

어셔의 구약 성서 연대기. 세상의 시작으로부터(From the beginning of the World)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 사진 wikimedia(cc) 제공
어셔의 구약 성서 연대기. 세상의 시작으로부터(From the beginning of the World)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 사진 wikimedia(cc) 제공

 

왕조의 연대는 어느 나라나 충실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유다 왕국의 마지막 왕 여호와긴부터 올라가서, 이스라엘과 왕국과 유다 왕국이 나뉘기 전의 마지막 왕 솔로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총 344년입니다. 그리고 열왕기상 6장과 11절의 “모세가 이집트 땅에서 탈출해 나온 지 480년, 솔로몬이 이스라엘을 다스린 지 4년 때 되는 해”라 구절과 “솔로몬은 사십 년 간 온 이스라엘을 다스렸다”라는 구절을 더합니다. 거기에 출애굽기 12장의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에 거주한 지 430년이라’ 구절을 참고하면, 이집트를 떠나던 때를 쉽게 계산할 수 있죠.    

 

아브라함 가나안 땅으로 가기 위해 하란을 떠날 무렵의 나이가 75세였습니다(창세기 12장). 그리고 아브라함의 어머니 데라는 70살에 아브라함을 낳았습니다(창세기 11장). 데라의 위로는 나홀, 스룩, 르우, 벨렉, 에벨, 셀라, 아르박삿으로 올라갑니다. 아브라함은 노아의 10대손이었거든요. 대략 29세에서 35세 경에 낳았죠. 이를 모두 더합니다. 아르박삿의 아버지가 노아의 아들 셈입니다. 셈은 100살에 아르박삿을 낳았는데, 노아는 셈을 500살에 낳았죠. 네. 노아의 방주를 만든 그 ‘노아’입니다.      

 

노아 위로는 라멕, 므두셀라, 에목, 야렛, 마할랄렉, 케난, 에노스, 셋으로 올라갑니다. 셋이 바로 아담과 이브의 셋째 아들입니다. 아담 나이 130살에 셋을 낳았죠.      

           

제임스 어셔. 그는 성서의 연대를 계산하여 천지창조의 날짜를 계산하려고 하였다. 비록 그의 방법은 별로 과학적이지 않았지만, 세상의 시작과 끝을 찾으려는 열정은 이후 수많은 과학자들의 열정에 못지 않았다.   - 사진 wikimedia(cc) 제공
제임스 어셔. 그는 성서의 연대를 계산하여 천지창조의 날짜를 계산하려고 하였다. 비록 그의 방법은 별로 과학적이지 않았지만, 세상의 시작과 끝을 찾으려는 열정은 이후 수많은 과학자들의 열정에 못지 않았다.   - 사진 wikimedia(cc) 제공

 

기원전 4004년 어느 날인가?          

 

바빌론 유수의 시기부터 유대 왕국의 연대, 솔로몬 통치 기간, 출애굽부터 솔로몬이 왕위에 오른 해, 엑소더스부터의 기간, 그리고 아브라함, 노아, 셋, 아담의 기록을 모두 합하면 이렇습니다.

 

⇒ 587+387+37+479+430+75+353+1656=4004      

 

그리고 유대인의 절기는 가을에 시작됩니다. 창세기에 의하면 창조 4일째에 “밤과 낮을 갈라놓고 절기와 나날과 해를 나타내는 표가 되어라”라고 합니다. 따라서 절기의 기준인 추분일 것으로 생각했죠. 그리고 7일째 창조를 쉬었으므로, 천지창조도 일요일에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유대의 안식일은 토요일이기 때문이죠. 이를 당시의 달력을 기준으로 하여 계산하면 정확한 날짜는 10월 23일로 계산됩니다.    

 

그리고 유대인의 하루 기준은 자정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저녁 6시 해질녘부터 다음날 해질녘까지입니다. 그런데 창세기에는 “빛을 낮이라 칭하시고 어둠을 밤이라 칭하시니라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따라서 천지창조의 순간은 바로 10월 23일 저녁인 것이죠.

 

⇒ 천지 창조의 순간: 기원전 4004년 10월 23일 저녁      

 

 

제임스 어셔와 테야르 드 샤르댕          

 

이런 식으로 계산하여 나온 것이, 소위 지구 나이 6000년 가설입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심지어 축자주의적 신학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많습니다. 성서의 연대, 그리고 성서 속 인물의 나이에 대한 논란이 많기 때문이죠. 신구교를 막론하고 기원전 4004년 천지창조설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교단은 별로 없습니다.      

 

20세기 중반 교황 비오 12세는 교황청 과학원에 인간이 유인원으로부터 진화했는지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합니다. 완고하던 로마 교황청의 입장은 조금씩 흔들리더니, 1996년 요한 바오로 2세는 <계시와 진화>라는 메시지를 통해 아주 중요한 발표를 합니다.

 

"종교 교육과 진화론 사이에는 아무런 대립도 없고 진화론은 가설 이상의 중요한 학설"이며 "이미 있던 존재(유인원)에 하느님이 생기를 불어넣어 아담이 탄생했으며, 진화론은 지동설처럼 언젠가는 정설로 인정받게 될 것" 요한 바오로 2세, <계시와 진화>    

 

 

이러한 유신론적 진화론이 인정받게 된 데에는, 인류학자이자 예수회 신부였던 테야르 드 샤르댕의 공헌이 큽니다. 그는 북경 원인 발굴에 기여하고 진화론에 대한 책, <인간현상>을 쓰기도 한 학자입니다. 물론 책은 금서 목록에 오르고, 샤르댕은 교회에서 버림받기도 했습니다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진화론은 일약 천주교 교리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현재 교황인 프란치스코가 샤르댕의 업적을 언급하면서, 일각에서는 <인간현상>이 곧 금서 목록에서 빠질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물론 샤르댕의 주장이 모두 과학적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진화학자 줄리안 헉슬리나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는 샤르댕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데이비드 슬론 윌슨과 같은 다수준선택 진화학자들은 그의 주장을 새롭게 재발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피에르 테야르 드 샤르댕. 프랑스의 예수회 사제이자, 인류학자. 그는 베이징 원인 발굴에 참여한 인류학자로, 진화론과 신학을 결합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는 우주가 시작점인 알파포인트로부터 종점인 오메가포인트로 ‘진화’한다고 생각했다.  - 사진 wikimeda(cc) 제공    
피에르 테야르 드 샤르댕. 프랑스의 예수회 사제이자, 인류학자. 그는 베이징 원인 발굴에 참여한 인류학자로, 진화론과 신학을 결합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는 우주가 시작점인 알파포인트로부터 종점인 오메가포인트로 ‘진화’한다고 생각했다.  - 사진 wikimeda(cc) 제공    

 

 

에필로그            

서양 문화는 단방향적 역사관, 즉 역사는 시작과 끝이 있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빅뱅 이론의 인기나 지구 종말에 대한 영화가 크게 흥행하는 것을 보면 조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시작과 끝을 찾으려는 연구가 활발합니다. 최초의 인간, 최초의 생명, 최초의 우주를 탐구하는데 엄청난 연구비를 아끼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영원히 순환한다는 동양적 관점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만.    

“창조냐 진화냐”라는 긴 논쟁의 배경에는, 바로 시작과 끝을 알고 싶은 근원적 열망이 숨어 있습니다. 성서를 통해 세상의 시작을 찾으려 했던 어셔 주교의 마음은, 진화를 통해 시작을 찾으려 했던 테야르 드 샤르댕 신부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옳다, 네가 그르다’하며 서로 비난하고 싸울 것이 아닙니다. 비록 다른 지도를 보고 있지만, 찾고 있는 보물은 똑같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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