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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홉’ 없이, 유전자 가위로 수제맥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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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21일 18:30 프린트하기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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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나 소규모 양조장이 자체 개발해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크래프트 비어(수제맥주)’가 인기다. 수제맥주 특유의 향과 씁쓰름한 맛은 양조 과정에서 첨가하는 삼과 넝쿨식물 ‘홉’이 결정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홉은 비싸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의 생물학자들이 홉을 넣지 않고도 저렴하게 수제맥주의 맛과 향을 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제이 키슬링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화학생체분자공학과 교수팀은 미국의 조인트 바이오에너지 연구소, 브루잉 회사 라구니타스 등과 함께 맥주효모 (사카로미스 세레비시아)가 스스로 홉의 맛과 향을 내는 물질을 만들도록 효모의 DNA(유전자)를 재조합해 수제맥주를 양조하는 데 성공했다고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20일자에 발표했다. 라구니타스 직원 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연구진이 만든 맥주는 홉을 넣은 일반 수제맥주보다 맛이 더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맥주는 맥아에서 당을 추출한 뒤, 효모를 넣어 발효시켜 만든다. 효모는 당분을 섭취하고 탄산과 알코올 등을 만들어낸다. 이런 발효 과정 전후에 홉을 넣으면 홉의 종류에 따라 맥주의 향이 달라지고 청량감도 얻을 수 있다. 자몽, 오렌지, 파인애플 등 과일향이 나는 홉도 있고, 와인향이나 꽃향이 나는 홉도 있다. 하지만 1년에 8m씩 자라는 홉을 재배하는 데는 많은 양의 물과 에너지, 노동이 들어간다. 수제맥주 1잔(0.5ℓ)에 필요한 홉을 키우는 데만 물 50잔을 써야 할 정도다. 그만큼 단가도 비싸질 수밖에 없다.
 

자료: UC버클리·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자료: UC버클리·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맥주효모의 DNA를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 가위로 재조합했다. 민트와 바질의 DNA에서 특유의 향을 내는 모노테르펜 알코올의 일종인 ‘리날로올’을 합성하는 유전자와 장미향을 가진 무색 액체 ‘게라니올’을 합성하는 유전자를 각각 잘라낸 뒤, 이를 효모의 DNA 플라스미드에 삽입한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DNA에서 원하는 유전자만 잘라내거나 바꿀 수 있는 기술이다.

 

찰스 연구원은 “호기심에 맥주를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수제맥주 특유의 향을 내는 물질이 테르펜 계열 물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관건은 비율이었다. 연구진은 효모가 생산하는 리날로올과 게라니올의 비율을 유전자 촉진 인자를 이용해 조절했다. 이때 캘리포니아의 유명 브루잉 회사인 시에라네바다가 판매하는 인디언페일에일(IPA) 등 수제맥주들의 성분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참고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유전자변형(GM) 효모로 맥아당을 발효시켜 양조한 맥주는 시중에서 ‘프루트 룹스’ ‘오렌지 블로섬’ 등의 이름으로 판매되는 수제맥주들과 비슷한 맛과 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홉을 쓰지 않는 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수제맥주를 즐길 수 있게 되리란 기대다. 

 

UC버클리대의 찰스 덴비 연구원과 라이첼 리 연구원이 실험실에서 만든 맥주를 들고 있다. 이들은 값비싼 홉을 넣는 대신 맥주 효모가 스스로 방향 물질을 생성하도록 DNA(유전자)를 재조합해 향긋한 맛과 향을 가진 맥주를 만들었다. - UC버클리 제공

UC버클리대의 찰스 덴비 연구원과 라이첼 리 연구원이 실험실에서 만든 맥주를 들고 있다. 이들은 값비싼 홉을 넣는 대신 맥주 효모가 스스로 방향 물질을 생성하도록 DNA(유전자)를 재조합해 향긋한 맛과 향을 가진 맥주를 만들었다. - UC버클리 제공

 

논문의 제1저자인 찰스 덴비 UC버클리 연구원은 최근 브루어리 스타트업인 ‘버클리 브루잉 사이언스’도 설립했다. 더 많은 품종을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GM효모가 내는 탄산이나 알코올, 방향 물질 등만 취하고 효모는 정제되기 때문에 이렇게 만든 맥주는 GM식품으로 분류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키슬링 교수는 “실험실에서 만든 맥주지만 자연에서 유래한 성분들로만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리날로올과 게라니올은 식물에 흔히 함유돼 있는 물질로 사탕이나 음료, 향수 등에도 다양하게 사용된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도 “효모 자체는 명백한 GM 생물체지만 맥주에는 외래 유전물질이 포함돼 있지 않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찰스 연구원은 “지금보다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고품질의 맥주를 생산하는 데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소비자들도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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