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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교육의 변화', 공유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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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22일 14:06 프린트하기

‘우리의 교실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지난 3월13일부터 15일까지 싱가폴에서 열린 E2 (Education Exchange)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이름처럼 교육의 변화를 논의하는 행사다. 교육 환경이 변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인류 역사에서 영원히 반복되는 주제가 아닐까.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이야기로도 요즘 교육 환경을 쉽사리 설명할 수 없다. 모바일과 소프트웨어는 세상을 바꾸어 놓았고, 책 속의 글자보다 스마트폰 속 유튜브에 먼저 눈 뜨는 아이들이 교실에 앉아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과거와 현재, 미래 사이가 혼란스러운 것이 요즘의 우리 교실이다.

 

교육 시장에는 더 많은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모두가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교과서와 입시 중심의 전통적인 교육 방식을 움직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전통적인 교육방식이 틀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수 천년 동안 쌓아온 지식의 전달 방식에 기술을 덧입혀서 교육의 효과를 끌어올리자는 노력들이 지금의 교실 문화가 달라지는 배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E2에는 전 세계의 교사와 교육 전문가들이 모인다. 딱딱한 컨퍼런스가 아니라 3일간의 교육 축제다. - 최호섭 제공
E2에는 전 세계의 교사와 교육 전문가들이 모인다. 딱딱한 컨퍼런스가 아니라 3일간의 교육 축제다. - 최호섭 제공

교실이 바뀌는 데에 있어 가장 커다란 어려움은 ‘어떻게’에 있다. 디지털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우리는 지난 20여년 간 컴퓨터를 교실에 끌어안기 위해 막대한 노력을 해 왔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을까? 그저 PC나 태블릿만 아이들에게 쥐어주면 될 것이라는 어른들의 안일한 생각도 무시할 수 없다. E2를 비롯한 디지털 교육 관련 컨퍼런스가 흥미로운 이유도 바로 ’디지털을 어떻게 교실에’를 직접적으로 고민하는 자리라는 점이다. 주인공은 당연히 선생님과 교육 전문가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이런 ‘돈 안 되는 행사’를 십 수년이나 끌어 왔을까? 교실과 디지털의 접목에 대해 가장 밀도있게 고민할 수 있는 기업군이 바로 이 IT업계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인텔을 비롯해 실리콘밸리의 거의 모든 플랫폼 기업들이 교실을 고민한다. 길게 바라보자면 컴퓨터를 더 많이 쓰도록 해서 각 기업의 매출을 올리고, 잠재적 고객을 늘리는 효과를 노릴 수도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 기업들의 노력은 그렇게 가볍지 않다.

 

E2에 참석한 가나의 한 교사는 컴퓨터 없이 교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꿈꾼다. 교실에 기기가 들어오는 이유는 기기를 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기를 이용해서 각자의 생각과 창의력을 표현하는 데에 있다. 칠판에 그린 소프트웨어 UX만으로도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하다. 이 교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단숨에 스타가 됐고, 교육 현장에 많은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E2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기업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교육의 방향성 역시 기기와 제품이 중심에 있지 않다. 적어도 이 디지털 교육 분야에서는 모두가 스스로의 기술과 역량으로 세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충분히 순수하게 봐도 좋다.

 

가나의 리처드 아피아 아코토 교사는 컴퓨터 없이 학생들에게 디지털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 최호섭 제공
가나의 리처드 아피아 아코토 교사는 컴퓨터 없이 학생들에게 디지털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 최호섭 제공

E2에는 수많은 키노트와 세션, 그리고 회의와 발표가 이어진다. 그런데 이 행사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마지막날 이어지는 ‘러닝 마켓플레이스(Learning Marketplace)다. 말 그대로 전 세계의 교사, 그리고 교육 연구자들이 직접 만든 커리큘럼을 들고 마치 시장처럼 부스 앞에 서는 이벤트다. 그 어디에도 최신의 컴퓨터와 잘 나가는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우리가 교과서에만 의존해서 배우던 것들, 머릿속으로만 고민해 오던 지식들을 주제로 다양한 교육 방법이 제시됐다.

 

우리나라 교사들도 많이 참여했다. 서울 계성초등학교의 조기성 교사는 아이들이 자원 재활용에 대해서 직접 고민하고 헌옷가지나 버려진 현수막, 텐트 등을 이용해 필통, 가방용 우비커버 등을 실제로 만드는 수업을 했다. 아이들의 상상력과 자원 재활용이 어우러지고, 실제 제품으로까지 완성되는 과정이 하나의 수업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토론하고 협력해서 아이디어를 발표하면서 프로젝트를 완성해간다.

 

이처럼 교육의 변화는 다양한 주제를 넘나든다. 자원 부족이나 기후 변화, 식량 문제등 각 나라의 상황에 맞는 주제들이 교과 과정과 맞물리면서 우리가 흔히 ‘살아 있다’고 하는 교육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교육의 전과정이 서로 공유된다. 교사들은 스스로의 경험을 나누는 데에 조금도 인색하지 않다. 현장에서 직접 아이디어를 나누고 새로운 과정에 응용하는 방법을 논의하는 모습은 이 행사를 축제로 만들어주었다.

 

서울 계성초등학교 조기성 교사는 아이들이 책으로만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최호섭 제공
서울 계성초등학교 조기성 교사는 아이들이 책으로만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최호섭 제공

특히 교과과정의 교류는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 시대의 교육 요구는 너무 급박하게 찾아왔고, 그에 비해 우리는 준비가 아직 미흡하다. 반면 교육 과정을 하나 새로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노력은 너무나도 힘이 든다. 이를 나눌 수 있다면 새로운 교육 환경을 앞당기는 것은 물론이고, 글로벌 교육의 장벽도 없앨 수 있다. 안토니 살시토 마이크로소프트 교육 총괄 부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역할을 ‘플랫폼’이라고 이야기한다.

 

“선생님들을 바라보는 과제는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역할도 전 세계의 교육자들을 연결해 새로운 교수법과 커리큘럼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습니다. 교사들이 더 활발하게 교실의 혁신을 이끌고,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교사들은 더 많은 경험을 나누고 싶어한다. 기업이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경험으로 얻어낸 것, 바로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을 다지는 것이다.

 

물론 기술의 개입도 있다. 그리고 그 기술에도 유행이 있다.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놀랍게도 교육 시장에도 인공지능 바람이 불고 있다. 머신러닝을 통해 기존에 없던 통찰력을 갖고, 클라우드를 이용해 교육 환경을 플랫폼으로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특정 기술과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새로운 기술에 언제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는 직업 환경의 변화와도 맞물린다.

 

직업의 흐름은 굳이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분명히 바뀌고 있다. 그 중심에는 디지털 기술이 있다. 안토니 살시토 부사장은 요즘 언급되는 ‘직업에서 직무로 이동’에 대해 꽤 명확한 설명을 남겼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직업을 찾아서 움직였지만 이제는 직업들이 사람들의 직무를 따라서 움직입니다. 업계가 가장 필요한 인재들을 찾아 산업이 움직이게 됩니다.”

 

안토니 살시토 마이크로소프트 교육 총괄 부사장은 연결에서 교육의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 최호섭 제공
안토니 살시토 마이크로소프트 교육 총괄 부사장은 '연결'에서 교육의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 최호섭 제공

교육자의 역할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적절하게 자원을 활용하고, 결정을 내리면서 문제를 풀어낼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변화와 새로운 기술에 개방적이고,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혹자는 인공지능이 교사의 역할을 대신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술은 결코 교사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은 더 나은 교사의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수 십년 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교육의 목표가 이제는 현실화될 수 있을까? E2의 주제는 결국 학생들이 동기를 부여받고, 그들이 꿈을 이루는 여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들이 강조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 답은 뚜렷해 보이면서도 여전히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교육자의 역할이 더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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