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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팩트체크] 러시아 개발 주장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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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28일 14:00 프린트하기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세계 군사 강국들의 신무기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방어체계로는 막을 수 없다는 극초음속 비행체 경쟁도 그 중 하나다. 극초음속은 시속 1224km인 음속의 5배 (마하 5)가 넘는 빠른 속도를 뜻한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월 1일 국정연설에서 “ 공군요격기 '미그(mig)-31'에서 발사해 마하 10의 속도로 2000km이상 중장거리를 비행하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킨잘(Kinzhal)’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2017년 10월 마하 6 이상의 속도로 402㎞를 날아 표적을 맞춘  ‘지르콘’에 이어 개발한 것으로, 속도가 한층 빨라진 것은 물론 사거리도 5배가량 높였다는 것이 러시아의 주장이다. 세계 어디든 수 십 분에서 수 시간 안에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미사일 기술 경쟁에 가장 앞서 있다는 선언이었다.

 

극초음속 중거리 순항미사일킨잘 실험 발사 영상 -BBC 화면 캡쳐
극초음속 중거리 순항미사일'킨잘' 실험 발사 영상 -BBC 화면 캡쳐

하지만 미국은 이를 평가절하했다. 미 전략사령부 존 하이튼 사령관은 21일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러시아와 중국이 추진해온 극초음속 무기 대부분은 아직 구상 단계거나 시험 단계”라고 말했다.

 

두 국가간 공방이 계속되지만 진실은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군사 무기 개발은 극비로 진행되어 전체 기술을 공개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당연히 실전에 투입되지 않는 한 성공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은 실제로 가능한 걸까?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이 현실화된다면,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어체계를 만들 수 있을까? 등의 질문이 생긴다.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을 둘러싼 논란과 궁금증을 점검해봤다.

 

극초음속 공대지 중장거리 순항미사일 '킨잘'은 무엇?

 

미사일은 발사한 지점과 목표 지점의 위치, 비행 형태 등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해 명명한다. 미사일 이름을 이해하면 러시아가 내놓은 '킨잘'의 특성을 유추할 수 있다.

 

먼저 미사일을 발사 지점과 목표 지점에 따라 분류해 보자. 항공기에서 적 항공기를 향해 쏘면 ‘공대공미사일’, 항공기에서 지상을 향해 쏘면 ‘공대지 미사일’이다. 반대로 지상에서 공중으로 쏘면 지대공미사일이 되는 식이다. 타격 목표가 특정 표적으로 한정되면, 그 표적의 이름을 뒤에 붙인다. 배를 향해 쏘면 대함 미사일, 전차를 향해 쏘면 대전차 미사일이 된다.

 

 

일본 방위성이 개발한 공대함 미사일 ASM3(양 날개 아래 줄무늬 모양)를 탑재한 F2전투기의 모습. 공대함 미사일 ASM3는 항공에서 쏘아 함대를 맞추기 위한 미사일을 뜻한다. 사진은 2015년 4~5월께 촬영된 것으로 미사일 개발 실험 중 촬영해 2018년 1월 공개했다. -일본 방위장비청 제공
일본 방위성이 개발한 공대함 미사일 ASM3(양 날개 아래 줄무늬 모양)를 탑재한 F2전투기의 모습. 명명법에 따르면 공대함 미사일 ASM3는 항공에서 함대 맞추기 위해 발사하는 미사일을 뜻한다. 사진은 2015년 4~5월께 촬영된 것으로 미사일 개발 실험 중 촬영해 2018년 1월 공개했다. -일본 방위장비청 제공

 

이와 달리 추진 방식과 비행 형태에 따라 미사일을 분류하기도 한다. 장거리를 공격하는 미사일은 크게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두 가지로 나뉜다. 탄도미사일은 발사 초기에는 로켓엔진에 의해 가속되고, 최대 고도에 올라간 이후에는 엔진을 끄고 빠져나가 관성으로 비행한다. 대륙간탄도미사알(ICBM)은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지상으로 다시 떨어져 내리기도 한다. 이 경우 최종 단계에서 속도가 음속의 20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은 물론 최근 북한도 이 기술을 상당 수준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순항미사일은 원리 측면에서 항공기와 비슷하다. 비행기에 사용하는 ‘제트엔진’의 추진력으로 하늘을 날아간다. 높이 올라갔다가 떨어져 내리지 않고, 비행기처럼 하늘을 그대로 날아가는 방식이다. 일부 기종은 지상에서 약 50km 떨어진 성층권 높이를 뚫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정밀하게 원하는 위치를 공격할 수 있지만 탄도미사일보다 속도가 느려 상대적으로 요격당하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이호준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사람을 태우지 않은 비행기에 폭탄을 싣고 있는 것이 순항미사일”이라며 “(러시아 주장대로라면) 킨잘은 결국 제트엔진 방식으로 대기권에서 극초음속으로 속도를 끌어 올리고, 단거리 탄도미사일 급의 사거리까지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은 탄도미사일보다는 아직 속도가 느리지만 요격하긴 한층 더 까다로울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경우 자유낙하하는 지점을 포착하면 궤적을 예측해 요격이 가능하다”며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임의로 궤도를 수정할 수 있어 기존 방어망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소 음속의 5배! 극초음속 세계 ... “로켓엔진, 연소 제어가 관건”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이나 극초음속 전투기 등을 만드는 기술은 현존하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 기술을 응용하면 실전에서 다양한 작전을 펼 수 있다. 극초음속 무인 비행기를 개발한 다음, 이 비행체로 적국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일반 폭탄을 투하할 수 있다. 러시아 주장처럼 지상이나 함대에서 직접 발사하는 일회용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제작도 가능하다.

 

 

서울∼LA 2시간 안에 돌파하는 마하 5.1의 극초음속 항공기 만들어지나 마하 5.1의 속도로 3분 30초 동안 비행한 스크램제트 항공기 웨이브라이더(X-51A)의 비행과정 동아일보DB
서울에서 LA까지 2시간 안에 도달하는 극초음속 스크램제트 항공기 웨이브라이더(X-51A)의 비행과정을 나타낸 모식도다. 2010년 5월 시험비행을 통해 3분 30초동안 나는데 성공했다. -동아일보DB

 

극초음속을 구현하는 핵심 기술로 초음속 연소를 통해 추직력을 얻는 스크렘 제트엔진, 램제트 엔진 등이 꼽힌다. 이런 기술을 이용하면 연료를 순식간에 태워 높은 출력을 얻을 수 있다. 담배연기의 경우 초속 1m 정도로 타는데, 초음속 연소는 이보다 최소 1000배는 빨라야 한다. 이밖에도 초음속 연소시 발생하는 열량을 추진력으로 바꾸는 제어 기술, 열량의 견디는 소재기술 및 항법통제 기술 등이 부수적으로 들어간다.

 

현재 기술 동향을 보면 핵심인 엔진 기술보다는 부수적인 소재 기술이 상대적으로 앞서가고 있다. 이미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자유낙하 때 유발되는 수 천도이상의 온도를 10~20분 이상 견디도록 제작된다. 하지만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온도가 탄도미사일보다 낮은 대신, 최대 1~2시간까지 견뎌야하므로 이에 적합한 새로운 소재 개발도 이뤄져야 한다.

 

이 교수는 “마하 10의 속도로 수 천km 이상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만들기엔 아직 기술적으로 1~2단계 부족하다는 게 학계의 입장”이라며 “다만 국가 기밀로 진행되는 신형 무기의 개발 상황에 대해 예단할 수 없는 부분도 크다”고 말했다.

 

극초음속 무기 2030년 경 실용화 예상... 방어 하려면 우주 기반 센서 필요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3대 군사 강국은 최소 마하 8이상으로 속도로 전세계를 10~20분내 타격하기 위한 극초음속 무기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이타르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0년, 중국은 2021년까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의 실전 도입을 목표로 내 걸고 있다. 이 상황에 대해 미국은 ’기술적 진보가 아직 부족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의 경우 늦어도 2030년까지 완벽한 형태의 극초음속 무기를 실전 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과학원은 21일 마하 25의 속도를 가진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에 쓸 수 있는 풍동시험시설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초음속기 실험을 상시적으로 유지해 개발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한국의 사드와 일본의 패트리엇 방어체계를 뚫기위한 단거리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가 전력화에 성공한 지르콘 순항미사일 모형도(왼쪽), 중국이 개발중인 극초음속 비행체 개념도- 스푸트니크뉴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제공
러시아가 전력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극초음속 단거리 순항미사일 '지르콘'(왼쪽), 중국이 개발중인 극초음속 비행체 개념도- 스푸트니크뉴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미국은 2004년부터 스크렘제트 엔진을 통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착수했으며, 러시아는 이보다 빠른 2001년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중국도 2014년 첫 시험비행을 하는 등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보잉이 2010년 제작한 'X-51A 웨이브라이더'(Waverider)는 마하 5속도로 200초 이상 비행하는데 성공했다. 보잉이나 록히드마틴 등 민간 군사 기업과 미 정부가 힘을 합쳐 2030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극초음속무기가 등장했을 때를 대비한 방어체계는 현재로선 전무하다. 지상이 아니라 우주에서 비행체의 궤적을 감시하는 새로운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구 곡면이 시야를 차단하기 때문에 지금의 지상·해상 기반 감시시스템으로는 극초음속 비행체에 대한 빠른 대항이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미사일방어국(MDA)은 24일 “극초음속 무기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주 기반 센서 감시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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