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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는 무해?...드러나는 과학적 단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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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02일 11:40 프린트하기

딸: 아빠 담배피우지마! 입냄새도 나고 암도 걸려.

아빠: 그건 일반 담배 얘기야. 이건 전자담배라서 괜찮아!

딸: 그게 뭔데? (미심쩍어하며) 모양은 똑같은데...흠!

 

아빠가 담배를 피우러 가면 아이는 단박에 인상을 찌푸린다. 아이들은 이미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충실히(!) 금연 교육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담배가 아니라 '전자담배'라고 둘러대며 나가는 아빠를 아이는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전자담배의 유해성은 명확히 입증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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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막대(궐련)형 연초 담배는 다양한 임상 사례 연구와 성분 분석을 통해 성인병의 주요 원인이 됨이 알려졌다. 초등학생 아이도 확실히 알고 있을 정도다. 반면 전자담배는 다르다. 태우지 않고 피우는 방식을 택해 1급 발암물질인 ‘타르’ 가 나오지 않는다는 광고와 함께 국내에선 2010년대 초반부터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건강한 담배'로 애호가들의 심리를 자극했다. 건강에 나쁘단 건 알지만 단호하게 담배를 끊지는 못 하는 애연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액체 원료를 전기 에너지로 연소시키는 초기 액상형 전자담배는 진화를 거듭했고, 2014년 6월부터는 일반 담배와 모양까지 같은 궐련형 전자 담배가 시중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담배 애호가들은 지금도 '전자담배는 크게 해롭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담배회사들이 내놓은 우호적인 분석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까? 과학자들은 이를 검증하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 전자 담배에 대한 연구가 속속 발표됐고 최근에는 궐련형 전자담배 위주의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연구를 살펴보면, 타르를 제외한 일부 화학 물질은 전자 담배에서 더 많이 배출된다거나 쥐 실험에서 안면기형을 유발한다는 등 담배 애호가들의 믿음을 깨는 내용이 많다.

 

학계의 본격적인 검증 연구가 진척되면서 전자 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 전자담배 가미한 향료에 독성물질 多... 연기 맡은 세포 대부분 死

 

올해 1월부터 전자담배에 부과하는 세금이 높아져 가격도 소폭 인상됐지만, 여전히 전자담배의 인기는 고공행진 중이다. 액상형이나 궐련형 전자담배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담배와 다른 향이다. 과일향으로 인해 냄새가 일반 연초 담배만큼 불쾌하지 않기 때문에 간접 흡연에 대한 경계도 낮았다. 그런데 최근 기존 인식과는 정반대되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세포생물학및생리학과 로버트 타란 교수팀이 액상형 전자 담배에 주로 들어가는 프로필렌 글라이콜(이하 PG), 식물형 글리세린(이하 VG) 등 과일 향료가 세포의 성장을 크게 저해함을 확인해 27일 학술지 ‘플로스 생물학(PLoS Biology)’에 발표했다.

 

 

PG와 VG가 포함된 향을 주입했을 때(오른쪽) 살아있는세포(초록)보다 죽어있는세포(빨강)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확인됐다.-North California University 제공
PG와 VG가 포함된 향을 주입했을 때(오른쪽) 살아있는세포(초록)보다 죽어있는세포(빨강)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확인됐다.-North California University 제공
 

연구팀은 액상 성분에 따른 세포의 생장 정도를 비교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수 백개의 작은 칸으로 나뉜 플라스틱 접시에 폐 세포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사람 세포와 148종류의 액상을 넣었고, 아무 처리를 하지 않은 대조군 세포의 성장 속도와 비교했다. 액체 상태가 아닌 기체 상태를 주입하는 실험도 같은 방법으로 진행했다.

 

타란 교수는 “과일 향을 내기위해 주로 쓰이는 PG나 VG는 몸에 유해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액체든 기체든 조금만 들어가도 성장률을 크게 떨어뜨렸다”며 “특히 바닐린(vanillin)이나 신나말데하이드 (cinnamaldehyde) 향료의 독성이 가장 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소 7700여 가지의 액상형 제품이 (미국에) 출시됐다”며 “전자담배의 독성을 측정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와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 개발한 방법을 적용하면 수많은 제품의 독성을 빠르게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궐련형 전자담배 연기 맡은 쥐, 안면기형 일으켜!

 

4년 전 국내에 처음 등장해 현재 담배 사용자의 약 10%가 이용하는 궐련형 전자 담배의 유해성 검증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5건의 궐련형 전자 담배 연구를 종합하면 역시 ‘해롭다’는 결론이 우세하다.

 

지난달 24일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에서 열린 치과연구학회(AADR·American Association for Dental Research) 연례학술회의에서 버지니아카먼웰스대 수라지 켄달람 교수팀은 쥐 실험을 통해 전자담배 연기에 노출되면 안면 두개골이 비대칭인 새끼가 태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태어난 지 10주된 암컷 쥐 체내에 전자담배를 피울 때 나오는 증기를 모아 주입했고, 7일 뒤 교미를 통해 임신시켰다. 이때 프로필렌글리콜(PG), 식물성글리콜(VG), 니코틴 등의 향·색소 성분이 섞인 액상 전자담배를 사용했다. 그 결과 쥐의 배아 수가 감소할 뿐만 아니라 태어난 새끼들에서 안면 비대칭 현상이 두드러지 것을 확인했다.

 

지난해 5월에는 스위스 베른대 연구팀이 국내에서도 널리 유통되는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염료나 살충제 재료로 쓰이는 아세나프텐(Acenaphthen) 성분이 일반담배보다 3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의학협회지 내과학에 발표한 바 있다. 최초로 학술지에 실린 궐련형 담배에 대한 분석 결과였다. 이에 담배 회사 필립모리스는 "위험이 전혀 없다거나 무해한 것은 아니지만, (자체 연구에서) 58가지 유해물질 검출량이 일반 담배보다 평균 90%까지 줄었다"고 반박했다.

 

 

• 학계연구와 상반되는 기업측 발표 ... 판단은 본인몫!

 

담배회사들은 전자담배에 대한 자체 연구의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덜 해롭다'는 결론만 되풀이 하고 있다. 국내외 담배회사 중 거의 유일하게 전자담배 연구 결과와 내용을 공개하는 곳은 영국의 브리티스아메리칸타바코(이하 BAT) 뿐이다.

 

BAT는 24일 미국 치과 연구학회 연례학술회의에서 일반담배와 달리 전자담배를 이용하면 치아색이 누렇게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BAT측은 소의 치아를 사포로 갈아 사람의 치아와 비슷하게 만들었다. 그런 다음 사람의 침에 담그고 약 37도로 온도를 유시시켰으며, 이를 일반 담배와 궐련형 담배의 연기에 노출시켜 비교했다.  BAT는 "14일간 특수카메라로 변색 정도를 측정한 결과, 궐련형 담배에선 색이 변하지 않았다"며 일반 담배보다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윗줄부터 아래로 (1) 담배 추출물 (2) 액상 전자담배 추출물 (3) 가열식 전자담배(글로) 추출물 (4) 추출물이 포함되지 않은 용매에 각각 노출시킨 소(牛)의 치아다- BAT 제공
윗줄부터 아래로 담배 추출물 액상 전자담배 추출물 , 가열식 전자담배(글로) 추출물, 추출물에 노출되지 않은 않은 소의 치아다- BAT 제공

 

이처럼 BAT측은 꾸준히 전자담배가 덜 해롭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학계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도 전자담배에 우호적인 연구가 나오고 있지만, 연구 후원란을 살펴보면 여러 담배 회사의 이름이 올라간 경우가 많다. KT&G 등 국내 담배 회사 역시 거듭된 요구에도 제품 개발 과정에서 나온 수치 등을 대중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의 실상을 알 방법이 아직 없는 것이다.

 

정부는 국내 출시된 제품 특성에 맞는 분석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전자담배에 어떤 화학물질이 있는지 이를 추출해 분석하는 국제 가이드라인이 아직 없다”며 “어떤 물질을 어떻게 검사해야 하는지 국내 제품을 중심으로 분석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도출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7년 10월 홈페이지에 공식 입장을 내고 "현재는 (아이코스와 같은) 가열식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거나 유해 성분이 덜 배출된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과학적으로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서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판단은 본인 스스로 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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