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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 사회심리학] 자존감이 독재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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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07일 15:00 프린트하기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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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독재하는 나라


자존감을 수호하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 그러니까 자기 자신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는 대단하다. 일례로 내 삶이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과 내 삶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래도 아직 나는 대단한 사람이라고!’라고 생각하고 싶어서 눈 앞의 문제들을 부정하고 나는 아직 잘 나가고 있다던가 이런저런 문제들은 다 내가 아닌 ‘남의 탓’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스스로를 얼마나 많이 좋아하거나 좋아하지 않느냐(자존감의 높낮이)와 상관 없이 자존감 수호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그로 인한 ‘건강하지 못한 자존감 추구법’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며 무조건 남 탓 하기(예, 내가 부족한 게 아니라 시험 문제가 이상한 것 등), 실패할 것 같은 일은 시도도 하지 않기, 실패할 경우 애초에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며 일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하는 것 등이 흔히 나타나는 자존감 방어법들이다(Crocker & Park, 2004).

 

 

자존감 위탁


어떤 경우는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합리화가 ‘차별’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나쁜 평가를주는 등 자존감에 위협을 주면 갑자기 ‘우리 집단(국가, 인종, 지역, 학교 등)’이 다른 집단들에 비해 더 우월하다는 생각을 보이는 경향이 나타난다. 자존감이 위협 받게 되면 지고 있는 스포츠팀보다는 이기고 있는 팀에 스스로를 연결짓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나는 여전히 적어도 쟤네들보다는 우월한 존재’라며 잘나가는 무엇에 자신을 이입해서 자존감을 방어하는 현상이다(Hogg & Sunderland, 1991).


자존감을 소속 집단에 위탁하는 정도가 클수록, 자신이 속한 집단 내에서 도덕적인 문제가 불거지기라도 하면 ‘이런저런 문제가 존재하는구나. 해결해야겠다’가 아니라 엉뚱하게도 ‘그런 문제는 없다!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 우리도 피해자다!’같은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학자들은 집단을 곧 자아의 연장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집단의 이미지에 상처가 나게 되면 본인의 자아상에도 금이 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Golec de Zavala et al., 2013; Sullivan et al., 2012).


듀크대학의 심리학자 Mark Leary는 자존감은 괜찮은 삶의 원인이라기보다 이미 어느정도 괜찮고 만족스러운 삶의 ‘결과’에 가깝다고 본다.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자존감의 원천은 이미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삶이라는 것이다(Leary & MacDonald, 2003).


굳이 애쓰지 않아도 삶과 자기 자신을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될만한 알찬 내용 없이 ‘나는 멋져! 나는 특별해!’라고 외친다고 해서 실제로 멋지고 특별한 사람이 되는 일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존감의 건강한 원천이 없다면, 만족스럽지 않은 삶과 자신을 만족스럽게 여기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자아를 위탁할 ‘대리물’을 찾거나 각종 정당화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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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우상국가

 

근본 없는 자존감의 위태로운 모습을 전체주의 독재 정부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한다(Leary, 2007).

 

나라가 썩어있을수록, 마치 이 나라는 좋은 모습만 있는 것처럼 왜곡하고 과대포장하는 반면 실제 존재하는 문제들은 드러나지 않게 탄압하는 독재 정권과 비슷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안은 잔뜩 썩어 문드러질지언정 ‘나라의 이미지’만큼은 훼손시킬 수 없다고 하는 이상한 정부처럼 우리도 때론 정작 진짜 나의 삶이 어떤지와 별개로 나의 이미지라는 환상을 지키려고 발버둥친다는 것이다.


근거 없이 부풀려진 자존감의 위험성은 실험으로도 확인되었다(Leary et al., 2007). 사람들로 하여금 큰 실패 후 ‘나는 특별하고 멋지고 사랑받을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거나(자존감 처치), 또는 자신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그 결과 자존감을 높이는 처치를 한 사람들은, 현실을 받아들인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실패에 대해 자신이 못나서가 아니라 그 일이 특별히 어려워서, 상황이 안 좋아서 그랬다는 등 최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에게 어떤 부족함과 문제가 있었는지, 어떤 것을 수정하고 해결해야 하는지보다 자신의 과오를 덮고 이미지를 방어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쏟았다.

 

 

과하게 부풀려진 자존감


근거 없이 부풀려진 자존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 비해, 타인에게 갑질을 하거나 조금이라도 무시당했다고 느끼면 높은 공격성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었다(Bushman & Baumeister, 1998; Bushman & Baumeister, 2002). 자신은 원래 더 대단한 사람인데 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가정폭력범들도 비슷한 사고방식을 보이며, 자신이 한 잘못은 생각지 않고 어쨌든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배우자, 가족구성원들이 나쁜 거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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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낮은 자존감이 각종 비행과 공격성의 원인이 된다는 증거는 희박하며, 오히려 근거 없이 잔뜩 부풀려져 있는 높은 자존감이 더 위험하다고 본다(Baumeister et al., 2003). 부풀려진 풍선일수록 작은 충격에도 뻥 하고 터져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자신이 추구하는 자존감의 내용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크지 않도록 현실감각을 잘 유지하고 소위 ‘작은 자아’를 갖는 것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Leary et al., 2016). 또한 어렸을 때부터 무조건 우쭈쭈 키우는 것 또한 과한 자아 부풀리기의 한 가지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Twenge & Campbell, 2009). 부풀려진 자아관으로 인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관계에서 거절이라도 겪게 되면 어떻게 너 따위가 나를 거절할 수 있냐며 큰 공격성을 보이는 사람으로 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하게 자신을 비하하지도, 그렇다고 심하게 부풀리지도 않는 정확한 현실지각과 남들이 나의 기를 살려줄 이유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는 겸손한 태도가 필요하다.

 

 

[1] Baumeister, R. F., Campbell, J. D., Krueger, J. I., & Vohs, K. D. (2003). Does high self-esteem cause better performance, interpersonal success, happiness, or healthier lifestyles?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4, 1-44.

[2] Bushman, B. J., & Baumeister, R. F. (1998). Threatened egotism, narcissism, self-esteem, and direct and displaced aggression: Does self-love or self-hate lead to violen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5, 219-229.

[3] Bushman, B. J., & Baumeister, R. F. (2002). Does self-love or self-hate lead to violence? 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36, 543-545.

[4] Crocker, J., & Park, L. E. (2004). The costly pursuit of self-esteem. Psychological Bulletin130, 392-414.

[5] Golec de Zavala, A., Cichocka, A., & Bilewicz, M. (2013). The paradox of in-group love: Differentiating collective narcissism advances understanding of the relationship between in-group and out-group attitudes. Journal of Personality, 81, 17-29

[5] Hogg, M. A., & Sunderland, J. (1991). Self‐esteem and intergroup discrimination in the minimal group paradigm. British Journal of Social Psychology30, 51-62.

[6] Leary, M. R. (2007). The curse of the self: Self-awareness, egotism, and the quality of human life. Oxford University Press.

[7] Leary, M. R., Diebels, K. J., Jongman-Sereno, K. P., & Hawkins, A. (2016). Perspectives on hypo-egoic phenomena from social and personality psychology. In The Oxford Handbook of Hypo-egoic Phenomena (p. 47-61). Oxford University Press.

[8] Leary, M. R., Tate, E. B., Adams, C. E., Allen, A. B., & Hancock, J. (2007). Self‐compassion and reactions to unpleasant self-relevant events: The implications of treating oneself kindl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2, 887–904.

[9] Leary, M. R., & MacDonald, G. (2003). Individual differences in trait self-esteem: A theoretical integration. In M. Leary & J. Tangney (Eds.), Handbook of self and identity (pp. 401– 418). New York: Guilford Press.

[10] Sullivan, D., Landau, M. J., Branscombe, N. R., & Rothschild, Z. K. (2012). Competitive victimhood as a response to accusations of ingroup harm do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102, 778.

[11] Twenge, J. M., & Campbell, W. K. (2009). The narcissism epidemic: Living in the age of entitlement. Simon and Schuster.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내 마음을 부탁해>를 썼다. 현재는 UNC 의과대학에서 연구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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