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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의 ‘슈퍼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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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11일 05:00 프린트하기

파 송송, 계란 탁. 보글보글 끓는 라면에 계란은 빠질 수 없는 감초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익힌 계란 프라이는 밥과 함께 비벼먹어도 좋고, 바삭하게 구워 잼과 버터를 바른 빵에 넣어 먹어도 일품입니다. 생각만 해도 정말 먹음직스럽네요.

 

한국인은 2016년 한 해 일인당 268개의 계란을 먹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 - 사진 GIB 제공
한국인은 2016년 한 해 일인당 268개의 계란을 먹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 - 사진 GIB 제공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은 2016년 한 해 계란을 일인당 268개나 먹었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평균 다섯 개씩 계란을 먹은 셈입니다. 그만큼 우리의 식탁에서 계란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입니다.

 

계란은 맛있기만 한 게 아닙니다. 쓸모도 많습니다. 겨울철 유행하는 독감을 예방하는 백신을 만들 때는 유정란에 독감 바이러스를 주입해 배양합니다. 또 계란 흰자는 접착제로도 쓰입니다. 흰자에 포함된 단백질 성분인 ‘아비딘-비오틴’이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생체 분자를 검출하는 바이오칩이나 센서에는 계란 흰자로 만든 접착제가 꼭 필요합니다. 계란은 생각보다 훨씬 ‘과학적인’ 재료입니다.

 

 

● 흰자의 과학 - 콘크리트만큼 강한 겔

 

흰자만 이용해 콘크리트만큼 강력한 겔 형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 사진 GIB 제공
흰자만 이용해 콘크리트만큼 강력한 겔 형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 사진 GIB 제공

계란 노른자나 흰자만 골라 먹는 분도 계시죠? 노지마타츠야 중국 둥난대 생명과학및의공학부 교수팀은 흰자만 이용해서 콘크리트만큼 강력한 겔 형태의 재료를 만드는 데 성공해 네이처출판그룹(NPG)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NPG 아시아 머티리얼스’ 1월 5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이 계란 흰자로 만든 겔은 얼마나 강력했는지, 지름 9mm의 원통 모양으로 만든 뒤 그 위에 질량이 224kg인 물체를 올려놓아도 으깨지지 않았습니다. 모양만 조금 변하는 수준에 그쳤죠.

 

조금 더 전문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는 1cm2 면적에 질량이 약 352kg인 물체가 누르는 힘을 견딜 수 있는 수준인 34.5MPa(메가파스칼)에 해당하는 강도입니다. 40MPa을 견디는 고강도 콘크리트에 필적하는 수준이죠. 이는 삶은 계란에서 흰자의 강도에 비해 150배나 강력합니다. 삶은 계란인 줄 알고 씹었다가는 이가 부러질 수 있으니 먹는 건 금물!

 

연구팀은 계란 흰자를 어떻게 이렇게 단단한 재료로 변신시킨 걸까요. 그 ‘레시피’는 이렇습니다. 우선 계란 흰자만 따로 준비합니다. 두 번 정도 체에 거른 뒤 흰자와 동일한 부피의 물을 넣어서 희석시킵니다. 연구팀은 이런 식으로 10kg을 만들었습니다.

 

그런 뒤 4도에서 한 시간 동안 섞어줍니다. 이어서 원심분리기에 넣고 20분간 돌립니다. 침전물 위에 뜬 물을 걸러내고 다시 40분 동안 원심분리기로 돌립니다. 여기서 생긴 물도 걸러냅니다. 그런 뒤 연구팀이 개발한 ‘특제 계면활성제’를 넣어 줍니다. 그런 다음 다시 원심분리기로 1분간 돌려줍니다. 이렇게 완성된 재료를 70도의 물에서 20분 동안 익힌 뒤 4도의 물에 넣고 식힙니다.

 

자, 이제 계란 흰자로 만든 겔이 완성됐습니다. 연구팀이 이 겔의 단백질 함량을 분석했더니, 날계란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날계란은 1mL에 100~110mg의 단백질이 들어 있는데, 이 겔에는 124~154mg이 들어 있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겔 성분의 약 80%가 물이라는 점입니다. 물이 80%인 재료로 이렇게 강도가 높은 재료를 만들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합니다.

 

콘크리트 강도의 계란 흰자 만드는 ‘레시피’ - 자료: NPG 아시아 머티리얼스
콘크리트 강도의 계란 흰자 만드는 ‘레시피’ - 자료: NPG 아시아 머티리얼스

그 비결은 연구팀의 ‘마법의 소스’인 계면활성제에 있습니다. 계면활성제의 재료를 다양한 조합비로 만들어 넣고 완성된 겔의 강도를 실험한 결과, 최고 강도가 삶은 계란 흰자의 150배로 측정됐습니다. 아쉽게도 이 계면활성제를 만든 ‘레시피’는 논문에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것으로, 이온성 계면활성제라고만 기록돼 있습니다.

 

이온성 계면활성제는 양이온성과 음이온성으로 나뉩니다. 계면활성제에서 물에 친한 친수성 부위가 물에서 분리됐을 때 양전하를 띠면 양이온성, 음전하를 띠면 음이온성이라고 합니다. 이기훈 서울대 농업생명 과학대 교수는 연구팀이 개발한 계면활성제에 소수성과 친수성 성분이 동시에 들어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분자들이 스스로 결합하는 자기조립이 진행된다”며 “계면활성제가 단백질이 특수한 구조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연구팀은 ‘콘크리트 계란’의 강도를 분자구조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엘라스틴, 케라틴, 콜라겐, 거미줄 단백질 등은 분자 구조가 섬유 형태여서 얽히고 설켜서 강한 구조를 만듭니다. 하지만 흰자를 구성하는 단백질은 구형에 가까워서 이런 효과를 얻기 힘들죠. 또 열에 의한 변성과 변성된 단백질이 불규칙하게 뭉치면서 전반적으로 단백질이 균일한 구조를 갖지 못합니다. 삶은 계란의 흰자가 쉽게 으깨지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이온성 계면활성제가 계란 단백질이 일정한 간격으로 질서정연하게 응집하도록 만들어 재료의 강도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설명합니다. 분석 결과 삶은 계란의 흰자에는 공유결합이 없지만, 이 겔을 구성하는 분자들은 비공유결합은 물론 공유결합도 이루고 있었습니다.

 

공유결합은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전자를 공유하는 결합 방식으로, 비공유결합에 비해 결합력이 훨씬 강합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공유결합과 비공유결합이 시너지를 내면서 강한 기계적인 강도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단백질 사이의 거리가 짧아지면서 기존에 없던 분자 간 상호작용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노른자의 과학  - 점성 1000배 ‘마요네즈 효과’

 

마요네즈를 ㄹ만들 때 계란 노른자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바로 계면활성제 역할. - GIB 제공
마요네즈를 ㄹ만들 때 계란 노른자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바로 계면활성제 역할. - GIB 제공

계란 흰자가 대단해 보이지 않나요? 그런데 노른자도 흰자만큼이나 특별한 능력을 가진 물질입니다. 바로 마요네즈를 만든다는 점인데요. 물과 기름에 섞여 들어가 엄청난 점성을 생성하는 이유가 오랫동안 과학자들 사이에서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마요네즈의 재료는 계란 노른자와 물, 기름, 식초 등 입니다. 각자 크고 작은 점성을 가진 재료들이지만, 이들이 섞인 마요네즈만큼 큰 점성을 가진 건 아니죠. 점성이 작은 재료를 여럿 섞어서 점성이 약 1000배나 큰 마요네즈가 만들어진다는 건 신기한 일입니다. 여기에는 계란 노른자가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노른자가 계면활성제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이 현상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했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이듬해인 1906년, 용액의 점성에 관해 설명하는 논문을 발표했죠. 논문에서 아인슈타인은 용액에 입자를 넣으면 점성이 선형적으로 증가하는데, 입자의 부피비가 용액의 5%를 차지할 때까지는 기울기가 2분의 5를 유지하면서 증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실제와도 잘 맞아 떨어지는 결과였죠.

 

하지만 입자의 부피비가 5%를 넘어서면 아인슈타인의 예측과 달리 점성이 더 빠르게 증가합니다. 그래서 그간 많은 연구자들은 아인슈타인이 만든 수식이 높은 농도에서도 적용되도록 수정해 왔습니다.

 

문제는 입자들이 용액 속에 빽빽하게 들어차는 시점이 되면 점성을 정의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입자들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도 점성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죠. 마요네즈가 바로 이런 상태입니다. 용액 속 기름방울들이 마치 만원버스 속에 탄 사람들처럼 움직이기 어렵게 된겁니다.

 

클라스 와인 영국 글래스고대 물리학과 교수는 ‘물리화학레터스’ 2017년 12월 8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노른자가 점성을 폭증시키는 현상을 설명하면서 ‘마요네즈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유리의 상태 변화를 설명하는 수학 모델을 도입해서 점성을 설명한 점이 참신합니다.

 

이 모델을 도입한 이유는 유리를 점성이 극단적으로 높은 액체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시영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내부 구조가 무질서한 액체를 급속히 굳히면 구조가 질서정연한 고체가 되는 게 아니라 질서가 없으면서도 분자들이 움직이기 어려운 혼잡 상태가 된다”며 “유리가 이런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점성 1000배 높여 주는 ‘마요네즈 효과’ - 클라스 와인 교수가 설명한 혼합 용액의 점성이 급증하는 이유. 물 속에 이온을 넣으면 이온 주위에 물 분자가 얇은 수막을 형성한다. 이온의 농도가 높아져 임계점을 넘으면 수막을 포함한 이온들 사이의 반발력이 강해져서 정체 상태가 된다. - 과학동아 4월호 제공
점성 1000배 높여 주는 ‘마요네즈 효과’ - 클라스 와인 교수가 설명한 혼합 용액의 점성이 급증하는 이유. 물 속에 이온을 넣으면 이온 주위에 물 분자가 얇은 수막을 형성한다. 이온의 농도가 높아져 임계점을 넘으면 수막을 포함한 이온들 사이의 반발력이 강해져서 정체 상태가 된다. - 과학동아 4월호 제공

와인 교수는 계란 노른자처럼 이온을 포함한 물질이 물과 섞이면서 농도가 높아질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극성을 띤 물 분자는 이온 주위에 막을 형성하는데, 분자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막을 포함한 분자 사이의 간격이 점차 줄어듭니다.

 

결국 수막에 둘러싸인 이온들 사이의 반발력이 점차 커지다가 마치 교통체증이 발생한 것처럼 움직이기가 어려운 정체 현상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와인 교수는 이를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모델을 만들고, 실제 실험 데이터와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수식이 실제 현상을 잘 설명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와인 교수는 “여러 성분이 섞인 액체를 분리하거나 결정의 핵이 형성되는 과정 등 상변화 현상을 물리적으로 조작하는 데 마요네즈 효과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 과학동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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