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인류 유전자 지역별로 달라" VS "유전자로 '인종차별' 안돼"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8년 04월 06일 06:34 프린트하기

20세기 초, 아시아 여러 지역의 인류 모습을 그린 그림. 최근 게놈 해독학이 발달하면서 인구집단 사이의 미세한 유전자 구성 차이가 연구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과거의 생물학적 인종 개념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게놈 연구자들은 이런 우려가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 사진 제공 독일 라이프치히 서지학연구소
20세기 초, 아시아 여러 지역의 인류 모습을 그린 그림. 최근 게놈 해독학이 발달하면서 인구집단 사이의 미세한 유전자 구성 차이가 연구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과거의 '생물학적 인종' 개념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게놈 연구자들은 이런 우려가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 사진 제공 독일 라이프치히 서지학연구소

최근 생명과학과 인류학계는 때아닌 ‘인종’ 논란으로 떠들썩하다. 옛 인류의 게놈(유전체)을 해독하는 고(古)게놈해독학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지역의 인구 집단 사이에서 발견되는 적지 않은 유전적 차이가 주목 받고 있다. 문제는 해석이다. 고게놈학자와 유전학자들은 인구 집단 사이에 유전적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과거 생물학적 인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한다. 반면 비판적 입장을 지닌 일부 학자들은 인구 집단 사이의 생물학적 차이에 주목하는 흐름 자체가 과거 인종 개념을 부활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발단은 유력한 고게놈학자로 꼽히는 데이비드 라이시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3월 23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유전학은 어떻게 인종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바꾸고 있는가’라는 글이었다. 라이시 교수는 세계 각지 인류 게놈과 사라진 옛 인류의 게놈을 해독한 뒤 지역별 인류가 지닌 유전적 차이를 바탕으로 과거 인류의 분포와 이동 경로를 밝히는 연구를 이끌어왔다. 4500년 전 대륙에서 영국으로 건너온 인구 집단에 의해 영국인 유전자가 수백 년 사이에 급격히 바뀐 사실을 밝힌 올해 2월 ‘네이처’ 논문이 대표적이다. 그는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밝히는 게 연구 목적이라고 말한다.
 

문제의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라이시 교수는 지역별 인류가 지닌 여러 보이지 않는 특성 차이를 예로 들었다. 질병에 얼마나 잘 걸리는지(질병 감수성) 등 신체적 특성은 물론이고 고등교육을 얼마나 받는지에까지 유전적 차이가 관여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는 “유전적 차이가 과거 잘못된 개념인 인종과 연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고, 과거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전직 뉴욕타임스 과학기자 니컬러스 웨이드나 DNA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자 제임스 왓슨을 언급하며 그들의 주장과 다르다고 선을 긋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문제의 뉴욕타임스 칼럼. -사진 제공 NYT
문제의 뉴욕타임스 칼럼. -사진 제공 NYT

하지만 워낙 예민한 주제라 순식간에 댓글이 900개 이상 달리며 논란이 커졌다. “라이시 교수 본인은 부정하지만 분명히 생물학적 인종을 연상시킨다”거나 “개인 사이 유전적 차이가 더 큰데 집단 사이의 유전적 차이만 부각하는 의도를 모르겠다” “과학은 오용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등의 비판이 대부분이었다. 라이시 교수는 일주일 뒤인 지난달 30일 뉴욕타임스에 다시 반박 기고를 보내 “(내 연구는) 인류 다양성에 대한 것으로, 오히려 인종주의적 견해가 결코 지지받을 수 없다”며 “인류학자가 밝혀냈듯 인종은 생물학적 범주가 아니라 (지지받지 못할) 사회적 범주”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파장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이튿날인 3월 31일 의학, 사회학, 과학사 전문가 등 67명의 학자가 “라이시 교수는 인종에 대해 잘못된 개념을 전파하고 있다” “유전학자는 (인종 등) 범주(카테고리)를 연구에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 등의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논쟁은 갑작스러운 게 아니다. 2014년 2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총회에서는 ‘인종이 사라진 사회의 신인종주의와 과학적 인종주의’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인류학자인 니나 자블론스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인류학과 석학교수와 캐서린 블리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게놈 해독과 그에 따라 부각된 지역별 유전자 차이가 새로운 인종주의를 낳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나섰다.

 

인간 남성 게놈(유전체). 23쌍의 염색체로 이뤄져 있다. 개인별 차이는 물론 인구집단별 차이도 존재한다.- 사진 제공 NIH
인간 남성 게놈(유전체). 23쌍의 염색체로 이뤄져 있다. 개인별 차이는 물론 인구집단별 차이도 존재한다.- 사진 제공 NIH

 

블리스 교수는 당시 기자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게놈 학자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등 약자들을 연구 무대로 끌어들였고, 이를 통해 사회가 건강 불평등 문제를 혁신하도록 이끌었다”면서도 “동시에 인종과 불평등을 생물학 용어로 만드는 부작용을 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게놈학자들의 반발도 크다. 한 국내 석학은 “모두에게 적합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게놈 연구 목적이지, 우열을 가르는 등 인종주의에 활용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집단유전학자인 정충원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과학연구소 고고유전학과 그룹리더는 e메일 인터뷰에서 “(라이시 교수와 반대자) 양측 모두 생물학적 개념으로서의 인종은 존재하지 않고, 개인 간 유전적 차이가 집단 간 차이에 비해 훨씬 크다는 점에 확실히 동의하고 있다고 본다”며 “다만 라이시 교수는 사회적 인종 개념과 별개로 유전자 자료를 이용해 집단을 나누고 집단 간 차이를 연구하는 일이 의미 있다고 믿는 반면, 비판적인 사람은 그런 구분조차 ‘사회적 구성물’로서의 집단 또는 인종 개념과 비슷하다고 본다는 점이 차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8년 04월 06일 06:34 프린트하기

 

혼자보기 아까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해 보세요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17 + 3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