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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짜면 과학 교실] 떼어 놓는 방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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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07일 17:00 프린트하기

 떼어 놓는 방법들

 

 _윤병무

 

 할머니 생신을 맞아 우리 가족은

 도시와 분리돼 있는 심심산골에 갔어요

 그곳에 할아버지 할머니 시골집이 있어요

 

 할아버지께서 도리깨로 들깨를 터셨어요

 자 도리깨가 곤장을 내리칠 때마다

 깻단에서 들깨들이 후다닥후다닥 달아났어요

 

 할머니께서 양손에 키를 들고 까붐질을 하셨어요

 ㅂ자 키가 바람에게 부채질을 할 때마다

 공중에 널뛰기한 쭉정이들이 바람을 따라갔어요

 

 할머니께서 콩가루 인절미를 만들어 주셨어요

 자 체가 빠이빠이 손을 흔들 때마다

 복 바가지에 소복이 콩가루 눈이 내렸어요

 

 아침에 엄마가 부뚜막에서 미역국을 끓였어요

 전날 삶아 놓은 육수 표면을 걷어낼 때마다

 J자 국자에 고깃국의 굳은 기름이 건져졌어요

 

 우리 집에 오자마자 아빠가 청소기를 돌렸어요

 T자 진공청소기가 바닥 곳곳을 핥을 때마다

 쓰레기는 삼키고 공기는 방귀로 내보냈어요

 

 엄마는 원두커피를 갈아 추출기에 내렸어요

 V자 여과지에 끓은 물을 휘돌려 부을 때마다

 원두는 남고 커피만 졸졸 흘러내렸어요

 

 책가방을 열어 보니 숙제가 기다리고 있어요

 자 책상 앞에 앉아야 할 때마다

 놀고 싶은 마음을 떼어 놓을 방법이 있을까요?

 

 

 

초등생을 위한 덧말

한자어로는 섞을 혼(混), 합할 합(合), 물건 물(物)인 혼합물(混合物)은 말 그대로 ‘섞여서 합해진 물체’라는 뜻이지만, 더 정확한 의미는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이 각각의 성질을 지닌 채 섞여 있는 물질’입니다. 세상을 이루고 있는 물질들은 대부분 혼합돼 있습니다. 사람들이 즐겨 먹는 떡볶이의 매운맛을 내는 고추장도 고추와 소금과 쌀(보리)과 콩과 물의 혼합물이며, 샐러드나 햄버거에 들어가는 마요네즈도 달걀노른자와 식용유와 소금과 식초의 혼합물입니다.

 

세상을 이루는 물질들은 대부분 혼합돼 있다 - 사진 GIB 제공
세상을 이루는 물질들은 대부분 혼합돼 있다 - 사진 GIB 제공

이렇듯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여러 물질에 시간과 정성을 들여 나름의 목적대로 혼합해 사용합니다. 잔칫상에 오르는 미역국, 떡, 잡채뿐만 아니라 평소 식탁에 오르는 김치찌개, 계란말이 등 거의 모든 음식들도 여러 재료를 혼합해서 조리한 것입니다. 또한 교과서, 필기구, 책가방 등의 여러 학생 용품들도 나무와 잉크와 비닐과 플라스틱과 천과 철 등의 재료들로 혼합해 만든 제품들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대부분의 생활 용품들이 그렇습니다.

 

반면에 자연 상태에서 이미 혼합돼 있는 것들을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로 궁리한 방법으로 분리해서 사용합니다. 우리의 기본 양식인 벼를 탈곡할 때도 그렇습니다. 오늘날에는 탈곡 기계로 손쉽게 이삭에서 낟알을 떨어내지만, 옛날에는 발로 밟거나 도리깨를 이용해서 이삭과 낟알을 분리했습니다. 또한 생활에 꼭 필요한 소금을 얻기 위해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바닷물을 끌어 들여 논처럼 만든 염전에서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얻어냈습니다. ‘증발’이라는 말은 액체 상태의 물질이 기체 상태로 바뀌는 것을 의미합니다.

 

혼합물을 분리하는 방법은 거름을 이용하는 것이다. 사진은 체 - GIB 제공
혼합물을 분리하는 방법은 '거름'을 이용하는 것이다. 사진은 '체' - GIB 제공

이처럼(바닷물-물=소금) 혼합물을 분리하기 위해 ‘증발’시키는 방법은 일상뿐만 아니라 산업에서도 많이 사용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혼합물을 분리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거름’입니다. 거름의 도구로는 위의 동시에서처럼 콩가루 같은 가루를 곱게 거르거나 삶은 국수를 밭치기 위해 액체를 거르는 데 쓰는 기구인 ‘체’가 있으며, 원두커피를 추출하기 위해 종이로 만든 ‘여과지’도 있습니다. 또 간장이나 한약 등을 거를 때는 깨끗한 ‘헝겊’도 많이 사용합니다.

 

삼대가 모인 위 동시의 가족처럼 ‘가족’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혼합된 관계입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만나 자손을 낳고, 그 자손인 아빠가 엄마를 만나 자녀를 낳았습니다. 두 사람에서 시작한 가족이 다섯 사람의 가족을 이뤘습니다. 원두커피 물을 걸러 커피를 내리거나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얻는 혼합물의 분리는 참 쓸모 있지만, 가족은 오래 분리돼 있을수록 그립습니다. 찾아뵈었을 때 환하게 반기시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떠나는 자손들을 쓸쓸히 바라보시는 눈길이 그 사실을 말해 줍니다. 가족은 혼합돼 있을 때 기쁘고 행복합니다.

 

원두커피를 추출할 때는 여과지를 쓴다 - GIB 제공
원두커피를 추출할 때는 '여과지'를 쓴다 - GIB 제공

 

 

 

※ 필자 소개
윤병무. 시인. 시집으로 <5분의 추억>과  <고단>이 있으며, 동아사이언스에서 [생활의 시선]과 [때와 곳]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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