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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우리는 왜 탐험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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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12일 17:04 프린트하기

나는 지난해 6월, 미국 워싱턴DC 본사에서 진행된 내셔널지오그래픽 탐험가축제에 초대를 받아 참석했다. 월간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발간하는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는 1888년부터 아무도 가 보지 못한 지구의 구석구석을 탐험하고, 오늘 인류가 처한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탐험가 축제가 열리는 내셔널지오그래픽 본사 앞에서 장이권 교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탐험가 축제가 열리는 내셔널지오그래픽 본사 앞에서 장이권 교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학원 시절에 노란색 창문으로 겉표지의 윤곽을 장식한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손꼽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이런 내셔널지오그래픽 탐험가축제에 내가 초대받아 가다니, 기쁨에 앞서 먼저 내가 초대받을 자격이 있는지 걱정이 앞섰다. 나는 세계 곳곳에서 나처럼 탐험가로 초대받은 사람들과 같이 일주일 동안 심포지엄, 만찬, 식사, 조깅, 요가 등의 활동을 같이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2017년도 내셔널지오그래픽 탐험가 축제에서 선정된 떠오르는 탐험가들. 호틀린과 엠잭슨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2017년도 내셔널지오그래픽 탐험가 축제에서 선정된 '떠오르는 탐험가들'. 호틀린과 엠잭슨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는 험한 오지를 탐험하는 전설적인 탐험가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탐험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을 탐험하고, 그 안의 스토리를 전달하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이들은 탐험하면서 발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주어진 현실을 거부하고 공동체의 운명을 바꿔 보고자 노력하는 혁신가들이었다. 

 


● 치과 의사가 진료비를 깎아 주는 이유


예를 들면 호틀린 옴프순구(Hotlin Ompusunggu)는 인도네시아의 서부 칼리만탄(West Kalimantan)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의사다. 그의 관심은 이 지역의 무분별한 벌목을 치과 진료를 이용해 저지하려고 한다. 호틀린은 주민들이 벌목 대신 농업, 어업 및 생태관광을 하도록 유도한다.

 

그래서 벌목을 그만두는 주민들에게 진료비를 할인해 주고 있다. 이곳은 의료 서비스가 나쁘기 때문에 호틀린의 공동체 프로젝트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호틀린의 모델을 인도네시아 전체, 아니 전세계에 적용하고 있다. 

 

서부 칼리만탄의 치과의사인 호틀린 옴프순구는 치과 진료를 이용해 주민들이 벌목을 포기하고 다른 생업으로 전환하게 하고 있다.
서부 칼리만탄의 치과의사인 호틀린 옴프순구는 치과 진료를 이용해 주민들이 벌목을 포기하고 다른 생업으로 전환하게 하고 있다.

한편 박사학위를 받은 지 10일 정도밖에 되지 않은 엠 잭슨(M Jackson)은 기후변화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새로운 방법이지만 아주 전통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빙하가 기후변화 때문에 사라지고 있는 것은 과학적인 사실이지만 일반인에게는 산타나 펭귄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얘기일 뿐이다.

 

엠 잭슨은 아이슬란드에서 빙하 지역에 있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이 어렸을 때 빙하에서 놀던 스토리를 모으고 있다. 빙하는 오랫동안 마을의 경관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빙하를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빙하가 사라졌고, 주민들의 정서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엠 잭슨은 이렇게 빙하와 함께했던 기억과 빙하가 사라진 현실 사이에서 주민들이 느끼는 충격을 강연과 책을 통해 알리고 있다. 

 

엠잭슨은 빙하와 함께했던 기억과 빙하가 사라진 현실 사이에서 주민들이 느끼는 충격을 스토리로 전달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있다.
엠잭슨은 빙하와 함께했던 기억과 빙하가 사라진 현실 사이에서 주민들이 느끼는 충격을 스토리로 전달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있다.

나는 행사 내내 ‘우리는 왜 탐험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전속탐험가이자 올모스트 휴먼(Almost Human)의 저자이기도 한 리 버거(Lee Berger)는 이렇게 말했다.


“탐험은 우리 주위의 세계를 가르쳐 준다. 탐험이 없으면 발견도 없고, 발견이 없으면 이해도 없다. 7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구는 현재 많은 환경위험에 처해 있다. 이런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지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탐험뿐이다.”


리 버거는 호기심이 많은 학생과 젊은이들이 탐험가가 될 확률이 가장 높다고 말한다. 그리고 현재 가장 위험한 곳에서 가장 중요한 탐험을 하고 있는 탐험가들이 여성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전 세계 탐험가들이 자유롭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 세계 탐험가들이 자유롭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탐험은 현실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일


이 행사의 마지막 날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 시상식이 있었다. 이 시상식에서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 헤이든 천문관장은 2017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가장 영예로운 허바드상을 수상했다. 타이슨 천문관장은 탐험의 중요성을 선사시대 동굴이야기를 예로 들어 강조하였다. 


“인류는 수렵채집 생활을 하면서 주로 동굴 살았다. 동굴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서운 맹수나 변덕스런 날씨에로부터 안식처를 제공해 준다. 그러나 동굴 생활이 이어질수록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물을 얻을 수 있는 곳까지 거리도 멀고, 불을 지피면 매캐한 연기가 동굴 안을 가득 채운다. 그래서 결국 누군가 동굴에서 나가 주변에 살만 한 곳이 있는지 가 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동굴 속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은데 동굴 밖을 나가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밖으로 나가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기보다 동굴 속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면 아마도 우리는 동굴 속에 살고 있을 것이다.”


선사시대 탐험가도 동굴에 머물려는 사람들을 호틀린처럼 상호이익의 논리로 이해시켰을지도 모른다. 또 엠 잭슨처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로 그들을 설득했을 수도 있다. 결국 동굴생활에서 비롯된 문제는 동굴을 떠나야 해결할 수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가장 영예로운 허바드 상을 내셔널지오그래픽 최고경영책임자로부터 수여받는 헤이든 천문관장, 닐 디그래스 타이슨(오른쪽).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가장 영예로운 허바드 상을 내셔널지오그래픽 최고경영책임자로부터 수여받는 헤이든 천문관장, 닐 디그래스 타이슨(오른쪽).

 

● 시민들과 함께 하는 탐험, ‘지구사랑탐사대’


나는 초봄부터 논과 습지를 돌아다니며 양서류 연구를 하고 있고, 이 연구를 통해 양서류가 우리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또한 여름에는 도시공원을 누비며 매미의 대발생 원인을 찾고 있다. 나의 이런 노력은 탐험가축제에서 만난 탐험가들의 노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구사랑탐사대 수원청개구리 현장교육에서 대원들에게 개구리의 종별 특징을 설명하는 모습.
지구사랑탐사대 수원청개구리 현장교육에서 대원들에게 개구리의 종별 특징을 설명하는 모습.

5년 전부터는 전국에서 2000명의 시민들이 이런 연구를 위한 현장 탐사에 참여하고 있다. 바로 시민과학 프로젝트인 ‘지구사랑탐사대’다. 지난 5년 동안 나는 초등학생부터 주부, 회사원 등 가족 탐사대와 함께하는 동안 주변을 탐험하고 그 안의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다면 누구든지, 심지어 초등학생이라도 탐험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구사랑탐사대 현장교육에서 대원들에게 매미 탈피각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 종을 분류하는 방법을 알려 주고 있다.
지구사랑탐사대 현장교육에서 대원들에게 매미 탈피각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 종을 분류하는 방법을 알려 주고 있다.


4월 14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올해 지구사랑탐사대의 활동이 시작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굴을 과감히 벗어나려고 할 때 예상하지 못했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탐험을 통해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다.

 

지구사랑탐사대 발대식.
지구사랑탐사대 발대식

 

사진제공 : 장이권 교수, 지구사랑탐사대 홈페이지

 

 

※ 필자소개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미국 캔자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행동생태학, 진화생물학 및 생물음향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이화여대 에코과학부/동물의사소통실험실 지도 교수로, 청개구리, 매미, 돌고래 등 다양한 동물의 행동생태와 보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 어린이과학동아와 함께 시민과학프로젝트인 지구사랑탐사대를 이끌고 있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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