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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짜면 과학 교실] 칠백 년을 기다린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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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14일 17:00 프린트하기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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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홍련의 한 말씀

 

    _윤병무

 

     내 나이는 칠백 살이에요
     줄곧 씨앗으로만 살았지만
     나는 연못을 만나지 못해서
     때가 오길 마냥 기다렸어요

     옛날엔 가야였던 성터에서
     누군가 나를 발견했다지요
     나와 아홉 명의 자매들이
     기다린 보람이 있었어요

     어디에선가는 이천 년 전의
     연꽃 씨가 싹 튼 일도 있다니
     우리 자매가 기다린 세월은
     아침나절에 불과하겠어요

     덕분에 우리는 싹을 틔우고
     줄기를 키우고 잎을 펼쳐서
     오래전 유행했던 고려 한복
     연분홍 꽃을 차려입었어요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우리는
     연밥을 지어 열매를 맺으려고
     해마다 함안박물관 연못에서
     여름이면 부채춤을 추어요

     우리는 조선 시대는 못 봤지만
     고려에서 코리아로 건너뛰어
     두 시대를 이어 살고 있어요
     식물의 한살이는 연속되어요

 

 

 

초등생을 위한 덧말

식물은 셀 수 없이 많은 만큼이나 강한 생명력으로 번식을 이어가며 살아가고 있어요. 살아간다는 것은 이미 태어났다는 것이고, 태어났다는 것은 언젠가는 죽음도 맞는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모든 동물이 한 살이를 하듯, 모든 식물도 한살이를 해요. 다만 식물의 한살이는 동물과는 조금 달라요. 동물은 난생이나 태생을 하지만, 모든 식물은 씨(씨앗)로 태어나요. 동물에 비교하면 식물의 씨는 알에 가까워요. 알은 부화하고 씨는 발아해요. 부화는 동물의 새끼가 알껍데기를 깨고 밖으로 나오는 것이고, 발아는 식물의 씨앗이 처음 싹 트는 것이에요.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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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한살이를 요약하면 이래요. 씨에서 싹이 나고, 싹에서 뿌리와 줄기와 잎이 나고, 줄기에서 꽃이 피고, 꽃 핀 자리에서 열매가 맺히고, 열매에서 씨를 만들어 동물이나 바람이나 흐르는 물의 힘을 빌려 번식을 해요. 동물의 알이 부화하려면 적당한 온도가 필요하듯이, 식물의 씨도 적당한 온도에서 발아해요. 그런데 씨가 싹을 틔우려면 여기에 한 가지가 더 필요해요. 그것은 ‘물’이에요. 씨는 적당한 물과 적당한 온도에서 발아해요. 이후에는 이 두 조건 말고도 햇볕을 받아야 식물은 성장하면서 살아갈 수 있어요.

​씨앗의 모양과 크기는 각양각색이지만 대부분의 씨앗은 단단해요. 그것은 번식에 성공할 때까지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목적이에요. 싹이 트면서 자라난 식물은 꽃을 피워 곤충을 불러들이거나 바람을 이용해서 수정에 성공해 열매를 맺으면 자신의 씨를 가능한 한 먼 곳까지 이동시켜서 번식하려고 해요. 그런데 식물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이동할 수 없어서 수정할 때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번식을 시도해요. 동물이나 바람이나 흐르는 물이나 경사진 땅에 자기 씨앗을 맡기는 것이 그것이에요.

​번식을 위해 식물은 수박이나 참외처럼 맛있고 영양 있는 열매 속에 단단한 씨를 박아 놓아 동물의 먹이가 되게 하고, 단풍나무처럼 씨에 곤충 날개 같은 가벼운 날개를 달아 놓아 바람에 실려 날아가게 해요. 또는 모감주나무처럼 씨를 낙엽같이 생긴 메마른 씨방(씨를 감싸고 있는 주머니)에 붙여 놓아 흐르는 물에 띄워 멀리 흘러가게 해요. 혹은 씨를 호두나 밤송이나 은행처럼 공 모양으로 만들어 경사진 땅을 따라 데구루루 굴러가게도 해요.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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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식물은 자기가 살고 있는 환경을 이용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번식해요. 그중 무척 특이하게 번식을 하는 식물도 있어요. 키가 100미터까지 자라 지구의 생물 중에서 가장 클뿐더러 한살이가 무려 3천 년이나 된다는 자이언트 세쿼이아 나무는 번식을 위해 산불이 나기만을 기다린대요. 두께가 1미터나 되는 나무껍질에 늘 스펀지처럼 물을 축축이 흡수하고 있어서 산불이 일어나도 일주일이나 견딜 수 있대요. 그런 이 거대한 나무는 섭씨 200도가 되어야 솔방울 모양의 씨방을 열어 자신의 씨앗들을 내놓는대요. 산불에 불타 죽은 식물들을 양분 삼아 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자라게 하려는 속셈이지요.

​한살이가 무려 3천 년이나 되니 이 나무는 까마득한 세월 동안 온갖 산불을 겪을 수밖에 없겠어요. 그래서 차라리 산불이 일어난 다음에 비옥한 환경에서 번식할 수 있게끔 스스로 진화했겠어요. 언제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산불을 마냥 기다리며 자기 열매를 간직하고 있는 자이언트 세쿼이아나, 발아하기에 적당한 때를 못 만나 7백 년을 기다린 아라홍련의 실제 이야기는 신비롭고 놀라워요. 동시에, 식물의 지혜와 간절함에 저는 마음의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네요.

 

 

 

※ 필자 소개
윤병무. 시인. 시집으로 <5분의 추억>과  <고단>이 있으며, 동아사이언스에서 [생활의 시선]과 [때와 곳]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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