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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이 알려주는 갈등의 이유...정체성 비슷할수록 파국 가능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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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19일 18:06 프린트하기

흔히 경제적 능력이나 사회적 지위, 정체성 등의 차이가 큰 집단 사이에서 더욱 갈등이 크다고 여겨진다. 빈부 격차, 계급 갈등, 진보와 보수 등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통념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사회적 지위나 정체성이 비슷할수록 도리어 폭력적이고 파국에 가까운 갈등이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 연구팀은 사회적 행위자들 사이의 지위나 정체성이 비슷할수록 폭력이나 갈등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자신과 비슷한 상대방 때문에 자신의 지위나 정체성에 대해 모호함이 생기면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확신이 떨어진다. 이러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대방을 공격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45년 간의 포뮬러 원 (F1) 자동차 경주 대회에서 벌어진 사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F1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의 프로파일이 비슷할 수록 충돌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음을 발견했다 - 사진 Pixabay  제공
F1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의 프로파일이 비슷할 수록 충돌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음을 발견했다 - 사진 Pixabay 제공

연구팀은 45년 간 F1 경기에 출전한 선수 355명 사이에 발생한 506회의 충돌 사고 데이터를 분석했다. 일차적 정체성인 랭킹과 같은 객관적 성과 지표를 통제한 뒤 선수끼리의 우열, 즉 천적 관계 등에 대한 개별적 우열 관계를 토대로 선수별, 시즌별 프로파일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프로파일이 비슷할수록 서로 충돌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음을 발견했다.

 

1970-2014 동안 F1 선수들의 평균적 경쟁 관계를 시각화한 것이다. 빨간 선은 최소한 한 번 이상의 충돌 사고가 났던 두 선수를 연결한 것이다. 경쟁 관계 네트워크에서 거리가 가깝다는 것은 사회적 지위/정체성이 비슷하다는 점을 가리킨다. 전체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선수들 사이에 충돌이 더 많이 일어났다. - KAIST
1970-2014 동안 F1 선수들의 평균적 경쟁 관계를 시각화한 것이다. 빨간 선은 최소한 한 번 이상의 충돌 사고가 났던 두 선수를 연결한 것이다. 경쟁 관계 네트워크에서 거리가 가깝다는 것은 사회적 지위/정체성이 비슷하다는 점을 가리킨다. 전체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선수들 사이에 충돌이 더 많이 일어났다. - KAIST

이원재 교수는 “서로 승패가 비슷해 경쟁 관계에서 우위가 구분이 안 되면 본인이 모호해진다고 느끼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는 져도 나와 비슷한 상대에게는 반드시 이겨서 모호한 정체성을 극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폭력적 행위의 원인이 개인적 원한이나 욕망이 아닌 사회적 구조와 관계 안에 있다는 것을 밝혔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미를 찾았다. 인간의 사회적 관계가 유발하는 정체성 혼동으로 파국적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찾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사회적 지위/정체성이 충돌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 조건에서 더 명확하게 나타났다: 나이차가 적을수록 (age difference), 두 선수의 수준이 높을수록 (points sum), 시즌이 막바지에 근접할수록 (race number), 시즌 랭킹의 안정성이 높을수록 (stability), 날씨가 좋을수록 (poor weather) 영향이 컸다. - KAIST
사회적 지위/정체성이 충돌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 조건에서 더 명확하게 나타났다: 나이차가 적을수록 (age difference), 두 선수의 수준이 높을수록 (points sum), 시즌이 막바지에 근접할수록 (race number), 시즌 랭킹의 안정성이 높을수록 (stability), 날씨가 좋을수록 (poor weather) 영향이 컸다. - KAIST

이 연구는 경쟁이 일상화된 시장이나 조직에도 적용할 수 있다. 조직에서 극한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사회구조적 조건을 밝혀냄으로써 갈등으로 인한 사고를 막는 제도 및 체계의 설계에 방향을 제시할 수 있으리란 기대다. 

 

연구팀이 F1을 모델로 연구한 것은 스포츠 분야에선 구성원의 성과가 객관적으로 정확히 기록되기 때문이다. 회사나 조직의 경쟁관계나 우위는 데이터를 구하기 쉽지 않다. 반면 스포츠는 선수의 성과가 객관적으로 기록된다. 사회적 관계와 구조적 위치 측정을 위한 객관적인 수치 기록을 제공하는 셈이다. 

 

이원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이원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이번 연구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 (PNAS) 2018년 3월 26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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