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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은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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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20일 12:12 프린트하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이라는 사인에게 자의적으로 권력을 넘겨준 국정농단이 벌어졌을 때, 박 정권을 무너뜨린 것은 광장에 모인 시민이었다. 분노한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이야기하지 않고 집에서 혼자 소리쳤다면 대통령 탄핵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광장은 중립적이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촛불 시민들도 광장에 모였고, 박 정권을 옹호하는 태극기 부대도 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양극단의 사람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 광장이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의 목소리를 부풀리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주장이 곧 여론이고, 다수의 공감을 얻는 주장이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경찰추산 시위대 규모가 작으면 화를 내는 이유다. 목소리를 부풀리기 위해 일당을 주고 인력을 동원하는 등의 비도덕적(또는 탈법적)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광장에서 원치 않는 목소리가 커졌다거나 비도덕적(또는 탈법적) 사건이 벌어졌다고 해서 광장을 폐쇄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광장은 중립적이기 때문이다. 일부 권력자들이 광장을 폐쇄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이는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보일 뿐이다.


온라인 시대에는 광장의 의미가 넓고 다양해졌다. 이용자들이 모여서 자신의 의견을 담은 게시물을 올릴 수 있는 곳은 모두 광장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포털 뉴스 댓글도 일종의 광장이다. 사람들은 뉴스 댓글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공감을 얻고 싶어한다. 오프라인 광장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목소리를 부풀리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도배하다시피 같은 내용을 반복해 올리거나 이번 드루킹 사건처럼 기계적으로 추천수를 조작하는 시도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 모른다.


온라인의 특성상 목소리 부풀리기는 오프라인보다 훨씬 큰 폭으로 진행되며, 방법도 더 쉽다. 이 때문에 이런 여론조작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면, 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네이버와 같은 포털은 원하든 원치 않든 광장의 관리자일 수밖에 없다.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여론을 바꾸고자 하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


문제는 광장을 없애자는 주장이다. 뉴스 댓글 조작이 논란이 되자 뉴스 댓글 시스템을 없애자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한 토론회에서 뉴스 댓글을 없애자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이후에도 계속 인터뷰 등에서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제공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제공

뉴스 댓글을 없애면 여론 조작을 막을 수 있을까? 드루킹은 포털 뉴스 댓글만 조작한 게 아니다. 딴지일보 게시판도 조작 했고, 팟빵 순위도 조작했다고 한다. 뉴스 댓글을 없앤다고 해서 여론조작 시도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 광장에서 실제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키우고자 하는 시도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뉴스댓글 조작이 문제니까 댓글을 없애자는 주장은, 해경이 일을 제대로 못하니 해경을 해체하는 것과 유사하다. 광장을 없으면 자신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없앨 수 있다는 독재자의 헛된 꿈과 다르지 않다.


또 일각에서는 댓글 실명제를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포털 댓글 실명제’를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장 의원은 “비방 모욕 욕설 등 악성 댓글로 인한 타인의 인격권에 대한 침해 등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 침해보다 인격권 침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여론조사기간 리얼미터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3분의 2는 댓글 실명제에 찬성한다고 한다.


그러나 실명제 시절에 악플이 없었나? 아니다. 그때도 엄청 많았다. 사업자들이 개인정보를 저장해야 하기 때문에 네이트, 싸이월드 개인정보유출 사건 같은 해킹사건의 원인만 된다. 또 모두 알다시피 인터넷 실명제는 위헌판결을 받았다. 헌법이 바뀌지 않았는데, 위헌 판결 받은 제도를 부활시킬 수 없다.


촛불시위의 원인이 광화문 광장이 아니듯, 댓글 시스템은 댓글조작의 원인이 아니다. 댓글 조작이 벌어진 이유는 선거에 도움이 된되면 앞뒤 안 가리고 받아들이는 성숙하지 못한 정당 시스템과 정치권을 기웃거리면서 사익을 취하려는 정치 부랑자, 외부 조작을 다 막아내지 못한 포털의 시스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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