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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 '관심병'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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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22일 13:00 프린트하기

세상에는 외향적인 사람도 있고, 내향적인 사람도 있습니다. 흔히 내향적인 사람은 타인의 주목을 꺼린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대개 그렇지 않습니다. 추구하는 관심의 종류가 다를 뿐입니다. 타고난 외향성/내향성과 상관없이, 다른 이의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입니다. 일부 예외도 있습니다만...

 

우리는 왜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것일까요? ‘관심병’의 심리학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는 왜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것일까요? - 사진 GIB 제공
우리는 왜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것일까요? - 사진 GIB 제공


나에게 관심을 줘. 더 많이.

 

관심을 갈망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무대의 중심에 있기를 원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 앞에 나서기 좋아하죠. 방송이나 신문에 등장하는 것은 이들의 꿈입니다. 눈에 확 띄는 매력과 강력한 호소력, 그리고 높은 친화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능력의 절반은 타고난 것이고, 절반은 스스로 터득해 간 것입니다. 늘 관심을 추구하다 보니 점점 그런 쪽으로 발달하는 것이죠. 


이들은 세상을 밝게 만들어 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좌중의 관심을 모으며, 모두를 유쾌하게 해줍니다. 무리에 처음 들어 온 사람에게, 마치 오래 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살갑게 대해주는 사람도 바로 이들입니다. 관심을 갈망하는 사람은, 반대로 타인에게도 큰 관심을 보입니다. 이들이 없다면 세상은 훨씬 더 칙칙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내적 세계가 늘 밝은 것은 아닙니다. 하루의 기분이 타인의 관심 여부에 따라서 좌우됩니다. 페이스북의 엄지손가락이나 인스타그램의 하트 숫자는, 기분 상태와 직결됩니다. 숫자가 많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마치 나락에 떨어지는 듯 느낍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한 기분이 들면 무리수를 둡니다. 과도한 성적 어필이나 야한 옷차림도 합니다. 심지어는 그럴 듯한 과시적 거짓말도 하죠. 혹은 질병이나 불행을 과장하여 동정심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요? 이들도 싸구려 일회성 관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관심을 받지 않으면, 마치 죽을 듯이 불행한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마치 아무리 먹어도 배부름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과 같습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 값싼 음식이라도 게걸스럽게 먹는 것입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질보다 양입니다. 

 

관심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내적 세계가 늘 밝은 것만은 아니다. - 사진 GIB 제공
관심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내적 세계가 늘 밝은 것만은 아니다. - 사진 GIB 제공


 

나에게 관심을 줘. 더 깊게. 
     
타인의 관심을 별로 구하지 않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그리 많은 사람을 만나지도 않고, 모임을 가도 주변에 머무를 뿐입니다. 낯선 이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렇다고 외톨이도 아닙니다. 다른 이와 같이 웃고 떠들고 할 건 다 합니다. 주는 관심을 마다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이들은 세상을 보다 진지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불특정 다수의 광범위한 관심보다는, 소수의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심을 더 원합니다. 이들이 즐겨하는 것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 아니라, 일대일 메신저죠. 보다 깊은 관심을 주고 받기 원합니다.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깊은 대화를 나누기 원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내적 세계가 늘 진지하고 깊은 관계로 가득한 것은 아닙니다. 깊은 관계를 위해서는 에너지가 많이 듭니다. 많은 사람의 깊은 관심을 받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소수의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게 되는데, 따라서 그들의 반응은 행복감과 직결됩니다. 점점 의존적인 삶을 살게 됩니다. 


좋아하는 대상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만 합니다. 작은 의사 결정이나 삶의 방향마저 의지하게 됩니다. 이러한 태도는 주변 사람을 점점 질리게 합니다. 그러다 관계가 깨지면, 이들은 더욱 움츠러듭니다. 보다 안전하고 믿을 만한 대상을 찾아다니지만, 막상 기회가 주어져도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 쉽게 가까워지지 못합니다. 운 좋게 맺은 관계에 완전히 의존해 버리거나, 관계를 갈망하면서도 불안으로 인해 늘 도망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양보다 질입니다. 
      

관계에 대한 불안이 있는 사람은 보다 깊은 소수의 관계를 추구한다. 주변 소수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오히려 의존성이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 - 사진 GIB 제공
관계에 대한 불안이 있는 사람은 보다 깊은 소수의 관계를 추구한다. 주변 소수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오히려 의존성이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 - 사진 GIB 제공

     
관심 추구의 진화   

 

침팬지와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 후, 인류는 독특한 진화적 여정을 겪어왔습니다. 인간도 일반적인 영장류 사회처럼 위계 질서가 있는 집단을 이루고 삽니다. 침팬지 사회는 일부의 알파 수컷이 큰 권력을 가집니다. 영향력이 큰 암컷도 상당한 지배력을 가집니다. 고릴라 사회도 마찬가지죠. 실버백이라는 주도적 수컷이 자원을 독점합니다. 


하지만 인간 사회는 침팬지나 고릴라 사회와 상당히 다릅니다. 일단 남녀의 체구도 비슷하며, 집단 내 서열도 상당히 미약합니다. 일부일처제로 인해 일어난 현상인데, 아마도 구석기 인들은 상당한 수준의 평등 사회를 이루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권력과 부, 자손 수 등이 집단 전체에 비교적 균등하게 배분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 사회의 수렵채집사회도 서열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왕부터 노예까지 층층다리가 놓인 사회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연장자가 중요 의례를 주관하고 중요한 의사결정도 내립니다만, 권력자라고 하긴 곤란합니다. 같이 사냥을 하고, 같이 나누어 먹습니다. 혼인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이루어지며, 개인의 의사도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권력을 가진 남성이 무리의 여성을 독점하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는 이견도 있습니다만, 우리 선조들은 신석기 이전까지는 훨씬 평등한 사회에 살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평등’한 환경은, 역설적으로 사회적 관심의 중요성을 높여주었습니다. 
     

수렵채집인 중 하나인 아프리카의 쿵 산 족. 인류는 구석기 시대 전반에 비교적 평등한 사회적 구조를 형성했다. 엄격한 서열이 없는 사회에서는, 지위보다 사회적 관심을 유지하는 능력이 더 유용할 수 있다. - 사진 Pixabay
수렵채집인 중 하나인 아프리카의 쿵 산 족. 인류는 구석기 시대 전반에 비교적 평등한 사회적 구조를 형성했다. 엄격한 서열이 없는 사회에서는, 지위보다 사회적 관심을 유지하는 능력이 더 유용할 수 있다. - 사진 Pixabay

  
사회적 관심 확보 능력
     
진화학자 폴 길버트에 의하면, 인간 사회의 주된 힘은 자원 확보 능력(Resource Holding Power)이 아니라 사회적 관심 확보 능력(Social Attention Holding Power)입니다. 즉 사회적 관심을 많이 받는 사람이 직접적인 번식 상의 이득을 얻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집단 내 권력의 차등이 일어나기 어려우니, 사회적 관심의 차등성이 가지는 힘이 더 부각됩니다. 지난 수백만 년 간 우리의 마음은 이러한 사회적 관심 확보에 맞도록 빚어져 왔다는 것이죠. 


사회적 관심이라는 독특한 자원을 얻는 전략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양적 전략과 질적 전략입니다. 얕은 수준의 관심을 다수에게 받는 것이죠. 특정한 환경에서는 양적 전략이 더 유리합니다. 하지만 어떤 환경에서는 질적 전략이 더 유리해집니다. 깊은 수준의 관심을 소수에게 받는 것입니다. 만약 이 두 형질이 역 빈도의존성 선택에 따른 진화를 한다면, 점점 두 전략을 가진 개체의 특징이 선명해집니다. 역 빈도의존성 선택에 대한 설명은 너무 어려우므로 넘어가겠습니다. 


아무튼 이 주장이 옳다면, 사회적 관심 확보 능력에 대한 두 가지 표현형이 인구집단에 고정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두 가지 전략을 균등하게 쓰는 사람이 적어지고, 양 극단의 전략으로 나뉜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추구하는 과시적 전략, 즉 양적 전략을 쓰는 사람과, 소수의 깊은 관심을 추구하는 회피성 전략, 즉 질적 전략을 쓰는 사람으로 양분되는 것이죠. 

     

 


관심병은 정말 ‘병’인가?
     
인간 정신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사회적 관심의 추구입니다. 인간은 그렇게 진화했습니다. 인간의 복잡한 사회 구조나 언어, 제스처, 공감 능력 등의 진화는 바로 사회적 관심의 전달과 분배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문명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사회적 결정은 바로 ‘사회적 관심’을 부르는 다른 말, 즉 여론이나 민심에 의해 좌우됩니다. 심지어 대통령도 ‘사회적 선호도’, 즉 투표로 결정됩니다. 


인간이 ‘관심종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죠.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선조는 오랜 세월 동안 타인의 관심을 끌고, 또 관심을 주는 방식으로 적응해왔습니다. 여러분이 관심을 추구하는 것도, 그리고 관심을 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는 것도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밥을 먹지 못하면 배가 고픈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던 선조들은 아마 자손을 남기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러한 원리에 따라 세상이 흘러가도록 놔두는 것이 옳을까요? 아닙니다. 소위 여론이나 민심은, 문제를 해결하는 마법의 지팡이가 아닙니다. 물리적인 힘이 지배하는 영장류 사회라고 해서, 그러한 힘의 서열이 늘 옳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적인 여론이 지배하는 인간 사회도, 역시 그러한 힘에 의한 질서가 늘 옳은 것은 아닙니다. 배고픔은 당연한 생물학적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먹다 보면 곧 비만이 찾아옵니다.


‘사회적 관심’이 가지는 이러한 강력한 힘 때문에, 심지어 여론을 조작하는 일도 일어납니다. 자신을 더 높이고, 상대를 깎아내리려는 허위 소문과 거짓말, 과시, 비방으로 인해 진흙탕같은 여론전이 일어나는 이유죠.  적당한 다이어트가 건강에 좋은 것처럼, 적절한 수준에서 사회적 관심 추구 수준을 조절하는 것이 건강한 정신, 그리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필요합니다. 

 

인간 사회의 가장 강력한 힘은, 물리적 힘인 아니라 사회적 관심의 힘, 즉 여론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절되지 않는 물리적 힘이 희생자를 낳듯이, 사회적 여론도 무고한 희생자를 낳을 수 있다. 또한 종종 부적당한 방법으로 여론을 호도하려는 유혹도 같이 낳게 된다.- wikipedia(cc)
인간 사회의 가장 강력한 힘은, 물리적 힘인 아니라 사회적 관심의 힘, 즉 여론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절되지 않는 물리적 힘이 희생자를 낳듯이, 사회적 여론도 무고한 희생자를 낳을 수 있다. 또한 종종 부적당한 방법으로 여론을 호도하려는 유혹도 같이 낳게 된다 - wikipedia(cc)



     
     

에필로그
하지만 세상에는 제 3의 부류가 있습니다. 타인의 관심 여부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이들이죠. 이들은 소위 양적 전략도, 그리고 질적 전략도 추구하지 않습니다. 그저 혼자 지내는 것에도 만족하면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진화적 의미에서는 적합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개체지만, 상당한 비율로 세상에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잘 드러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사회적 뇌 가설로는 이들이 세상에 있는 이유를 잘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아직 잘 설명되지 않는 미스터리한 현상입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에서 진화와 사회에 대해 강의하며, 정신의 진화 과정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정신과 사용설명서>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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