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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 사회심리학] 개인의 노력을 탓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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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28일 15:00 프린트하기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에 대해서도 ‘이게 다 네가 노력하지 않아서’, ‘네 능력이 나빠서’그런 거라며 개개인의 노력과 능력을 나무라는 이야기들을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미 높은 지위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는 건, 본인의 지위가 불공정의 산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이 더 많이 누리는 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는 정당화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많이 가진 것은 순전히 본인이 더 노력했거나 잘났기 때문이고, 너희가 가지지 못한 것은 게으르고 못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진 GIB 제공
사진 GIB 제공

지위와 권력을 가진 계층은 이런 사고방식을 전파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구조적 문제를 보지 못하게 하고 불평등에 순응하게 만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Jost & Hunyady, 2003).


하지만 의아한 부분은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고 가진 게 없는 사람들 또한 이런 ‘실력주의(meritocracy)’적 사고방식을 자주 보인다는 것이다. 실력에 따라 차별대우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차별을 정당화하는 사고방식과, 자신이 힘이 없고 가난한 건 다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내 능력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자기 비난이 한 예다.


언뜻 생각하면 본인이 불이익을 받고 있는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순응해 엄연한 사회적 문제를 ‘내 탓’으로 돌리는 것에 무슨 이득이 있을까 싶다. 그들은 불평등의 정착에 기여함으로써 이미 힘든 삶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사진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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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 메인대(University of Maine)의 심리학자 쉐논 맥코이(Shannon McCoy) 연구팀에 따르면 스스로를 탓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있다. 바로 나만 정신차리면 잘 될거라는 ‘자신감’과 ‘희망’이다(McCoy et al., 2013).

 

연구자들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력주의적 사고방식(좋거나 나쁜 일은 보통 개인이 자초해서 생긴다, 열심히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노력만 하면 누구든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질 수 있다)과 자신의 힘으로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통제감,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정도인 자존감을 측정했다.

 

그 결과 남성과 여성, 사회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여성과 낮은 여성 모두에게서 실력주의에 대한 믿음이 통제감 및 자존감과 관련을 보였다. 모든 것이 본인 하기에 달려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미래에 대한 희망과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높았고, 이 자신감이 사람들의 행복과 밀접한 관련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혼자의 힘으로 어떻게 바꿀 수 없는 구조적 불평등의 존재를 알고 그 탓을 하는 것보다, 어떻게든 내가 열심히 하면 다 잘 될 거라고 믿는 것이 심리적으로 큰 ‘위안’을 가져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실력주의적 믿음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사회가 뒤바뀌지 않는 한)앞으로도 가지지 못한다고 여기지 않고, 나 또한 언제든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고도 언급했다. 이런 사고가 신분상승 욕구와 맞물려 기분을 좋게 해주는 믿음이 된다는 것이다.

 

사진 GIB 제공
사진 GIB 제공

또한 불평등을 지각하는 것 자체로 큰 스트레스가 된다. 일례로 아직 우리 사회에는 많은 문제들이 있으니 그것들이 꼭 바뀌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보다, 우리 사회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고 사람들의 불행은 사회와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행복한 편이라는 연구도 있다(Napier & Jost, 2008).


성차별이 심한 사회일수록 ‘남성이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갖는 것이 당연하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남성과 여성 모두의 행복과 긍정적 상관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바꾸기 힘든 구조적 불평등을 직시하는 것보다 '원래 그런 것'이라고 순응하는 것이 일단 속은 더 편할 수 있다는 것이다(Napier, Thorisdottir, & Jost, 2010).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 ‘힘들겠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싶다면 빨간 약을, 그러고 싶지 않다면 파란 약을 선택하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 역시 비슷한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것인가 보다. 어떠한 이유로 직면을 기피해온 문제는 없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1] Jost, J., & Hunyady, O. (2003). The psychology of system justification and the palliative function of ideology. European Review of Social Psychology, 13, 111-153.
[2] McCoy, S. K., Wellman, J. D., Cosley, B., Saslow, L., & Epel, E. (2013). Is the belief in meritocracy palliative for members of low status groups? Evidence for a benefit for self‐esteem and physical health via perceived control.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43, 307-318.
[3] Napier, J. L., & Jost, J. T. (2008). Why are conservatives happier than liberals? Psychological Science, 19, 565-572.
[4] Napier, J. L., Thorisdottir, H., & Jost, J. T. (2010). The joy of sexism? A multinational investigation of hostile and benevolent justifications for gender inequality and their relations to subjective well-being. Sex Roles, 62, 405-419.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내 마음을 부탁해>를 썼다. 현재는 UNC 의과대학에서 연구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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